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관리주체에 기획처 장관 … 계획 수립부터 결산까지 기획처가 주도 주요 항목 지출 금액 30% 이내 변경은 운용 재량권 부여 … 예산 통제권 논란추가 세수 따라 기금 규모 200조로 불어날 가능성 … 재정 감시 사각지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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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지난달 2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7년도 예산안 상세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불어난 세수에 정부가 162조3000억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 편성을 확정했다. 정부는 미래대응기금을 재정 변동성을 줄이는 재정안전판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을 내놨지만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가장 큰 논란은 정부에 부여된 운용 재량권이다. 주요 지출 항목의 30%까지 국회 재심의 없이 변경할 수 있도록 설계돼 이른바 '쌈짓돈'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여기에 재정 통제 기관인 기획예산처 장관이 미래대응기금심의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심의부터 결산까지 총괄하는 구조다. 전례를 찾기 어려운 대규모 기금을 조성하면서도 통제 장치는 느슨해, 정권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재원이 분배되거나 선심성 사업에 활용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어렵다는 비판도 나온다.3일 정부에 따르면 '2027년 예산안'에는 내년부터 출범하는 미래대응기금에 162조3000억원이 편성됐다.미래대응기금의 핵심 재원은 추가 세수다. 내년도 내국세 세입예산에서 최근 10년 동안의 증가 추세를 반영한 기준액을 뺀 금액이다. 여기에 추가 세수와 연동해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으로 자동 배분되는 지방교부세·교육교부금 몫도 기금 재원으로 넘겼다. 세계잉여금 잔여재원과 기금운용 수익도 재원에 포함된다.정부는 미래대응기금 재원 중 45조4000억원을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인재 4대 분야에 투자할 계획이다. 나머지는 총괄계정으로 운용하고, 국채 신규발행 물량 12조5000억을 줄이는 동시에 전체 여유자금 104조4000억원은 세수 결손 등 재정 여력을 보강하는 데 활용할 방침이다.기금 규모도 더 확대될 수 있다. 정부는 9월 세입 재추계 결과 올해 내국세가 기존 예상보다 더 걷힐 경우 증가분도 추가 적립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추가 초과세수가 30조~50조원 발생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기금 규모를 200조원까지 내다보고 있다.정부는 미래대응기금의 주요항목 지출 금액을 30% 이내에서 대통령령에 따라 변경할 수 있도록 국가재정법 개정을 추진 중에 있다. 일반 사업성 기금의 변경 한도인 20%보다 정부 재량이 더 큰 셈이다. 최대 30%까지 운용 재량권이 부여되는 만큼 국회 심의 없이 필요에 따라 현 정권의 입맛에 맞게 남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인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도 미래대응기금의 45조4000억원 지출에 대해 30% 자체 조정할 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이 의원은 "45조원의 30%는 13조5000억원"이라며 "13조5000억원은 국회 통제 없이도 연도 중 마음대로 사업을 바꿔서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도 입장문을 내고 "역대 최대 규모인 820조9000억원의 지출도 모자라 미래대응기금 중 104조4000억원의 막대한 여유자금까지 별도로 운영하려고 한다"며 "이 돈은 당장 국민에게 지원되거나 필요한 사업에 지출되는 돈이 아니라 '정권의 쌈짓돈'"이라고 주장했다.이를 두고 기획처는 기금운용계획을 변경하면 지체 없이 국회에 통보하도록 해 일반 기금보다 국회의 사후통제가 강화된다고 반박한다. 그러나 사업 30% 범위 안에서의 계획 변경은 국회 사전 승인이 필요없는 만큼, 절차적 통보만으로 이미 집행된 재원을 되돌리거나 용처를 바로잡기는 어려워 실효성 있는 통제 장치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미래대응기금은 기획처 장관이 미래대응기금운용심의위원장으로서 기금의 관리·운용과 운용계획 수립 및 변경, 기금 결산까지 전 과정을 총괄하는 구조다. 사실상 기금 운용을 결정하는 주체가 스스로 심의와 결산까지 도맡는 '셀프 심의' 체계인 셈이다.사업은 각 부처가 수행하지만 기금운용계획서는 기획처에 제출해야 한다. 기금 운용과 심의, 결산에 이르기까지의 권한이 기획처 한 곳에 집중되면서 독립적인 견제와 감시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특히 정부재정사업의 타당성과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구조조정으로 비효율적인 지출을 줄이는 역할을 담당하는 기획처가 160조원이 넘는 대규모 재원을 직접 운용하는 것은 역할과 권한의 경계가 모호해질 수있다는 비판이다. 재정 지출을 통제해야할 기획처가 막대한 재원을 직접 관리하면서 이해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기재부 2차관 출신인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미래를 위한 담대한 투자를 내세우지만 실상은 미래산업 투자와 거리가 먼 현금성 지원과 포퓰리즘 정책, 지역사업에 재원을 투입하겠다는 것"이라며 "국회의 엄격한 예산통제를 벗어나 정부가 재량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거대한 재정주머니를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