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전남 숙원과제 현실화 단계 … 교육부·복지부 정부 심사 남아신설 정원 100명 배분도 변수 … 경국대 50명 신청에 분할 가능성지역인재 선발 넘어 수련·필수과 선택·전문의 정착까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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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류하던 전남광주 국립의대 신설이 순천대 단독 후보 선정으로 다시 닻을 올렸다. 다만 의대 신설 이후 실제 의사가 배출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데다 지역의사제로 10년간 복무를 마칠 무렵에는 상당수가 '베테랑 의사'로 거듭나는 시기여서 더 나은 근무여건과 보상, 경력 개발 기회를 찾아 수도권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인구감소로 지역 의료수요와 정주 기반까지 약화될 경우 장기 정착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1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국립의대 신설 후보대학 심사 결과 순천대가 89.15점을 받아 목포대 87.85점을 1.30점 차로 앞섰다며 순천대를 교육부에 추천하기로 했다.

    이번 평가는 의대 신설 추진체계와 교육시설 확보계획, 교육병원 확보계획, 교원 확보계획, 의대·교육병원의 역할과 책임 등 5개 항목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대학의 점수 차이를 가장 크게 벌린 항목은 교원 확보계획이었다. 순천대는 21.72점으로 목포대 20.55점보다 1.17점 높았다. 전체 점수 차이가 1.30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교수 인력 확보 방안이 후보 선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셈이다.

    교육시설 확보계획에서는 목포대가 18.57점으로 순천대 18.22점보다 0.35점 앞섰다. 반면 순천대는 교육병원 확보계획과 의대·교육병원의 역할·책임 항목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 통합의대 무산 뒤 순천대 단독 … '지역의사' 정착구조 시험대

    전남광주 국립의대 논의는 추진 과정에서 당초 청사진이 크게 바뀌었다. 교육부는 당초 목포대와 순천대의 통합을 전제로 국립의대 신설 계획을 추진했다. 지역 의료격차 해소와 필수·공공의료 기반 강화가 핵심 명분이었다.

    그러나 두 대학은 수차례 통합 협상에도 의대와 대학병원 소재지를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결국 통합 논의가 무산됐고 이후 정부가 두 대학 가운데 한 곳을 선정해 추천하도록 하면서 다시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순천대가 최종 후보로 선정되면서 전남광주는 통합의대 대신 단일 대학 의대 신설계획을 정부에 제출했다. 순천대는 후보 선정 이후 지역인재가 고향에서 의학을 공부하고 지역주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등 지역에서 부족한 필수의료 인력을 양성하고 중증·응급의료 공백을 메울 대학병원을 구축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관건은 의대 신설과 지역인재 선발이 실제 지역 의료현장의 인력 확충으로 연결될지 여부다. 

    정부 방침대로 지역의사제로 선발될 경우 일정 기간 지역에서 의무복무하게 되지만 복무기간이 끝난 이후에도 해당 지역에 정착할지는 별개의 문제다. 지역에 근무하더라도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등 인력 부족이 심한 필수의료 분야를 선택할지 역시 또 다른 변수다.

    의료계 관계자는 "지역의사제를 통해 일정 기간 지역 근무를 유도할 수는 있지만 의무복무 이후까지 해당 지역에 정착할지는 별개의 문제"라며 "장기적으로 지역에 남을 수 있는 수련환경과 근무여건, 보상체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필수의료 인력난 역시 의사 숫자를 늘리는 것만으로 해소되기는 어렵다"며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등 필수의료 분야의 업무강도와 의료사고 부담, 보상 문제가 그대로라면 의대 정원 확대가 곧바로 필수과 인력 확충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대 졸업 이후 어디에서 수련하느냐도 장기 정착과 맞물리는 요소다. 지역의사제로 일정 기간 지역 근무가 이뤄지더라도 전공의 수련과 전문의 취득 과정이 지역 의료체계 안에서 이어지지 않으면 의무복무 종료 이후 장기 정착으로 연결되기 쉽지 않다.

    신설될 대학병원은 이 과정에서 교육과 수련의 중심축을 맡게 된다. 그러나 의대생 임상교육과 중증·응급환자 진료, 필수과 전공의 수련까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진료·수련 역량을 단기간에 확보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게 의료계의 시각이다.

    한 지역 중소병원장은 "의대 하나를 새로 만드는 것보다 지금 있는 지역 거점병원을 제대로 키우는 게 더 시급하다"며 "초고령사회에서는 고령환자가 실제로 입원하고 응급·중증진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 기능을 강화하지 않으면 의대 정원만 늘려도 지역의료 공백은 그대로 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인구가 계속 줄어드는 인구통계학적 흐름까지 감안하면 국립의대 신설만으로는 중장기적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 100명 받을까, 50명 나눌까 … 정원 배분도 변수

    정부 심사 과정에서는 신설 의대 정원 배분도 변수다. 전남광주와 순천대는 정원 100명 규모를 전제로 추진계획서를 제출할 방침이다. 반면 경북도와 경국대는 앞서 제출한 추진계획서에 정원 50명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신설 정원 100명을 순천대 한 곳에 모두 배정할지, 순천대와 경국대에 각각 50명씩 배분할지를 두고 여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정원 규모는 단순한 입학생 숫자에 그치지 않는다. 의대 신설 단계부터 교수진과 교육시설, 임상교육을 담당할 병원 인프라를 정원에 맞춰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역·필수의료 인력을 안정적으로 배출한다는 정책 목적을 감안하면 입학정원과 졸업 이후 수련을 담당할 전공의 교육 기반도 함께 맞물린다.

    다만 순천대가 전남광주 후보로 선정됐다고 해서 의대 신설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교육부와 복지부가 참여하는 의대설립추진기획단은 순천대와 경국대의 추진계획을 토대로 의대 신설 필요성과 교육시설·교육병원·교원 확보 가능성 등을 검토해 신설 대학과 정원 규모를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