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목표 4.34조→6.98조, 이미 6.67조 늘어 일반대출 여력 빠듯집단대출 순증액 총량서 100% 제외 … 중저신용 신용대출도 70% 예외8월 집단대출 1조원 넘게 급증 … 디에이치 방배 잔금 한도 1.55조로 확대일반 주담대·마통 규제는 유지 … 30조 확대에도 차주별 체감 온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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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가계대출 여력을 30조원 가까이 늘렸지만 돈이 흐르는 길은 더 선명하게 갈렸다. 잔금·집단대출에는 총량규제 예외까지 열어준 반면, 일반 주담대와 생활자금 대출은 빗장을 유지하면서 차주별 체감 격차가 커지고 있다.3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올해 가계대출 증가 목표는 기존 약 4조 3400억원에서 6조 9800억원으로 60%가량 늘었다. 금융당국이 8·13 대책을 통해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를 1.5%에서 3.0%로 높이면서다. 은행별 증가율도 지난해 말 잔액 대비 0.6~0.7%에서 1.0~1.1% 수준으로 높아진 것으로 전해졌다.늘어난 목표만큼 은행의 대출 여유가 커진 것은 아니다. 5대 은행의 정책성 대출 제외 가계대출은 2651조 6377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이미 6조 6677억원 증가했다. 새 목표와 단순 비교하면 남은 폭은 3000억원 남짓이다. 금융권 전체에 26조~30조원의 추가 공급 여력이 생겼지만 일반 주담대와 신용대출 등에 돌아갈 몫은 6조~8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금융당국은 총량을 늘리는 동시에 대출 종류별로 적용 기준을 달리했다. 금융감독원이 은행권에 제시한 새 관리 기준에 따르면 8월 이후 이주비·중도금·잔금대출 등 집단대출 순증액은 은행별 총량 산정에서 100% 제외된다.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순증액도 70%를 빼주고 오는 10월 시행되는 청년 특례전세대출에도 일정 비율의 예외가 적용된다. 늘어난 총량보다 규제에서 얼마나 제외되느냐가 은행의 실제 공급 여력을 가르는 구조다.대출 흐름은 이미 집단대출 쪽으로 기울었다. 5대 은행 집계 결과 지난 27일 집단대출 잔액은 149조 2951억원으로 7월 말보다 1조 525억원 늘었다. 2024년 9월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전체 주담대도 같은 기간 2조 4761억원 증가한 620조 4172억원을 기록했는데, 증가분의 약 43%를 집단대출이 차지했다. 집단대출은 지난 5월 5311억원, 6월 8606억원, 7월 6530억원 늘어난 데 이어 이달 증가폭이 처음 1조원을 넘어섰다.은행권의 영업 경쟁 역시 총량 부담이 덜한 집단대출로 옮겨붙고 있다. 내달 입주하는 서울 서초구 디에이치 방배에서는 5대 은행이 당초 5000억원이던 잔금대출 한도를 1조 5500억원까지 세 배 넘게 늘렸다. 총량 부담이 줄어든 데다 대규모 신축 단지는 담보가 명확하고 다수의 우량 차주를 한꺼번에 확보할 수 있어 은행 입장에서도 취급 유인이 크다. 올해 초 집단대출을 줄였던 일부 상호금융권도 다시 영업에 나서는 분위기다.일반 주담대 창구에서는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주택구입 목적 주담대 한도를 3억원으로 제한하고 있고 하나은행은 대출모집인을 통한 신규 주담대·전세대출 접수를 일부 중단했다. 우리은행도 영업점별 취급 한도를 낮췄다. NH농협은행이 변동형 주담대와 타행 대환대출 등을 순차적으로 재개했지만 은행권 전반의 정상화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일선 영업점에서는 연말 대출 물량을 미리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은행별·영업점별 월간 한도가 제한되면서 실행일보다 수개월 앞서 신청해야 하거나 해당 월 물량이 소진되면 다음 달 접수를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주담대가 통상 전세대출보다 일찍 접수되는 구조에서는 앞선 주택대출 신청으로 한도가 소진돼 뒤늦게 전세자금을 구하려는 차주의 선택지가 더 좁아질 가능성도 있다.신용대출의 공급 흐름은 더 보수적이다. 5대 은행의 지난 27일 잔액은 109조 7315억원으로 7월 말보다 218억원 줄어 넉 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신한·하나은행은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최대 5000만원 수준으로 제한하고 인터넷은행들도 한도를 줄이거나 신규 취급을 막고 있다.한국은행 통계에서도 신용대출 관리 필요성은 확인된다. 올해 2분기 신용대출과 증권사 신용공여 등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전분기보다 12조 8000억원 증가해 주택 관련 대출 증가액 12조 2000억원을 웃돌았다. 금융당국은 증시로 흘러갈 수 있는 '빚투' 자금을 경계하고 있지만 간병·교육·생계비 등 생활자금 역시 같은 신용대출 규제를 적용받는다. 자금 목적을 구분하기 어려운 총량관리 방식이 실수요까지 제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대출 규제 완화 이후 차주별 접근성 차이는 오히려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신규 분양·입주자와 정책지원 대상에는 총량에서 제외되는 별도 여력이 생긴 반면 기존 주택 매수자와 전세·생활자금 차주에게는 종전 관리 기준이 상당 부분 남아 있다.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하면서 주택 공급에는 차질을 주지 않겠다는 정책 조합이 은행 창구에서 대출 용도와 주거 형태에 따른 서로 다른 문턱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시중은행 관계자는 "집단대출을 중심으로 공급 여건이 좋아진 것은 맞지만 일반 주담대와 신용대출은 기존 총량관리를 계속 적용받고 있다"며 "영업점에서도 월별 한도를 고려해 상담과 접수를 받을 수밖에 없어 일반 차주가 체감할 정도로 대출 문턱이 빠르게 낮아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