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노란봉투법 무제한 적용 제동 … 경영권 침해 차단투자는 제외, 배치전환은 가능 … 호남 반도체 갈등 불씨법원 구속력 없는 행정지침 … 노란봉투법 혼란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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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영업이익 등 기업 경영성과에 일정 비율을 연동한 이른바 'N% 성과급' 요구는 의무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반면 공장 신설·이전 등 경영상 결정으로 기존 직원의 배치전환이나 근무지 변경이 구체화되면 노조의 교섭 요구와 쟁의행위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기업의 투자 결정 자체는 노동쟁의 대상에서 제외하면서도 실제 사업 추진 과정에서 불가피한 인력 재배치는 교섭 대상으로 인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800조원 규모로 추진되는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 등 대규모 설비투자 현장에서 노조와의 갈등에 따른 생산 차질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용노동부는 3일 이 같은 내용의 '경영성과급 등 노동쟁의 대상 시행지침'을 발표했다. 지난 3월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사업경영상 결정과 근로조건의 관계를 둘러싼 노사 갈등이 커지자 노동쟁의 대상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지침에 따르면 매출액이나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 기업의 경영성과와 연동해 일정 비율을 지급하도록 요구하는 성과급은 의무 교섭 대상이 아니다. 국가나 투자자 등 제3자의 권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고 기업의 영업 자유를 제약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사측이 이 같은 교섭 요구를 거부하더라도 부당노동행위로 보기 어렵고 노동위원회 조정이나 쟁의행위의 정당성을 인정받기도 어렵다는 취지다.다만 성과급 요구라고 해서 모두 교섭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6억원 지급'이나 '기본급의 1000% 지급'처럼 정액 또는 기본급을 기준으로 한 성과급은 근로조건에 해당할 수 있어 의무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노동부는 설명했다.공장 신설·이전, 기업 인수·매각, 인공지능(AI) 도입 등 경영상 결정 자체도 의무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노조가 투자 철회나 공장 부지·규모·이전 지역·시기 등을 교섭하자고 요구하는 것은 정당한 노동쟁의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문제는 경영상 결정에 따라 근로조건의 변화가 예상되는 경우다. 노동부는 정리해고나 배치전환, 근무지 변경, 근무 형태 변경 등 구체적인 변화가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단계에 이르면 해당 사안은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단순히 공장 신설 계획을 발표했거나 중장기 경영계획에 포함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지만, 관련 계획이 사내 문서나 노사협의회 자료, 사용자 발언 등을 통해 객관적으로 확인되면 노조의 교섭 요구가 가능하다는 의미다.이 때문에 반도체 업계에서는 지침이 대규모 투자와 생산 현장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반도체 공장은 신규 설비의 시운전과 공정 안정화, 품질 확보, 안전관리 등을 위해 해당 설비와 공정에 익숙한 기존 숙련 인력을 적기에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특히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의 경우 투자 결정 자체는 교섭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공장 신설에 따른 기존 직원의 배치전환이나 근무지 변경 등이 구체화되면 노조와 교섭해야 한다. 교섭이 결렬될 경우 노조가 파업 등 쟁의행위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재계는 이를 두고 사실상 노조가 대규모 투자 과정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았다고 비판했다. 한 10대 기업 관계자는 "신·증설 공장의 시운전과 초기 안전관리 단계에서는 설비 특성과 작업 위험요인을 잘 아는 숙련인력이 필수적"이라며 "배치전환이 노동쟁의 대상이 되면 노조가 투자 일정이나 생산계획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이번 지침은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노동쟁의 대상 확대에 신중한 입장을 보인 것과도 일정 부분 온도차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월 삼성전자 노조가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를 교섭 대상으로 주장한 것과 관련해 "그렇게 따지면 모든 회사의 경영권 행사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며 확대 해석에 선을 그었다.이후 노동부에 법적 구속력이 있는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등을 통해 노동쟁의의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라고 두 차례 지시했지만, 노동부는 시행령 개정 대신 기존 행정지침을 보완하는 방식을 택했다. 국회가 정한 법률의 범위를 행정부가 임의로 좁히는 것 아니냐는 '월권'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동부는 "청와대와 협의를 거쳤고 청와대가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노사 양측의 반발도 이어졌다. 한국노총은 "행정부에 국회가 제정한 법률의 적용 범위를 축소하고 헌법상 노동3권을 제한할 권한까지 부여된 것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역시 성과급 교섭 여부는 노사가 결정할 문제라며 지침 폐기를 요구했다.경영계 역시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서 인력 배치가 노동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기업의 의사결정과 이에 따른 배치전환 등이 노동쟁의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한 노조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결국 이번 지침만으로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의 현장 혼란을 완전히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행정지침은 정부의 법 해석 기준일 뿐 법원을 구속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사 모두가 지침의 적용 범위에 반발하고 있는 만큼 향후 실제 분쟁과 법원 판단이 이어질 경우 노동쟁의 대상의 범위를 둘러싼 논란은 상당 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