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기회자금 '무이자 2000만원' 한도·금리부터 확정 … 취급기관·손실분담은 빠져미래적금 예산 7446억→1.7조 … 성과 확인 전 지원 대상·기여율 확대내년 청년지원투자 28.2조→43.3조, 금융위 예산도 1년 새 98.7% 급증적금·펀드·대출·보증 옥상옥 … 추가세수 기반 장기 재정부담도 커져
  • ▲ ⓒ뉴데일리
    ▲ ⓒ뉴데일리
    정부가 미취업 청년에게 생애 최대 2000만원을 빌려주고 취업할 때까지 이자를 면제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대출을 실행할 금융기관은 아직 정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도와 금리 등 혜택부터 공개한 뒤 자금 공급과 이자비용·부실 부담을 누가 맡을지는 후속 협의로 넘기면서 정책의 핵심 금융구조가 빠진 채 발표부터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에 따르면 정부가 최근 발표한 '청년 성장단계별 종합투자 추진전략'에 담긴 '청년기회자금'은 아직 구체적인 취급기관이 정해지지 않았다. 정부가 지원 대상과 대출 한도, 금리 등 기본 틀을 먼저 제시한 뒤 실제 자금 공급과 취급 방식은 금융기관 등과 후속 협의를 거쳐 확정하는 단계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정책금융 상품은 정부가 정책 방향과 기본적인 지원 조건을 먼저 발표하고 이후 취급기관 등과 협의를 거쳐 세부적인 실행방안을 마련하는 경우가 있다"며 "청년기회자금 역시 기본적인 정책 방향이 제시된 단계로, 어느 기관이 취급할지와 구체적인 운영 방식은 앞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기회자금은 연소득 3500만원 이하 미취업 청년에게 생애 최대 2000만원을 빌려주는 신규 정책금융 상품이다. 대학·대학원 재학생과 휴학생은 제외되며 한 번에 500만원, 연간 750만원까지 이용할 수 있다. 취·창업 준비를 위한 거치기간에는 이자를 받지 않고 취업이나 창업 이후에도 연 2~5%의 저금리를 적용한다. 고졸 미취업 청년에게는 금리를 5%에서 2.5%로 낮춘다.

    지원 대상과 한도는 구체적으로 제시됐지만 이를 실행할 금융구조는 아직 채워지지 않았다. 시중은행이 자체 자금으로 대출을 실행할지 정책금융기관이 직접 공급할지에 따라 필요한 재정과 금융회사 부담은 크게 달라진다. 은행이 취급한다면 무이자 기간에 발생하는 조달비용을 누가 부담하고 정부가 어느 수준까지 이차보전할지, 연체·부실에 따른 신용위험을 어떻게 나눌지도 후속 협의에서 결정해야 한다.

    차주 심사 역시 남은 변수다. 청년기회자금은 안정적인 근로소득이 없는 미취업자를 대상으로 한다. 금융회사가 자체 신용평가를 적용할 경우 정부가 정한 소득·연령 요건을 충족하고도 신용점수나 기존 부채에 따라 대출을 받지 못하는 청년이 나올 수 있다. 반대로 정책 대상자에게 폭넓게 대출을 내주도록 설계하면 보증이나 손실분담을 통해 정부 또는 금융회사가 떠안아야 할 신용위험이 커진다. 

    무이자 혜택도 비용 추계가 뒤따라야 한다. 정부는 취업준비 거치기간 동안 이자를 면제한다고 밝혔지만 취업이 늦어질 경우 적용기간을 어디까지 인정할지에 따라 부담 규모가 달라진다. 대상자 수와 평균 대출액, 평균 취업기간은 물론 이자 면제 비용을 어느 재원에서 부담할지까지 확정돼야 전체 사업비를 계산할 수 있다. 현재 공개된 대책에는 청년기회자금의 연간 총공급 목표와 이에 따른 이자지원 규모도 제시돼 있지 않다.

    이런 가운데 청년 금융지원의 외형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정부의 전체 청년 관련 투자는 올해 28조 2000억원에서 내년 43조 3000억원으로 15조 1000억원(53.5%) 늘어난다. 출생부터 교육·취업·주거·자산형성·혼인까지 조건별 지원을 합치면 특정 조건의 청년이 34세까지 최대 1억 9582만원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정부 계산이다.

    금융위 예산 증가폭은 더 가파르다. 내년도 예산안은 9조 2417억원으로 올해 4조 6516억원보다 4조 5901억원(98.7%) 늘었다. 증가액의 76.3%인 3조 5000억원이 청년미래적금과 국민성장펀드 등을 담은 미래대응기금 관련 사업이다. 청년 자산형성에 배정된 예산만 2조 855억원이다.

    지난 6월 출시된 청년미래적금은 내년 예산이 7446억원에서 1조 7000억원으로 2.3배 늘어난다. 234만 3000명이 신청해 138만 5000명이 가입했지만 3년 만기 상품이어서 중도해지율이나 실제 자산 증가 효과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정부는 소득요건까지 없애 지원대상을 약 580만명에서 960만명으로 늘리고 정부기여율도 지방 중소기업 재직자에게 최대 25%까지 높인다.

    지원 통로도 더 늘어난다. 우리아이자립펀드에 내년 1465억원을 새로 편성하고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은 연 3조원, 전월세결합보증은 연 4조 5000억원씩 공급한다. 정부가 기존 청년정책의 분산과 효과성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적금·펀드·대출·보증을 다시 확대하는 구조다. 

    재원 상당 부분은 추가 세수를 활용하는 미래대응기금과 맞물린다. 경기와 기업 실적에 따라 변동하는 추가 세수를 기반으로 적금 기여금과 무이자 대출 등 계속사업을 늘리는 만큼, 세입 여건이 달라졌을 때 재정부담을 어떻게 감당할지도 과제로 남는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미취업자 대상 무이자 대출은 한도와 금리보다 자금을 공급할 주체와 이자비용, 신용위험을 누가 부담할지가 핵심"이라며 "취급기관과 보증·손실분담 구조가 구체화돼야 실제 공급 규모와 심사 기준도 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