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보험 등 상품군 넓히고 거래 편의성 강화계좌 유치보다 가입 이후 관리 역량에 초점 비대면 수수료 면제·인하, 선택권 확대 총력
  • ▲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증권사로 퇴직연금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은행권이 개인형퇴직연금(IRP)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증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좁은 상품 선택권과 거래 편의성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상품 라인업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자산관리 서비스와 수수료까지 경쟁 영역을 넓히는 모습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시행된 2024년 10월 말부터 올해 6월 말까지 은행에서 증권사로 이동한 적립금은 5조2225억원에 달했다. 반면 같은 기간 증권사에서 은행으로 이동한 금액은 1조2984억원에 그쳤다.

    시장 점유율에서도 증권사의 추격세가 나타난다. 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 점유율은 실물이전 제도 시행 이후 51.9%에서 50.8%로 낮아진 반면, 증권사는 27.9%에서 29.8%로 상승했다. 증권사는 수익률뿐 아니라 ETF 등 투자상품의 선택 폭과 앱을 통한 거래 편의성을 앞세워 연금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이 같은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IRP 경쟁력을 상품 자체에만 두지 않고 운용 과정 전반으로 확대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전날 미래에셋생명과 업무협약을 맺고 이날부터 전국 영업점에서 IRP 전용 '보증형 실적배당보험'을 판매한다. 실적배당형 상품의 투자성과와 연금 지급의 안정성을 결합한 상품으로 은행권에서 처음 선보이는 형태다.

    IRP 계좌를 통해 가입하는 거치형 상품으로, 가입 시 예치한 원금을 20년간 분할 지급하도록 설계됐다. 투자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20년간 연금 지급을 보증하고, 투자 성과가 좋아 20년 이후에도 적립금이 남으면 소진될 때까지 연금 지급이 이어진다.

    거래 편의성을 높이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KB국민은행은 퇴직연금 계좌에서 ETF를 매도한 당일 다른 ETF를 매수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했다. ETF 실시간 시세 조회와 거래 단계 안내 기능도 추가해 상대적으로 불편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거래 환경을 보완했다.

    최근에는 거래 편의성이나 상품 라인업뿐 아니라 가입 이후 관리 역량까지 은행권의 경쟁 영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증권사가 투자상품과 거래 시스템을 앞세워 연금자금을 끌어가는 만큼 은행도 단순히 계좌를 유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의 투자 성향과 은퇴 시점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방향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신한은행은 ETF를 포함한 실적배당형 상품 선택권을 확대하는 한편 장기 자산배분과 포트폴리오 관리도 강화하고 있다. 은행권 최다 수준인 242개 ETF를 제공하고, 전문 상담직원이 퇴직연금 운용 현황과 수익률을 상담하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우리은행은 투자성향에 따른 모델포트폴리오를 제공해 고객별 맞춤형 운용을 지원한다. NH농협은행도 ETF와 펀드 등 상품 라인업을 확대하는 동시에 개인투자용 국채와 비대면 화상 컨설팅 등을 통해 상품 선택과 사후관리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증권사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 부담을 낮춰 고객의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수수료 경쟁도 이어지고 있다.

    KB국민은행은 개인형IRP 비대면 가입 시 적립금 규모에 따라 운용관리수수료를 낮추거나 면제하는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일시부담금 5000만원 이상을 비대면으로 신규 가입하면 운용관리수수료가 0%이고, 개인부담금 역시 비대면 가입 시 대면보다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한다. 우리은행도 비대면 IRP의 운용·자산관리 수수료를 면제하는 방식으로 비용 부담을 낮추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IRP 고객의 선택권을 넓히는 것이 결국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증권사 수준으로 단번에 상품을 확대하기보다는 고객의 투자 성향에 맞는 상품을 지속적으로 추가해 나가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