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순이익 8.7조원…전년比 38%↑대형사 사상 최대 실적, 중소형사 여전히 못 미쳐부동산PF 리스크 완화…기업금융으로 위험 축 이동한기평, 산업전망 '중립적'·신용도전망 '안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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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증권업계가 증시 활황에 힘입어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거뒀지만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수익성 격차는 더욱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PF 부실 부담이 완화되는 대신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를 중심으로 기업대출과 발행어음·IMA 운용이 확대되면서 향후 업계의 신용도는 기업금융 리스크 관리와 유동성 대응 역량에 좌우될 전망이다.

    2일 한국신용평가(한기평)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도 증권사의 합산 순이익은 3조9000억원으로 성장세를 이어갔다. 투자중개와 운용부문의 영업순수익이 큰 폭으로 늘어난 데다 IB부문도 부동산 관련 대손비용이 줄고 전통 IB 업무가 확대되면서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특히 올해 상반기부터는 국내 증시가 예상보다 크게 오르면서 증시 호황의 수혜가 대형사를 넘어 업권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 대형사 쏠림 여전한 실적 호황

    그룹별로 보면 온도차가 뚜렷하다. 대형사의 지난해 순이익은 7조7000억원으로 이미 초저금리 시기의 최대 실적을 넘어섰지만 중형사(7000억원)와 소형사(3000억원)는 여전히 과거 최대치에 못 미친다. 대형사는 우수한 자본력과 넓은 영업망을 바탕으로 투자중개·운용부문에서 시장 성장을 주도한 반면 중형사와 소형사는 그간 경감된 부동산PF 관련 대손부담이 실적 회복의 주된 요인이었던 만큼 상대적으로 지속성이 약하다는 평가다. 리테일과 IB 경쟁력을 단기간에 끌어올리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실적 양극화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증권업 규제와 정책도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중심으로 재편됐다. 발행어음 인가사는 4개사에서 7개사로 늘었고 IMA(종합투자계좌) 인가사는 3개사(한투·미래·NH)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종투사의 조달·운용 확대를 유도하면서 발행어음·IMA 시장은 향후 기업금융 자금공급의 주요 수단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리스크 축, 부동산PF에서 기업금융으로

    증권업의 자산건전성을 짓눌러온 부동산PF 부실 우려는 뚜렷하게 완화되는 모습이다. 사업성 평가 기준을 강화한 충당금 적립과 브릿지론 정리가 진전되면서 순고정이하자산 대비 자기자본 비율은 2024년 말 9.7%로 고점을 찍은 뒤 올해 3월 말 8.2%까지 낮아졌고 충당금 대비 고정이하자산 비율도 68% 수준에서 손실흡수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건전성 관리의 무게중심은 부동산금융에서 기업금융으로 옮겨가는 중이다. 종투사를 중심으로 기업대출이 빠르게 늘면서 합산 잔액은 2023년 말 27조원에서 올해 3월 말 42조원으로 불어났고 발행어음·IMA 시행이 본격화할수록 이런 추세는 더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자본적정성은 올해 3월 말 기준 조정영업순자본비율이 대형사 183.5%, 중형사 312.4%, 소형사 305.0%로 업권 전반이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대형사는 이 비율이 200%를 밑돌고 있어 발행어음·IMA 등 조달 확대에 상응하는 자본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동성 측면에서도 장기성 투자 확대와 발행어음을 통한 조달 증가로 비매치 차입부채 대비 자기자본 비율이 2020년 말 138.4%에서 올해 3월 말 218%까지 상승, 단기금융시장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조달채널 다변화와 차입부채 만기 장기화 등 선제적 유동성 관리가 요구되고 있다.

    이에 한기평은 증권업의 2026년 하반기 산업전망을 '중립적', 신용도전망을 '안정적'으로 내다봤다. 증시 거래대금 상승 등 금융환경은 우호적이지만 고금리 국면 전환은 운용부문에 부담 요인으로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의 실효성과 높은 증시 변동성이 향후 업황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혔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담보가치가 비교적 안정적인 부동산과 달리 기업금융은 차주기업의 재무구조와 현금흐름, 산업환경에 따라 가치가 좌우되는 만큼 취급전략과 신용위험 심사·리스크관리 역량이 향후 신용도를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