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 "현재 키보다 성장속도 중요 … 연 4cm 미만이면 원인 평가 필요"성장호르몬 결핍증 등 치료 대상 따로 있어 … 정상 성장 아동엔 효과 보장 못해처방 4년 새 81% 증가 … 식약처, 소마트로핀 전 품목 안전관리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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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녀의 키가 또래보다 작으면 성장호르몬 주사부터 고민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이른바 '키 크는 주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단순히 키가 작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아이가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을 필요는 없다는 의료계 의견이다. 

    성장호르몬제 사용이 빠르게 늘면서 정부도 안전관리 강화에 나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일부터 소마트로핀 성분 성장호르몬제 전 품목인 8개사 21개 제품에 위해성 관리 계획(RMP)을 적용했다. 국내 성장호르몬제 처방은 2020년 89만5011건에서 2024년 162만1154건으로 약 81% 증가했다.

    2일 안문배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내분비분과 교수는 "아이의 성장에서 현재 키의 절대적인 수치보다 더 중요하게 봐야 하는 것은 성장속도"라며 "또래보다 조금 작더라도 정상적인 속도로 꾸준히 자라고 있다면 반드시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아이의 성장속도는 연령에 따라 달라진다. 출생 후 2세까지는 빠르게 성장하고 이후 사춘기 전까지는 비교적 일정하게 자란다. 이 시기에는 통상 연간 약 4~7cm 성장한다.

    사춘기에 접어들면 성장속도가 다시 빨라져 여아는 연간 약 8cm, 남아는 약 10cm 또는 그 이상 자라는 급성장기를 겪는다.

    따라서 어느 한 시점의 키만으로 성장 이상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의학적으로는 같은 성별과 연령의 또래와 비교해 키가 3백분위수 미만이거나 성장속도가 연간 4cm 미만이면 원인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에도 곧바로 성장호르몬 치료를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단순한 체질적 저신장인지, 성장호르몬 결핍 등 질환에 따른 성장 지연인지를 먼저 구분해야 한다.

    ◆ 키 작아도 상당수는 질환 아닌 '성장 패턴'

    저신장 아동 가운데 상당수는 특정 질환이 원인이 아니다.

    부모의 키가 작은 가족성 저신장은 자녀도 상대적으로 작은 키를 보이는 경우다. 또래보다 성장과 사춘기가 늦게 시작되는 체질성 성장지연도 흔하다.

    체질성 성장지연은 어린 시기에는 또래보다 작아 보여도 사춘기가 늦게 시작되면서 이후 성장해 정상 범위의 성인 키에 도달하는 경우가 있다.

    이 때문에 현재 키가 작다는 사실만으로 검사와 치료를 서둘러서는 안 된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안 교수는 "지금 또래보다 작다는 이유만으로 반드시 검사나 치료가 개입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아이의 성장 패턴을 일정 기간 꾸준히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성장호르몬 치료가 실제 필요한 대표적인 경우는 성장호르몬 결핍증을 비롯해 터너증후군, 프래더-윌리증후군, 누난증후군, 만성 신부전 등이 있다.

    출생 당시 부당경량아로 태어나 이후 따라잡기 성장이 충분히 나타나지 않는 경우나 특발성 저신장증도 치료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성장호르몬 결핍증은 단순히 키가 작다는 이유로 진단하지 않는다. 현재 키의 백분위수와 성장속도, 혈액검사, 골연령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필요한 경우 정밀검사를 거친다.

    적절한 적응증을 가진 환아에서는 성장호르몬 치료 효과가 확인돼 있지만 특별한 질환 없이 정상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아이에게 최종 성인 키 증가를 보장하는 치료는 아니다.

    안 교수는 "성장호르몬 치료가 단순히 키를 키우기 위해 부모가 자녀에게 주는 선물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 성장주사보다 먼저 챙길 것은 수면·운동·식사

    아이의 성장을 위해서는 약물보다 먼저 기본적인 생활습관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성장호르몬 분비는 깊은 수면 중 증가하는 만큼 규칙적인 수면 습관이 중요하다. 활동적인 운동 역시 뼈와 근육 발달에 자극을 줘 정상적인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고열량 음식에 치우치기보다 균형 잡힌 식사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에는 키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건강기능식품과 보조식품도 다양하게 판매되고 있지만 특정 제품이 아이의 키 성장에 뚜렷한 효과를 낸다는 근거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안 교수는 "특정 영양제나 보충식품이 건강한 생활습관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키와 체중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인 만큼 성장 흐름을 장기적으로 관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성장호르몬제가 환자나 보호자가 직접 투여하는 자가주사제인 만큼 올바른 투여·보관 방법과 이상사례 등에 대한 정보 제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품목 허가권자는 환자용 사용설명서와 의료전문가용 설명자료를 의료현장에 배포하고 국내외 이상사례 등을 포함한 위해성 관리 계획 이행 결과를 매년 식약처에 제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