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우스:오만의 신’ 익숙한 자동사냥과 수집 요소의 ‘리니지 라이크’게임 종료해도 사냥하는 ‘AI모드’ 눈길 … 파밍부터 퀘스트까지매운 과금 압박 없이 초반 플레이 무난 … 탄탄한 기본기 눈길
  • ▲ 제우스:오만의 신에서 만나게 되는 그리스 신화의 세계. 언리얼5로 화려하게 구현됐다.
    ▲ 제우스:오만의 신에서 만나게 되는 그리스 신화의 세계. 언리얼5로 화려하게 구현됐다.
    체력도 집중력도 10~20대 같지 않은 직장인에게 게임이란 제법 가혹한 취미다. 늘 피곤하고 졸린 그들이 게임에 쏟아낼 수 있는 시간은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이 스트레스 해소에 비교적 건전하고 경제적인 취미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처참한 순발력과 컨트롤의 '뉴데일리' 기자들이 직접 신작을 플레이해봤다. <편집자 주>

    국내 게이머에게 MMORPG가 주는 울림은 각별하다. 이른바 ‘리니지 라이크’로 꼽히는 이 장르는 섬세한 컨트롤을 요구하지도, 과감한 전략적 판단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필요한 것은 오로지 시간과 과금 뿐이다. 세상은 막대한 시간과 현금을 동원하는 이들을 ‘린저씨’라고 부른다.

    그런 의미에서 컴투스가 최근 선보인 ‘제우스:오만의 신’은 ‘리니지 라이크’의 공식을 충실하게 밟은 게임이다. 낯익은 자동사냥 시스템, 많이 본 것 같은 수집 요소와 장비 강화에서 익숙한 향기를 풍긴다.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했던가. 

    그런데 이 게임 심상치 않다. 내로라하는 MMORPG를 제치고 출시 직후 구글·애플 양대 앱 마켓에서 1위를 석권하면서 본격적인 흥행 몰이를 시작한 것. 최근 출시된 MMORPG 중에는 드문 열기다. 이 게임 정말 할만 할까. ‘제우스:오만의 신’을 직접 플레이해봤다. PC와 모바일 크로스 플레이를 통해 약 40시간, 캐릭터 레벨은 25까지 도달했다.
  •   자동 사냥만으로 큰 공을 들이지 않고도 사냥이 가능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제우스:오만의 신’는 꽤 똑똑한 게임이다. 과금이 곧 캐릭터의 강함으로 이어지는 ‘리니지 라이크’ 체계에서 극심한 경쟁 대신 나름 합리적인 재미를 추구한 흔적이 보인다. 

    사실 ‘리니지 라이크’의 핵심은 얼마나 시간을 태울 수 있느냐에 달렸다. 지루하고 반복적인 사냥을 통한 파밍(Farming)으로 캐릭터를 키우는 것이 경쟁의 본질인 셈. 최근 ‘리니지 라이크’는 고통스러운 시간을 대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제우스:오만의 신’의 자동사냥 ‘AI모드’는 ‘리니지 라이크’ 장르의 정수다. 자동사냥 자체야 새로울 것이 없는데, ‘제우스:오만의 신’의 ‘AI모드’는 내가 게임을 종료해도 캐릭터가 알아서 사냥하고 아이템을 줍는다. 체력 포션이 부족하면 알아서 상점을 방문해 구매까지 진행한다. 여기에 더 나아가 9900원의 멤버십만 있다면 일일 퀘스트부터 시간대 사냥 순회까지 설정할 수 있다. 물론 과금이 없더라도 하루 12시간의 ‘AI모드’가 가능하다. 이번 리뷰 플레이 시간이 40시간을 넘긴 것은 온전히 이 ‘AI모드’의 공이다.

  • ▲ AI모드. 얼마나 몇시간 사냥을 했고 얼마나 포션을 구매했는지, 어떤 아이템을 취득했는지까지 정리해준다.
    ▲ AI모드. 얼마나 몇시간 사냥을 했고 얼마나 포션을 구매했는지, 어떤 아이템을 취득했는지까지 정리해준다.
    의문이 생길 수 있다. 플레이는커녕 접속조차 할 필요 없는 게임은 무슨 재미에서 하냐고. 실제 ‘나는 자는데, 캐릭터는 야근을 하는’ 방치형 게임류가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내 옆에서 열심히 사냥하는 이 캐릭터가 AI인지 사람인지도 잘 모르겠다. 사람은 많은데, 대회가 없다. 어쩐지 외롭고 적적하다.

    이 답은 ‘리니지 라이크’ 그 자체다. 어디선가 본 시스템을 총망라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의상부터 탈것, 아이템 하나하나가 모두 수집 요소로 캐릭터의 강함을 결정한다. 여기의 장비의 강화, 신과, 업적, 교단 등 캐릭터의 전투력을 강화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

  •   캐릭터 시선이 카메라를 따라오는 연출도 신선하다.


    다행인 건 무과금이 사람취급을 받지 못하는 냉혹한 ‘리니지 라이크’ 세계관을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아직 플레이 초반부이기 때문인지 PVP 등 경쟁 요소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레벨업에는 메인 퀘스트인 ‘에픽’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데, 에픽 53까지는 과금 없이도 자동사냥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물론 진행이 될수록 캐릭터의 명중이 부족해지면서 데미지가 안 들어가고 내 캐릭터는 샌드백이 되는 상황이 빈번하게 벌어졌다. 과금 혹은 사냥이 부족했다는 이야기다. 

  • ▲ 스토리상 주요 캐릭터인 판도라. 목소리 만큼은 들어주기 힘들다.
    ▲ 스토리상 주요 캐릭터인 판도라. 목소리 만큼은 들어주기 힘들다.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다. 스토리의 핵심 캐릭터인 ‘판도라’의 목소리를 맡은 배우 박지현의 열연은 안타깝게도 손발이 오그라든다. 처음에는 AI 음성인가 착각했을 정도. 다행인 점은 초반 이후 ‘판도라’의 등장이 크게 줄어든다는 점일까.

    그럼에도 ‘제우스:오만의 신’이 탄탄한 기본기를 갖췄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막대한 시간과 군자금을 준비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즐길만한 요소가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다. 언리얼5 엔진으로 만들어진 화려한 그래픽의 그리스 신화 세계는 그 자체를 보는 재미가 있다. 물론 막대한 과금이 필수적인 중후반부의 경쟁 요소는 감안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 또한 ‘리니지 라이크’의 재미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