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자립도 8%인데 주민 1인당 50만원 퍼주기132년 전 동학농민혁명 유족 수당도 등장"임진왜란 유족도 수당 지원할 판" 비판 확산지방선거 공약 이행 내세워 현금 살포 경쟁"재정 부담 주민과 미래 세대가 떠안게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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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생 회복 지원금 사용가능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편집자주] 일시적인 세수 호황을 믿고 낭비성 현금 살포와 수백조원대 확장 예산 편성에 나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재정에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재정의 기본 원리를 잊은 대가는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다. 경기도의 재정 비상 선언은 그 첫 신호탄이다. 본지는 3회에 걸쳐 지자체들의 선심성 지출 경쟁 실태를 파헤치고 오늘의 달콤한 세수 잔치가 다음 세대에게 넘길 거대한 빚의 청구서로 되돌아오는 구조를 짚어본다.추석을 앞두고 전국 지자체들이 '현금 살포 경쟁'에 나섰다. 재정자립도가 10%에도 못 미치는 지자체들까지 주민 1인당 수십만원의 지원금을 앞다퉈 편성했고, 일부는 한번 팔면 되찾을 수 없는 군유지까지 매각해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방교부세와 각종 기금을 밑바닥까지 끌어 쓴 지자체들이 부족해진 살림살이를 다시 중앙정부에 손 벌려 메우는 패턴이 반복되면서 지방재정의 자율성과 책임성이 통째로 흔들리고 있다.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주민과 소상공인을 지원한다는 명분이지만 미래 세대를 위해 써야 할 소중한 재원을 일회성 현금지원으로 물 쓰듯 낭비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는 이유다.30일 지방자치단체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추석을 전후해 전국 지자체들이 경쟁하듯 민생·경제회복지원금 지급을 확정하거나 추진 중이다. 지원금은 적게는 1인당 10만원에서 많게는 50만원을 넘는다. 상당수 지자체는 지역사랑상품권이나 선불카드로 지급해 지역 내 소비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
- ▲ 13일 김학홍 경북 문경시장이 시청 제2회의실에서 열린 '민선 9기 취임 30일 기자간담회'에서 고유가 위기대응 지원금 지급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6.08.13. ⓒ뉴시스
◇ 재정자립도 한 자릿수인데도 '현금 살포' … 공유재산까지 판다가장 큰 문제는 현금 살포 경쟁에 뛰어든 지자체들의 취약한 재정 여건이다. 재정자립도가 8.09%로 전국 최하위권인 대구 군위군은 전 군민에게 1인당 54만원을 지급하기 위해 약 124억원을 투입했다. 경남 의령군(재정자립도 8.3%)도 군민 1인당 50만원씩 지급하기 위해 약 120억원을 추경 편성했는데, 재원은 자체 세입이 아니라 중앙정부에서 받은 지방교부세 여유분이다.전남 함평군 역시 재정자립도가 한 자릿수인데도 군민 1인당 50만원, 총 151억1000만원 규모의 지원을 다음 달 선불카드로 시행한다. 전국 지자체 평균 재정자립도(42.4%)의 5분의 1도 안 되는 곳들이 중앙정부 이전재원을 미래 성장 기반보다 현금성 지원에 우선 투입하고 있는 셈이다.전북 부안군은 전 군민에게 1인당 30만원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재원 확보를 위해 200억원대 군유지 매각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유지는 한번 처분하면 되찾기 어려운 공공자산이다. 지속적인 세입 확대와 무관한 자산 매각 대금을 일회성 지원에 쓰는 것은 미래 세대의 자산을 현재의 현금 지급에 소진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이 밖에도 전북 고창·완주, 전남 고흥·장흥·나주·영암, 경남 통영·김해, 경북 울진·의성 등 전국 각지에서 10만~35만원대 지원금이 잇따르고 있고, 대구·경북 지역에서만 풀리는 지원금이 3000억~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충북 영동군처럼 올 초 1인당 50만원을 지급한 데 이어 추석에 2차로 30만원을 또 지급하는 사례도 있다. 한 해에만 주민 한 명이 받는 지원금이 80만원에 달하는 셈이다. 일회성 지원이 반복되면서 주민들이 현금 지급을 당연한 행정서비스로 인식하고 단체장도 이를 중단하기 어려워지는 이른바 '재정 마약'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자체별 재정 여건과 단체장 판단에 따라 지급액이 크게 갈리면서 "사는 곳에 따라 차별받는다"는 형평성 불만도 커지고 있다.◇ 지방의회가 제동 건 사례도 … 132년 전 사건까지 소환된 현금성 수당충남 당진시는 시민 1인당 30만원, 총 530억원 규모의 지원금을 추진했으나 시의회에서 조례안이 부결됐다. 530억원은 당진시 연간 문화·관광 예산(808억원)의 65.6%에 해당하는 규모다. 강원 강릉시도 시민 1인당 10만원 지급안이 시의회에서 "주먹구구식 행정"이라는 지적과 함께 부결됐다. 전남 장성군은 재원 문제로 지급 시기를 2028년 이후로 미뤘고, 경남 창원시 등은 아직 대상과 금액조차 정하지 못한 상태다.일부 지자체의 현금 살포는 역사적 사건으로까지 번졌다. 전북도는 1894년 동학농민혁명 참여자의 자녀·손자녀·증손자녀 등 유족 723명에게 1인당 연 12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는데 지난달 추경을 거치며 대상과 금액이 애초 계획보다 약 2.6배로 불었다.재정자립도가 23.32%로 전국 광역지자체 중 최하위인 전북도가 생존한 6·25전쟁 참전용사 수당(월 4만원)보다 많은 월 환산 10만원을 132년 전 사건의 증손자녀에게 지급하는 것을 두고 예우의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
- ▲ 서울 종로구 전옥서 터에서 열린 '녹두장군' 전봉준 동상 제막식에서 한 참석자가 손으로 동상을 만지고 있다. 2018.04.24. ⓒ뉴시스
◇ 지방교부세로 지원금 채우고, 다시 중앙정부에 손 벌리는 악순환더 근본적인 문제는 지방교부세와 각종 기금까지 끌어모아 일회성 현금성 지원금을 지급한 뒤 그로 인해 부족해진 재원을 다시 중앙정부 지원으로 메우는 패턴이 구조화하고 있다는 점이다.지방교부세는 본래 지방재정 격차를 보정하고 필수 행정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한 재원이지 단체장의 선심성 지급을 위한 여유자금이 아니다. 그런데도 상당수 지자체는 이 재원을 소진한 뒤 세입 부족을 자체적으로 감당하기보다 특별교부세나 추가 국비 지원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손실을 메우고 있다.이는 재정 건전성을 지켜야 할 지자체가 중앙정부에 재정적으로 더 종속되는 결과를 낳는다. 스스로 벌어들인 세입 기반을 늘리려는 노력 없이 이전재원을 반복해서 현금으로 나눠주고 그 공백을 다시 중앙정부가 메워주는 구조가 고착화하면 지방재정의 자율성은 형해화하고 단체장은 지출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은 채 정치적 이득만 챙기는 '무책임의 사이클'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지방재정법이 명시한 건전재정 원칙과 지방교부세법의 취지 자체가 무력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지자체들이 지급하는 지원금은 누구 돈으로 나오는 것이냐"며 "선심성 현금 지원은 재정건전성 측면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정치권 관계자는 "지방재정의 건전성을 지켜야 할 단체장들이 당선되자마자 지방교부세와 공유재산까지 동원해 무책임한 현금 살포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벌인 일로 재정은 악화하고, 그 부담은 주민과 미래 세대가 떠안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