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지사 때 도입한 기본소득 지속 … 세입 줄자 기존 사업 유지도 버거워5465억원 세출 조정·전출금 지급 유예 … '공짜 점심' 대신 돌아온 부담확장재정 성패는 성장·세수 회수에 … 효과 못 내면 미래세대 증세 압박
  • ▲ 경기도지사 시절 이재명 ⓒ뉴데일리DB
    ▲ 경기도지사 시절 이재명 ⓒ뉴데일리DB
    [편집자주] 일시적인 세수 호황을 믿고 낭비성 현금 살포와 수백조원대 확장 예산 편성에 나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재정에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재정의 기본 원리를 잊은 대가는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다. 경기도의 재정 비상 선언은 그 첫 신호탄이다. 본지는 3회에 걸쳐 지자체들의 선심성 지출 경쟁 실태를 파헤치고 오늘의 달콤한 세수 잔치가 다음 세대에게 넘길 거대한 빚의 청구서로 되돌아오는 구조를 짚어본다.

    경기도가 사실상 재정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그 뿌리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지사로 재임하던 시기 두 배 가까이 불려놓은 현금성 복지 예산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년기본소득, 산후조리비 지원 등 당시 도입·확대된 사업들이 되돌리기 어려운 지출로 굳어진 사이 취득세 수입은 줄었고, 경기도는 다른 사업을 삭감하고 일부 지출을 뒤로 미뤄야 기존 사업을 유지할 수 있는 처지에 놓였다.

    지출을 늘릴 때의 정책 효과만 강조하고 세입이 줄어들 때의 비용을 충분히 따지지 않으면, 그 부담은 후임 정부와 다음 세대에 돌아온다. 이 대통령이 세수 호황기에 도입한 반복적 지원을 어떤 재원으로 지속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도 여기서 나온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재정 원리는 지원금을 지급하는 순간보다 비용을 충당하는 과정에서 분명해진다. 세금으로 마련하면 현재 납세자가 부담하고, 다른 예산을 줄이면 그 사업의 수혜자가 비용을 떠안는다. 빚으로 충당하면 앞으로 납부할 세금과 미래 정부의 지출 여력을 미리 사용하는 셈이다.

    세수는 줄었는데 지출은 남았다 … 경기도가 보여준 재정의 비대칭

    경기도 복지 예산은 이재명 전 지사가 취임한 2018년 7조2000억원에서 임기 마지막 해인 2022년 14조528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불어났다. 이후 김동연 지사 임기 말인 올해는 19조6007억원까지 늘어났다. 재난기본소득을 비롯한 각종 현금성 지원이 이 기간 새로 도입되거나 확대되며 예산 구조 자체를 바꿔놓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경기지사 재임 중인 2019년 청년기본소득과 산후조리비 지원을 도입했다. 청년기본소득은 거주 요건 등을 충족한 24세 청년에게 연간 최대 100만원을, 산후조리비는 출생아 1명당 50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소득에 관계없이 해당 대상에게 지원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한 번 시작한 지원은 수혜자의 생활계획에 반영된다. 법률상 의무지출이 아니더라도 축소할 때 반발과 정치적 부담이 발생한다. 세입은 경기 하강과 함께 줄어드는데 지출은 이전 수준을 유지하려는 압력이 작용하는 구조다. 반면 취득세 세입예산은 2022년 11조36억원에서 올해 8조1510억원으로 2조8526억원 감소했다. 복지 지출은 커졌지만 이를 뒷받침할 주요 세입은 줄어든 것이다. 

    이 부담은 이미 예산 편성에서 드러났다. 추미애 경기지사가 지난 5일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경기도는 지난해 지방채 한도 99.6%에 달하는 9430억원을 발행하고 각종 기금에서 5588억원을 일반회계 등으로 가져다 썼다. 그러고도 올해 본예산에는 장기요양과 급식비 등 일부 사업의 연간 소요액을 충분히 담지 못했다. 

    이후 도는 지난 19일 세출 5465억원을 조정하는 제2회 추경안을 내놨다. 확보한 재원으로 장기요양 1234억원, 도교육청 급식비 584억원, 청년기본소득 163억원 등을 반영했다. 지역상생발전기금과 교육 관련 전출금 일부는 2028년까지 지급을 유예하기로 했다. 

