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개편 발표 29일 만에 유턴 … 비거주 1주택 종부세 기본공제 9억→12억강남 집주인들 분통 … '개포자이프레지던스' 3억원 낮춰 매도 후 호가 재상승규제 완화·공급난·전세난에 집값 또 뛸 듯 … '버티면 된다' 학습효과 또 각인
  • ▲ 서울 한강변 아파트 전경. ⓒ뉴데일리DB
    ▲ 서울 한강변 아파트 전경. ⓒ뉴데일리DB
    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부담 강화 방안을 전격 철회했다. 기본공제액은 당초 제시했던 9억원이 아닌 현행 12억원으로 유지하고, 세 부담 상한선도 200%에서 150%로 원상복귀하기로 했다. 세제개편안 발표 29일 만에 완화안을 내놓은 것은 성난 부동산 민심이 급격한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진 까닭이다.

    하지만 한번 끓어오른 여론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세제개편안 발표 전후 집을 선제적으로 급매 처분한 이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 10억원 한도 등 핵심 규제는 그대로 유지된다는 비판도 상당하다.

    규제 완화 조짐에 급매물 회수 … 집 팔린 소유주만 손해

    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전날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액 12억원 유지 등을 골자로 한 세법 개정안이 확정되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정부 말 믿고 집 팔았으면 큰일날뻔", "먼저 집 판 사람은 어쩌란 말인가" 등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정부가 양도소득세와 종부세 폭탄을 예고한 지난 7월부터 강남 일대에서는 시세보다 수억원 낮춘 급매물이 쏟아졌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을 보면 강남·서초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인 8월 둘째 주 각각 -0.02%, -0.04%로 하락 전환 뒤 내림세를 지속해왔다.

    하지만 고강도 규제에 대한 반발 여론과 지지율 하락에 놀란 당정이 비거주 1주택자의 세 부담을 다시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자 강남 부동산 시장에도 변화 조짐이 나타났다. 급매를 내놨던 집주인들이 하나둘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다시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 공급난에 전세난까지 … 세금 늘어도 집값 더 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을 보면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전용 59㎡는 지난달 8일 28억원에 손바뀜됐다. 같은 평형 직전 거래가격이 31억500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시세보다 3억원 가량 낮은 금액에 급매 처분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해당 매물 호가는 1일 기준 31억원까지 다시 올라온 상태다.

    또한 서초구 잠원동 '반포센트럴자이' 전용 84㎡는 지난달 11일 46억원에 매매계약서를 썼다. 2025년 10월 거래가인 49억8000만원에서 10개월만에 3억8000만원 빠졌다. 이후 규제 완화가 가시화되면서 매물 호가는 다시 50억원대로 올라섰다.

    시장에선 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와 주택 공급난, 전세난 등 요인이 겹치면서 서울과 수도권 집값을 밀어올릴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정부의 규제 강공에 못이겨 집을 먼저 판 사람만 손해를 보게 된 셈이다.

    강남구 J공인중개소 대표는 "집을 급매로 처분한 소유주들의 불만이 상당하다"며 "'버티면 결국 집값은 오른다', '정권은 유한하다'는 강남 집주인들의 학습효과만 또한번 각인시킨 꼴"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세제개편안 완화를 계기로 호가를 다시 1억~2억원씩 올리겠다는 소유주들이 꽤 있다"고 귀띔했다.

    장특공 10억 캡은 유지 … 실제 시행 여부는 미지수

    장특공 한도 10억원 제한을 비롯한 핵심 규제안은 고쳐지지 않았다는 불만도 상당하다.

    정부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2028년부터 1가구 1주택 장특공제는 장기거주소득공제로 개편된다. 기존에는 상한이 없던 공제액 한도가 2028년엔 20억원, 2029년엔 10억원으로 신설된다. 장특공 경우 이번 수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정부안이 일단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본격적인 시행까진 아직 3년의 시일이 남은 데다 장특공 한도 철회를 요구하는 여론이 만만치 않아 현실화 가능성은 미지수다.

    지난달 11일 국회전자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1세대 1주택 실거주자 장기보유특별공제 10억원 한도 신설 철회 요청에 관한 청원'은 1일 기준 5만6360명이 동의한 상태다. 공개된 날로부터 30일 내 5만명 이상 동의를 얻은 청원은 소관 국회 상임위원회에 회부돼 심사를 받게 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확정된 세제개편안은 일부 내용이 수정되기는 했지만 사실상 기존안과 동일한 수준의 규제 강화 틀을 유지했다고 봐야 한다"며 "정부 규제에도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강남 등 고가지역도 급매 소진 후 가격 회복세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