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넨텍·릴리와 올해 최대 5조원 기술이전 … 선급금 3758억원잇단 기술반환 이후에도 매출 13~15% R&D 투자 지속HM12525A, 얀센 반환 뒤 MSD에 재수출 … 에페글레나타이드 자체개발HM71224 반환했던 릴리도 7년 만에 새 파이프라인 도입
  • ▲ 한미약품 사진=정상윤 기자. 240805 ⓒ뉴데일리
    ▲ 한미약품 사진=정상윤 기자. 240805 ⓒ뉴데일리
    한미약품이 과거 잇따른 기술반환을 딛고 글로벌 빅파마와 다시 대규모 기술수출 계약을 성사시키고 있다. 올해 일라이 릴리와 제넨텍에 신약후보물질을 잇달아 기술이전하면서 최대 5조원 규모의 계약을 확보했다.

    2015년을 전후해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수출했던 주요 신약후보물질의 권리가 잇따라 반환됐지만, 연구개발(R&D)을 지속한 결과다. 반환받은 일부 파이프라인은 새로운 적응증으로 재수출하거나 자체개발을 이어갔고, 새로운 후보물질도 글로벌 제약사의 선택을 받았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올해 글로벌 빅파마인 릴리와 로슈그룹 산하 제넨텍을 상대로 두 건의 대규모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6월에는 릴리에게 바이오 신약후보물질 '소네페글루타이드'의 개발·제조 및 상업화 권리를 이전했다. 소네페글루타이드는 단장증후군을 적응증으로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계약금은 7500만달러(약 1129억원)다. 임상개발과 규제 승인, 상업화에 따른 마일스톤을 포함하면 총계약 규모는 최대 12억6000만달러(약 1조8973억원)로 늘어난다. 제품 출시 이후 매출에 따른 로열티는 별도다.

    이어 24일에는 제넨텍과 비만·당뇨 등 대사질환 신약후보물질 'HM17321'의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반환 의무가 없는 선급금은 1억9000만달러(약 2629억원), 단계별 기술료를 포함한 총계약 규모는 최대 23억500만달러(약 3조1892억원)다. 제품 출시 후 매출에 연동한 로열티도 별도로 받는다.

    HM17321은 기존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계열 치료제와 다른 방식으로 작용하는 유로코르틴2(UCN2) 유사체다. 기존 비만치료제의 한계로 꼽히는 근육 등 제지방량 감소를 보완하도록 설계됐다. 한미약품이 임상 1상을 마치면 제넨텍이 임상 2상부터 후속 개발을 맡는다.

    제넨텍으로부터 받는 선급금은 한미약품이 단일 후보물질 기술수출 계약으로 확보한 금액 가운데 최대 규모다. 올해 릴리와 제넨텍 두 건의 계약을 합친 규모는 최대 5조865억원, 선급금만 3758억원에 달한다.

    올해 성과는 10여년 전 한미약품이 경험했던 연이은 기술반환과 대비된다.

    한미약품은 2015년을 전후해 글로벌 제약사들과 대형 기술수출 계약을 잇달아 체결했지만 이후 주요 후보물질의 권리가 반환됐다.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수출한 폐암 신약 '올무티닙(HM61713)'은 이듬해 권리가 돌아왔고, 릴리에 이전했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HM71224'도 임상 2상 과정에서 개발이 중단되면서 2019년 반환됐다.

    기술반환 이후에도 개발을 이어가 새로운 기회를 확보한 파이프라인도 있다.

    2015년 얀센에 비만·당뇨 치료제로 기술수출한 'HM12525A'는 2019년 반환됐지만, 한미약품은 개발을 중단하지 않았다. 새로운 개발 가능성을 모색한 끝에 2020년 미국 MSD(머크)에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치료제로 최대 8억7000만달러 규모로 다시 기술수출했다. 현재 '에피노페그듀타이드'라는 이름으로 개발되고 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도 자체개발로 방향을 전환했다. 한미약품은 2015년 지속형 GLP-1 계열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를 사노피에 기술수출했지만 2020년 권리를 돌려받았다. 이후 국내 비만치료제로 개발을 이어가 임상 3상을 마쳤으며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기술반환은 후보물질의 효능·안전성뿐만 아니라 파트너사의 사업전략과 R&D 우선순위, 경쟁환경 변화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결정된다. 권리반환 이후 추가 연구를 통해 적응증을 변경하거나 데이터를 보완해 새로운 파트너를 찾는 것도 가능하다.

    올해 릴리와의 계약도 눈에 띈다. 2019년 HM71224를 반환했던 릴리가 7년 만에 한미약품의 또 다른 후보물질인 소네페글루타이드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과거 기술반환과 별개로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놓고 양사가 다시 파트너십을 맺은 셈이다.

    한미약품은 기술반환이 이어진 이후에도 R&D 투자를 확대해왔다. 연구개발비는 2023년 2050억원에서 2024년 2097억원, 지난해 2290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전년동기 1061억원 대비 18.2% 증가한 1255억원을 집행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신약 파이프라인의 개발단계에 따라 해마다 발생하는 R&D 비용에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매년 연매출액의 13~15% 수준을 R&D 분야에 꾸준히 투자해오고 있다"며 "앞으로도 현재의 투자 기조를 유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만·대사, 항암, 희귀질환 등 미충족 수요가 높은 분야에서 지속가능한 혁신 모델을 구축하며 R&D 중심 기업으로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