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현대·GS·한화·삼성E&A 등 8개사 '외상 공사비' 3조3086억원미수금 2조2033억·미청구공사 1조1053억 … 전쟁 지속시 부실 전환 우려산유국 재정 악화로 공사대금 지급 밀릴수도 … 사우디 2분기 적자 614조자재값 올랐는데 계약금 증액 커녕 감액 대비해야 … 재건시장 진출 먹구름
  • ▲ 호르무즈 해협. ⓒ연합뉴스
    ▲ 호르무즈 해협. ⓒ연합뉴스
    미국-이란 전쟁 재점화로 국내 건설사들의 중동 사업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산유국 발주와 수주가 줄어드는 것도 뼈아프지만 더 큰 문제는 미수금이다. 2분기 기준 중동에서 공사를 수행 중인 건설사들이 아직 돌려받지 못한 '외상 공사비'(미청구공사+공사미수금) 규모는 3조원을 웃돌고 있다.

    물론 미수금이 곧바로 재무구조 악화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쟁 장기화와 산유국 재정 악화로 공사비 지급이 지연되거나 미수금 규모가 늘면 건설사들도 직·간접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3일 뉴데일리가 각사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중동 사업장을 보유 중인 △삼성물산 건설부문 △현대건설 △GS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대우건설 △SK에코플랜트 △한화 건설부문 △삼성E&A 등 8개사가 현지 발주처로부터 회수하지 못한 공사비는 3조308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동 진출 8개사 '외상 공사비' 3조3086억원 … 삼성E&A 최대

    항목별로 보면 전체 외상 공사비 가운데 공사미수금이 2조2033억원, 미청구공사액이 1조1053억원이었다. 공사미수금은 건설사가 발주처에 청구했지만 아직 회수하지 못한 금액을 말한다. 이와 달리 미청구공사는 공사 진행률과 계약조건 등으로 인한 이견차로 아직 발주처에 청구조차 못한 금액으로 공사미수금보다 리스크가 더 큰 것으로 평가된다.

    건설사별로 보면 삼성E&A가 9563억원으로 중동 지역 외상 공사비 규모가 가장 컸다. 이 중 공사미수금 비중이 8170억원으로 상대적으로 컸고 미청구공사는 1393억원이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SAUDI ARABIAN OIL COMPANY)가 발주한 파딜리 가스 플랜트 현장에서 미수금이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해당 현장의 공사미수금 규모는 6756억원, 미청구공사는 1134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현대건설 4953억원 △현대엔지니어링 4589억원 △한화 건설부문 4212억원 △삼성물산 3903억원 △GS건설 2674억원 △대우건설 1873억원 △SK에코플랜트 1318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 ▲ 사우디아라비아 파딜리 가스플랜트공단. ⓒGS건설
    ▲ 사우디아라비아 파딜리 가스플랜트공단. ⓒGS건설
    ◆산유국 재정 악화에 미수금 리스크↑ … 사우디 614조 적자

    중동 전쟁 장기화로 산유국들의 재정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건설사들의 미수금 리스크도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실제 최대 발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2분기 말 기준 부채는 약 1조6850억리알(약 614조2162억원)로 국내총생산의 34%에 달하고 있다. 호르무즈해협 봉쇄 등으로 원유 수출이 차질을 빚은 데다 군사비 지출까지 늘면서 재정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산유국 재정 악화 영향으로 이미 올해 발주와 수주는 예년 대비 급감한 상태다. 해외건설협회 통계를 보면 올해 1~7월 국내 건설사들의 중동지역 수주액은 13억달러로 전년 동기 56억달러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미국 공급에 이란 보복 예고 … 재건시장 전망도 잿빛

    전쟁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도 건설사들의 불안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되려 휴전 협상 결렬 후 미국과 이란 간 충돌이 격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미군은 한 달여 만에 이란에 대한 공습을 재개했고 이에 맞서 이란 혁명수비대도 강력한 보복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A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중동 자체가 워낙 변동성 크고 마진율도 낮은 사업장인데 전쟁으로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며 "물론 공사비를 아예 떼일 가능성은 낮지만 전쟁 지속 여부에 따라 지급이 미뤄지거나, 발주처가 기존 계약액을 깎으려는 시도를 할 순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B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공급망 위기로 운송비와 자재값 등이 올라 계약금을 조정해야 시점에서 증액은 커녕 본전도 찾기 어려워졌다"며 "이런 식이라면 전후 재건시장 전망도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기술·관리연구실장은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수송 차질과 유가·가스 가격 변동, 해상운임 및 전쟁 보험료 상승은 자재 조달비와 공사비를 높이고 현장 인력의 안전관리 및 장비·자재 운송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중동 발주국의 재정 여력은 고유가에 따라 일부 개선될 수 있지만 군사적 긴장과 금융·물류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신규 발주 의사결정과 프로젝트 금융조달, 기존 사업 공정 진행 등이 지연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