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서 유조선 등 연쇄 피격,'깜깜이 운항'도 무방비AIS 끄고 '오만 회랑' 통과해도 표적, 생존 공식 무력화전쟁위험보험료 10%까지 치솟아, 정유사 원유 단가 압박 우려미군 호위 붙어야 통과, LNG선은 여전히 기피 … 국내 도입 차질 우려
  • ▲ 호르무즈 해협.출처=로이터ⓒ연합뉴스
    ▲ 호르무즈 해협.출처=로이터ⓒ연합뉴스
    AIS(선박자동식별장치)를 끄고 이동하는 '깜깜이 운항'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더 이상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적 식별을 피하기 위한 선사들의 회피 전술이 무력화되며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해운·정유업계의 위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선사 바흐리가 운영하는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시드르'호가 오만 카샵 북동쪽 16.6해리 해상에서 미상 발사체에 피격됐다. 불과 8분 뒤 유조선 '세네갈 프로스페리티'호가 카샵 동쪽 17해리 지점에서 발사체 3발을 맞았다. 외신이 장금상선 소유로 보도한 '세네갈 프로스페리티'호는 장금상선 계열사가 재용선을 준 선박으로, 한국인 선원은 승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우디 외무부는 2일 성명을 통해 시드르호 피격의 배후가 이란이라고 밝혔다.

    피격 당시 두 선박은 사우디 주아이마 터미널에서 원유 200만 배럴씩을 싣고 AIS를 끈 채 항해 중이었다. 선박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시드르호는 8월 20일부터, 세네갈 프로스페리티호는 주아이마 출항 직후부터 신호가 끊긴 채 운항 중이었다.

    최근 선사들은 'AIS 차단을 통한 표적 식별 회피'와 '저위험 통로인 오만 회랑(오만 영해 인접 항로) 이용'이라는 두 가지 전제 아래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왔다. 하지만 이번 피격으로 두 가지 방어 논리가 동시에 무력화됐다.

    깜깜이 운항은 이미 호르무즈 해협의 표준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해운 분석업체 시그널오션 집계에 따르면, 7월 14일 이후 호르무즈를 통과한 선박 102척 중 62%가 AIS를 끄고 운항했다. 원유 유조선의 경우 42척 중 33척(79%)이 신호 없이 해협을 지났다.

    특정 항로 선택으로 위험을 피하던 방식도 한계를 드러냈다. 해상보안업체 마리스크는 이번 연쇄 피격을 개별 사건이 아닌 조율된 공격으로 분석하며, 오만 회랑이 신뢰할 만한 저위험 통로라는 전제가 훼손됐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8월 하순 들어 호르무즈 해협 진입과 진출 양방향 모두에서 피격이 이어졌다. 지난달 24일에는 오만 아쉬시샨 북동쪽 9해리에서 유조선이 기관실 피격으로 항행 불능 상태에 빠졌고, 29일에는 걸프만으로 진입하던 유조선이 카샵 북쪽 12해리에서 공격받았다.
  • ▲ 호르무즈해협.출처=APⓒ연합뉴스
    ▲ 호르무즈해협.출처=APⓒ연합뉴스
    안보 위협은 비용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7월 하순을 기준으로 호르무즈 구간의 전쟁 위험 보험료는 선체 가액의 1~3% 수준에서 7.5~10%까지 치솟았다. 1억 달러짜리 선박 기준으로 1회 통과에 750만~1000만 달러의 보험료가 붙는 구조다.

    다만 해협이 완전히 막힌 것은 아니다. CNN은 미군 호위 아래 원유 1800만 배럴을 실은 상선 40척이 1일 호르무즈를 통과했다고 2일 보도했다. 걸프 산유국들이 페르시아만에서 원유를 실어 해협 밖 유조선으로 옮겨 싣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는 미군이 공중·해상을 호위가 뒷받침됐을 때의 결과다. 선사 자력으로 AIS만 끄고 통과하던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은 그대로다. CNN 역시 완전한 통제가 입증되지는 않았다며 업계 회의론이 여전하다고 전했다. 특히 피격 시 폭발 위험이 큰 LNG 운반선은 통과를 꺼리고 있어 원유와 달리 가스 물동량 회복은 요원한 상태다.

    깜깜이 운항마저 무력화되며 업계에서는 호르무즈 통과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료 급등에 따른 제반 비용 상승은 국내 정유사들의 도입 원유 단가에도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