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사퇴에도 레버리지 ETF·부동산 정책 책임론 확산가계대출 총량 1.5%→3% 선회, 부동산금융 조율 부담 커져경제라인 재편 속 지배구조 개편·가계부채 등 금융현안 산적금감원 이전 반발까지 겹쳐 … 이억원·이찬진 정책·감독 역량 시험대
  • ▲ 왼쪽부터 김용범 정책실장,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찬진 금감원장 ⓒ각 기관
    ▲ 왼쪽부터 김용범 정책실장,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찬진 금감원장 ⓒ각 기관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물러났지만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와 부동산 정책에서 불거진 책임론은 금융당국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의 사퇴 압박에 내부 불만까지 겹치면서 경제라인 쇄신에서 비켜선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의 정책 추진력도 흔들리고 있다.

    2일 금융권과 관가에 따르면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에 이어 경제정책을 총괄하던 김 실장까지 교체되면서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향후 정책 방향과 역할 변화에 촉각을 세우는 분위기다. 경제라인이 사실상 새 진용을 갖춘 만큼 그동안 청와대와 재경부를 중심으로 이뤄졌던 경제·금융정책 조율 과정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서다. 증시와 부동산을 둘러싼 정책 혼선까지 맞물리면서 금융위와 금감원이 직접 감당해야 할 부담도 커졌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남은 금융당국 수장들을 정조준하고 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레버리지 ETF 3인방 중 남은 두 명인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이찬진 금감원장도 경질하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관련 국정조사 요구서 작성도 마쳤다. 조국혁신당 역시 이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등 김 실장 퇴장 이후에도 책임 공방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공세가 이어지는 배경에는 정책을 내놓은 뒤 다시 손질하는 과정에서 흔들린 신뢰가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과열 논란이 커지자 당국은 기본예탁금을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3배 높였다. 규제 직전 12조 4485억원이던 관련 16개 상품의 하루 거래대금은 이후 9412억원으로 92% 급감했다. 상품 도입 당시 위험 검증이 충분했는지를 둘러싼 논란에 시장 급변 이후 규제를 강화했다는 비판까지 겹쳤다.

    부동산에서는 정책 메시지와 집행의 엇박자가 두드러졌다. 김 실장은 수도권 집값과 투기 수요를 겨냥해 연일 강한 메시지를 냈지만 금융당국은 지난 4월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1.5%로 낮췄다가 실수요자 불편과 '대출 오픈런'이 불거지자 넉 달 만에 3%로 되돌렸다. 금융권의 대출 여력도 약 30조원 늘었다. 부동산 시장을 향한 메시지는 강했지만 정작 대출정책은 넉 달 만에 원점에 가까워지면서 시장에 엇갈린 신호를 줬다는 지적이 나왔다. ETF에 이어 부동산에서도 정책의 일관성이 흔들리면서 김 실장이 물러난 뒤 책임론의 시선이 금융당국으로 이어지는 배경이 됐다.

    정책 신뢰를 다시 쌓아야 할 시점에 경제라인까지 재편되면서 이 위원장이 직접 조율해야 할 영역은 더 넓어졌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편안은 연초부터 예고됐지만 9월에 접어들도록 발표 시점조차 확정되지 않았다. CEO 승계와 사외이사 선임을 진행 중인 금융지주들은 제도 변경 가능성을 열어둔 채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금융위 내부에서도 새 경제라인과 정책 방향을 다시 맞춰야 하는 만큼 주요 현안의 우선순위와 추진 속도에 촉각을 세우는 분위기다.

    부동산금융은 그중에서도 가장 민감한 영역이다.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올해 들어 7개월 연속 증가했다. 총량 목표를 3%로 높였지만 이주비·중도금·잔금대출은 별도로 관리하고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에는 규제를 이어가야 한다. 기준금리도 7월과 8월 두 차례 연속 0.25%포인트씩 올라 3.00%가 됐다. 가계부채와 집값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실수요자의 자금줄을 확보하고 높아진 이자 부담까지 고려해야 해 금융위의 선택지는 한층 좁아졌다.

    금감원은 정책 혼선에 대한 감독 책임에 조직 내부 동요까지 겹쳤다. 레버리지 ETF의 사전 위험검증과 투자자 보호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방 이전 논의가 직원 반발로 번지고 있다. 노조 설문에 참여한 1538명 가운데 85.6%가 이전 시 이직을 고려한다고 답했다. 40세 미만은 92.5%, 변호사는 94.2%, 회계사는 90.6%에 달했다. 이 원장이 지방 이전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논의가 장기화하면 고위험 상품 감독과 소비자 보호 등 본연의 업무에 투입할 조직 역량까지 분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안팎의 부담이 커지는 동안 금융당국의 역할은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내년도 금융위 소관 예산은 9조 2417억원으로 올해보다 98.7% 증가했다. 국민성장펀드 등 성장잠재력 제고에 1조 550억원, 서민생활 안정에 1조 828억원, 청년 자산형성에 2조 855억원이 편성됐다. 생산적금융과 포용금융 확대부터 금융회사 건전성, 가계부채·부동산금융,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편까지 금융위가 끌고 가야 할 사안이 적지 않다. 금감원도 고위험 상품 감독과 소비자 보호에 지방 이전을 둘러싼 조직 관리까지 떠안고 있다.

    김 실장의 퇴장은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책임을 더욱 선명하게 만드는 변수가 됐다. 경제·금융정책 조율의 한 축이 빠진 만큼 앞으로는 주요 정책의 판단과 집행 결과가 금융위와 금감원의 역량으로 보다 직접적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의 공세와 내부 동요를 추스르면서 가계대출·부동산금융과 지배구조 개편, 고위험 상품 감독에서 성과를 내느냐가 이 위원장의 정책 조정력과 이 원장의 감독 역량을 가를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경제라인이 교체됐다고 금융정책에서 불거진 문제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이 시장과 조직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정책 혼선이 다시 반복된다면 책임론은 지금보다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