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AI 생성형 이미지.ⓒ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지방 중소 건설사들의 경영난이 행정처분으로 번지고 있다. 재무·신용상태 등을 토대로 발급되는 보증가능금액확인서가 실효된 업체들이 건설업 등록기준 미달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고 있다. 일부는 정지기간에도 기준을 회복하지 못해 등록 자체가 말소됐다. 영업정지 기간에는 신규 수주가 막히는 만큼 자금 여력이 부족한 업체의 경영 정상화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부산시는 지난달 디케이종합건설과 유건, 삼토종합건설에 각각 건축공사업 영업정지 5개월 처분을 내렸다. 세 업체 모두 건설업 등록기준 가운데 보증가능금액 기준 미달이 처분 사유로, 보증가능금액확인서가 실효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정지 기간은 오는 10월 15일부터 내년 3월 14일까지다.
인천에서도 동일건설과 흥왕종합건설이 같은 이유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동일건설은 오는 25일부터 내년 2월 24일까지 5개월, 흥왕종합건설은 내년 3월 24일까지 6개월간 영업이 정지된다. 두 업체 모두 건설업 등록기준 가운데 보증가능금액 미달이 처분 사유다.
보증가능금액확인서는 건설업 등록을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하는 요건 가운데 하나다.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에 따르면 금융기관 등은 확인서를 발급하기 전 해당 건설사의 재무상태와 신용상태 등을 평가한다. 평가 결과에 따라 업종별 자본금의 25~60% 범위에서 담보를 받거나 현금을 예치하도록 하고, 자본금 기준 이상의 금액에 대해 보증할 수 있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발급한다.
건설사가 공사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비해 일정 수준의 보증 능력을 갖췄는지를 확인하는 장치인 셈이다. 재무·신용상태에 대한 평가와 담보·현금예치 등 발급기관이 정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확인서가 실효될 수 있고, 이 경우 건설업 등록기준 미달로 행정처분 대상이 된다.
영업정지 처분으로 끝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인천 연성이앤씨는 보증가능금액확인서 실효로 지난해 11월 14일부터 올해 5월 13일까지 토목·건축공사업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지만 정지기간이 끝날 때까지 등록기준 미달 사항을 보완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인천시는 지난달 24일 이 회사의 토목공사업과 건축공사업 등록을 말소했다.
건설업 폐업도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 27일까지 건설업 폐업 공고는 2843건으로 집계됐다. 2023년 연간 2293건보다 24% 많은 규모다. 2024년 2336건, 지난해 2255건 등 최근 연간 폐업 공고가 2000건대 초반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지방의 증가폭도 크다. 지역별 세부 현황이 집계된 지난달 25일 기준 올해 폐업 신고는 2798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2218건보다 26.1% 늘었다. 서울 외 지역 폐업은 2446건으로 전년 대비 26.7% 증가했다. 전체 증가분 580건 가운데 515건이 서울 밖에서 발생했다.
최근에는 지역 중견 건설사도 경영난을 겪고 있다. 올해 시공능력평가 67위이자 대구 지역 3위 업체인 태왕이앤씨는 지난달 21일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광주·전남에서도 유탑건설 등 지역 건설사들이 회생절차를 밟는 등 지방 건설업계의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다.
영업정지 처분을 받더라도 기존 공사가 곧바로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건설산업기본법은 처분 전에 도급계약을 체결했거나 관계 법령에 따라 인허가를 받아 착공한 공사는 계속 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반면 처분 이후에는 새로운 영업활동이 제한돼 신규 공사를 따내기가 어렵다.
지방 중소 건설사들은 미분양 적체와 공사비 상승, 공사대금 회수 지연 등으로 현금흐름 부담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특히 자금 조달 여력이 상대적으로 작은 업체는 신규 일감이 끊기면 기존 사업에서 발생한 손실이나 미수금을 메울 자금 확보도 어려워질 수 있다. 시공능력평가 20~100위 중 분기별 공시를 하는 중견 건설사 27곳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공사 미수금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41.3%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에서는 이미 자금 사정이 악화된 업체가 영업정지로 신규 수주까지 제한될 경우 경영 정상화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지방 미분양으로 분양대금 회수가 늦어지고 공사비 부담까지 커진 상황에서 새로운 공사를 통한 현금 유입마저 줄면 유동성 부담이 커진다"고 말했다.
반면 보증가능금액확인서 실효에 따른 영업정지를 건설업계 전체의 부실 신호로 해석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보증기관이 건설사의 재무·신용 상태를 평가해 보증 여부와 한도를 정하는 것은 향후 공사 중단이나 보증사고에 따른 손실을 관리하기 위한 절차라는 설명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보증기관 입장에서는 재무·신용 상태가 좋지 않은 업체에까지 무리하게 보증을 제공하기 어렵다"며 "보증사고가 한꺼번에 발생하면 보증기관의 재무 건전성에도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일정한 기준을 두고 보증 여부와 한도를 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폐업이나 영업정지 증가만으로 건설산업 전체의 위기를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연구위원은 "최근 건설경기가 좋지 않은 것은 분명하지만 폐업만 놓고 업계 전체의 위기로 보기는 어렵다"며 "건설업은 폐업한 만큼 신규 등록도 계속 이뤄지고 있어 이를 함께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