    필수사업의 중단 위기를 피했다는 점은 다행이지만 재정 부담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른 사업의 지출을 줄이고 일부 지급 시점을 미뤄 당장의 부족분을 메웠기 때문이다. 지금의 지급 유예는 이후 회계연도에서 다시 감당해야 할 부담으로 남는다.
  • ▲ 경기도청사 ⓒ연합뉴스
    ▲ 경기도청사 ⓒ연합뉴스
    지방의 예산 삭감, 국가에서는 이자와 미래 지출 제약으로

    경기도가 재정 구조조정에 나선 가운데 다른 지역에서는 현금성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함평군은 9월 7일부터 군민에게 1인당 50만원을 지급하고, 의령군도 1인당 50만원 지급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지자체들은 생활 안정과 지역 소비 촉진을 기대한다. 

    그러나 일회성 지원이 반복적 지급으로 굳어질 경우 다음해에도 같은 재원이 확보되는지 따져야 한다. 재정자립도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개별 지원금이 곧 빚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전재원이나 일시적 여유자금에 기대 지출을 늘리면 세입 감소기에 선택할 수 있는 대응 수단은 줄어든다.

    중앙정부는 지방정부보다 큰 차입 여력을 갖지만 비용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오히려 국채 발행으로 당장의 지출 조정을 늦출 수 있는 만큼 부담이 더 오래 누적될 수 있다.

    올해 확정된 정부 본예산 총지출은 727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본예산보다 8.1% 늘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6 대한민국 재정'에 따르면 올해 예산 기준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07조8000억원, 국가채무는 1413조8000억원으로 전망됐다. 국가채무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은 51.6%에 달한다.

    내년도 총지출은 사상 최대 규모인 '820조원+알파(α)'로 편성될 전망까지 나온다. 확장재정이 생산성과 성장률을 높여 충분한 세수를 만들어낸다면 차입 비용을 감당할 기반도 넓어진다. 문제는 지출의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거나 일시적 경기 부양이 끝난 뒤에도 지출만 남는 경우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현금성 퍼주기 포퓰리즘은 여야를 막론하고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됐다"며 "재정 건전성을 도외시한 성장 전략은 있을 수 없는데도, 반도체 호황에 따른 초과 세수를 국채 상환보다 현금성 포퓰리즘에 쏟아붓는 시도가 만연하다"고 지적했다.

    고령화 부담 위에 지출 약속 더하면 … 미래세대의 선택권 줄어든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중기재정전망에서 국가채무가 2025년 1303조6000억원에서 2029년 1779조2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GDP 대비 비율도 49.4%에서 58.2%로 상승하는 경로다. 매년 반복적으로 집행되는 추경까지 반영할 경우 이 수치는 더 올라갈 전망이다. 

    장기적으로는 인구구조 변화가 부담을 더한다. 국가데이터처의 '장래인구추계: 2022~2072년' 중위 추계에 따르면 15~64세 생산연령인구는 2022년 3674만명에서 2072년 1658만명으로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반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같은 기간 898만명에서 1727만명으로 늘어난다. 생산연령인구 100명당 고령인구를 뜻하는 노년부양비도 24.4명에서 104.2명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세금과 사회보험료를 부담할 인구 기반은 좁아지는데 연금·의료·돌봄 지출 수요는 커지는 구조다. 여기에 기존 국가채무의 이자와 새로운 지출 약속까지 쌓이면 미래세대가 감당할 부담은 더욱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예산정책처는 이재명 정부 출범 전인 지난해 2월에도 당시 법령과 제도가 유지될 경우 2072년 국가채무 비율이 GDP의 173%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은 필요한 지원을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누가 혜택을 받고 누가 비용을 부담할지까지 설명하라는 요구다. 경기도에서 다른 사업의 삭감과 지급 유예로 나타난 청구서가 국가 차원에서는 미래세대의 세금 부담과 공공서비스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김원식 명예교수는 "지방의 현금성 지출을 줄이는 재정 개혁과 함께 행정 개혁도 이뤄져야 한다"며 "이재명 정부는 지사 시절부터 여러 종류의 기본소득을 지속적으로 내걸고 그 방향으로 걸어온 만큼 일말의 책임감을 느낀다면 이제부터라도 재정 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