백악관, 이르면 31일 중견 바이오와 MFN 약가협약 발표MFN 약가 수용 대가로 메디케어 시범사업 제외·관세 면제상업화 제품 적은 중견 바이오 타격 우려 … MBAA 공동 대응한국은 MFN 기준국서 제외 … 국내 바이오 직접 영향 제한적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약가인하 압박이 글로벌 빅파마를 넘어 중견 바이오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화이자와 일라이 릴리 등 대형 제약사를 중심으로 추진해 온 최혜국 대우(MFN) 약가협약대상을 중견 바이오기업까지 넓힐 움직임을 보이면서다.

    특히 중견 바이오기업은 대형 제약사와 달리 1~2개 상업화 제품이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주력 제품의 가격 하락이 매출 감소를 넘어 후속 파이프라인에 투입할 연구개발(R&D) 재원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와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이르면 31일 여러 중견 바이오제약사와 체결한 새로운 MFN 약가협약을 발표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참여기업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MFN은 미국의 의약품 가격을 다른 선진국에서 판매되는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약가정책이다. 협약을 체결한 제약사는 주 정부가 운영하는 저소득층 의료보장제도인 메디케이드에 의약품을 공급할 때 해외 가격에 연동된 MFN 가격을 적용하게 된다.

    백악관은 캐나다와 덴마크,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스위스, 영국 등 8개 고소득 국가에서 실제 지급되는 순약가를 기준으로 MFN 가격을 산정한다는 방침이다.

    대신 협약에 참여한 기업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메디케어 강제 약가인하 시범 프로그램에서 제외하고 의약품 관세를 면제하는 방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화이자와 일라이 릴리, 암젠 등 17개 대형 제약사와 MFN 약가협약을 체결했다. 중견 바이오기업까지 협상 범위를 넓히면서 약가인하정책의 영향권이 제약·바이오업계 전반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대상은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백악관은 5월 보고서를 통해 "향후 행정부는 미국 내 대부분의 단일 공급원 브랜드 의약품 및 바이오의약품 제조업체와 유사한 협약을 체결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재정절감효과도 강조하고 있다. 백악관은 MFN 약가적용 확대를 통해 향후 10년간 정부 예산지출을 643억달러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민간보험시장을 포함한 미국 전체 절감액은 529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책 적용범위가 확대되자 중견 바이오업계의 경계감도 커지고 있다.

    빅파마는 여러 치료영역에서 다수의 블록버스터 의약품을 보유하고 있어 특정 제품의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다른 사업에서 충격을 흡수할 여력이 상대적으로 크다. 반면 중견 바이오기업은 상업화에 성공한 제품이 1~2개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주력 제품의 약가인하가 곧바로 실적과 R&D 여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 중견 바이오기업들은 MFN 정책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올해 초 '미국 중견 바이오테크 연합(Midsized Biotech Alliance of America, MBAA)'도 결성했다.

    현재 MBAA에는 아카디아와 앨커미스, 앨나일람, 아델릭스, 바이오마린, 엑셀릭시스, 인사이트, 인스메드, 마드리갈, 미럼, 뉴로크라인, 트래비어, 리듬파마슈티컬스 등 13개사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중견 바이오기업이 미충족 의료수요가 높은 질환을 대상으로 신약을 개발하면서 막대한 위험 자본을 투입하는 만큼 MFN 정책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주장한다. 상업화 제품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주력 제품의 가격이 하락하면 후속 파이프라인에 투입할 자금까지 감소해 신약개발과 혁신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바이오업계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현재로서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미국이 MFN 가격산정에 활용하는 8개 국가에 한국이 포함되지 않아 국내 보험약가가 미국의 MFN 가격산정에 직접 활용되는 구조는 아니다.

    정책의 주요 대상이 미국에서 이미 브랜드 의약품을 판매하는 기업이라는 점도 국내 바이오기업과의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낮춘다. 국내 바이오기업 상당수는 아직 임상개발단계에 있거나 글로벌 제약사를 대상으로 한 기술수출을 주요 사업모델로 삼고 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MFN 적용대상을 지속해서 확대하고 약가정책을 의약품 관세와 미국 내 생산 확대 정책까지 연계하고 있는 만큼 국내 업계도 향후 정책 변화와 간접적인 파급효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