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0년물 4.8%·日 3% … 주요국 장기금리 수십 년 만에 최고韓 내년 지출 820.9조, 한은은 기준금리 3%로 연속 인상국내은행 부실채권 18.9조 … 중기 신규부실 4.5조로 급증변동형 주담대 68.1% … 시장금리 뛰며 가계 '고금리 출구'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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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과 일본의 장기금리가 수십 년 만의 고점으로 치솟은 가운데, 한국 정부는 내년 지출을 820조 9000억원까지 늘리는 역대 최대 예산을 꺼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연 3.00%까지 올려 물가를 조이는데 재정은 반대로 팽창하면서 차주들의 '고금리 출구'가 더 멀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美 4.8%·日 3% … 세계 덮친 '장기금리 쇼크'

    2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전날 4.79%대로 올라 2025년 1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30년물도 5.27%까지 뛰었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되살아난 데다 정부 부채와 국채 공급 부담,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겹치면서 장기물을 중심으로 매도세가 확산했다.

    금리 충격은 미국에 그치지 않았다. 일본 10년물 국채금리는 1996년 이후 처음으로 장중 3%를 돌파했다. 영국 30년물도 5.9%에 육박해 1998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고 독일 장기금리 역시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물가와 재정 부담, 추가 긴축 우려가 맞물리면서 주요국 채권시장이 동시에 흔들리는 모습이다.

    일본의 금리 상승은 글로벌 자금 흐름에도 변수다. 초저금리 엔화로 자금을 조달해 해외 채권에 투자했던 일본계 자금이 자국으로 돌아가면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국채 수요가 약해질 수 있어서다. 프라샨트 뉴나하 TD증권 선임 금리전략가는 최근 일본 채권시장의 변화를 "진정한 체제 변화(regime change)"라고 평가했다.

    긴축을 둘러싼 신호도 강해지고 있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잭슨홀 연설에서 기조적 물가 흐름이 충분히 개선됐다는 확신이 없다면 연준에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으로 내려오지 않을 경우 추가 대응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백악관은 반대편에서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우리 금리는 너무 높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금리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 논의도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의 공개적인 인하 요구에도 시장은 유가와 물가 상승을 근거로 추가 긴축 가능성을 높여 반영하고 있다.

    ◆ 돈 죄는 한은, 820조 푸는 정부

    해외 장기금리 상승은 국내 채권시장에도 번졌다. 이날 오전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3.6bp 오른 연 3.914%를 기록했고 10년물도 3.7bp 상승한 4.408%까지 올랐다. 5년물은 4.4bp 오른 4.150%, 20년물은 5.3bp 상승한 4.612%를 기록하는 등 만기 전반에서 금리가 일제히 상승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편성한 2027년 예산안 총지출은 올해보다 12.8%, 93조원 늘어난 820조 9000억원이다. 사상 처음 800조원을 넘어선 규모다. 정부는 반도체 호황 등에 따른 추가 세수를 활용해 162조 3000억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만들고 이 가운데 12조 5000억원을 국채 신규 발행 축소에 투입해 채권시장 부담을 낮추기로 했다.

    국채 공급을 줄이면 수급 측면의 금리 상승 압력은 낮출 수 있다. 반대로 재정지출 확대가 내수와 물가를 자극하면 한은의 긴축이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해외 장기금리까지 뛰는 상황에서는 국채 발행 축소와 확장재정이 시장금리에 미치는 효과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채권시장은 이미 재정 확대에 따른 부담을 경계해왔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내년 예산이 800조원까지 늘어날 경우 "채권시장 입장에서는 수급 부담이 내년까지 연장되는 셈"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편성 규모는 당시 시장이 경계했던 800조원을 넘어 820조 9000억원까지 확대됐다.

    한은은 금리를 올려 수요를 억제하는 쪽을 택했다. 지난 7월 기준금리를 2.50%에서 2.75%로 올린 데 이어 지난달 다시 3.00%로 인상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을 3.3%로 높였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2.7%로 물가안정목표를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신현송 한은 총재도 금리 인상 배경에 대해 "늦게 대응하면 비용이 더 크기 때문에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성장 회복을 위해 재정을 풀수록 물가와 시장금리의 향방은 한은의 통화정책과 맞물릴 수밖에 없다. 정부는 2027년 예산을 통해 잠재성장률 반등과 '성장주도형 재정 선순환'을 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채권시장에서는 지출 확대가 물가와 추가 금리 인상 경로에 어떤 영향을 줄지가 더 직접적인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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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기 신규부실 4.5조…가계도 금리 상승 직격탄

    고금리의 부담은 기업 건전성에서 먼저 드러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6월 말 국내은행 부실채권은 18조 9000억원으로 3개월 만에 1조 2000억원 늘어 2018년 6월 이후 8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전체 부실채권 18조 9000억원 가운데 기업여신이 15조 2000억원으로 80%를 차지했다.

    증가 속도는 중소기업에서 두드러졌다. 2분기 새로 발생한 부실채권은 7조 2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조 7000억원 증가했다. 기업여신 신규 부실 5조 7000억원 가운데 중소기업이 4조 5000억원으로 약 79%를 차지했다. 중소기업 신규 부실은 석 달 만에 3조 3000억원에서 1조 2000억원 늘어난 반면, 대기업은 8000억원에서 1조 2000억원으로 증가했다.

    부실 비율에서도 격차가 나타난다. 중소기업여신 부실채권비율은 0.92%로 전분기보다 0.04%포인트 올랐고 중소법인은 1.08%까지 상승했다. 6월 말 중소기업대출 연체율도 0.82%로 대기업 0.22%의 약 4배다. 은행들이 2분기에 6조 10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상·매각하거나 회수했는데도 전체 부실채권은 오히려 늘었다.

    은행의 손실흡수 여력도 이전보다 낮아졌다. 대손충당금 잔액은 26조 9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2000억원 증가했지만 부실채권 대비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같은 기간 150.4%에서 142.9%로 7.5%포인트 떨어졌다. 금감원은 은행권의 전반적인 건전성은 양호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중동 상황 장기화와 국내외 금리 상승 가능성을 감안해 취약부문의 선제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업에서 시작된 금리 부담은 가계에도 직접 연결된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7월 신규 취급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변동금리 비중은 68.1%로 2014년 2월 이후 가장 높았고 9개월 연속 상승했다. 신한은행의 10년 주기형 주담대 금리는 5.09~6.50%, 기업은행은 6.343~6.543% 수준이다. 정부가 10년 이상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국고채와 은행채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고정형 상품의 금리를 낮추는 데도 한계가 있다.

    국채금리 상승은 은행채와 회사채 등 민간 조달금리로 전이되고 다시 기업·가계의 이자비용을 높이는 경로를 갖는다. 특히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회사채를 통한 직접금융 여력이 작아 은행 대출금리 상승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을 수 있다. 가계 역시 변동금리 비중이 다시 높아진 상황에서 시장금리 상승이 이어지면 이자 부담을 낮출 출구를 찾기가 쉽지 않다.

    금융권에서는 국채 발행 축소에도 대외 장기금리와 국내 물가, 한은의 통화정책 경로가 은행 조달금리에 동시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대출금리가 빠르게 내려가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나온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국채 발행 축소는 시장금리 안정에 긍정적이지만 대출금리는 국고채와 은행채, 물가 전망 등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며 "재정 확대가 물가 압력을 높이고 대외 금리까지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경우 차주들의 '고금리 출구'가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