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시행 앞두고 국회서 과세체계 점검매매·채굴·스테이킹 등 거래 실질 따라 구분 제안세 차례 유예에도 기타소득 중심 기본 구조는 그대로
  • ▲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7년 가상자산 과세 체계 점검 토론회'의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홍지아 기자
    ▲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7년 가상자산 과세 체계 점검 토론회'의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홍지아 기자
    가상자산 투자로 얻은 소득을 복권 당첨금과 같은 '기타소득'으로 분류하는 과세 체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매매뿐 아니라 채굴·스테이킹·렌딩 등 거래 유형이 다양해진 만큼, 가상자산을 하나의 자산으로 묶어 과세하기보다 거래의 실질에 따라 소득을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태경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7년 가상자산 과세 체계 점검 토론회'에서 "가상자산과 복권 당첨금이 똑같이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있어 세법은 가상자산 투자를 복권과 비슷하게 보는 것 아니냐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세법상 소득 분류는 단순히 과세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가 가상자산을 바라보는 시각과도 관련돼 있다"며 "당시에는 가상자산은 실질이 없고 가상자산 투자는 투기라고 보는 견해가 지금보다 상당히 강했다"고 말했다. 

    김 조사관은 "가상자산을 둘러싼 환경이 과세 체계가 설계된 2020년과 비교해 크게 달라졌다"고 지적하며 "제도적·경제적 환경 변화를 고려해 가상자산 소득 성격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박종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현행법만으로 다양한 가상자산 거래에서 발생한 소득을 정확히 포착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쟁점은 과세 찬반이 아니라 '제대로 과세할 수 있는가'라고 본다"라며 "지금의 조문과 시행령으로 거래 유형별 소득을 정확히 포착하고 계산할 수 있는지를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소득세법상 가상자산을 양도하거나 대여해 얻은 소득은 모두 기타소득으로 분류된다. 연간 소득금액에서 250만원을 기본공제한 뒤 초과분에 20%의 세율을 적용하며, 지방소득세를 포함한 실질 세율은 22%다. 

    가상자산 과세는 2020년 도입됐지만 과세자료와 신고·납부 지원체계, 이용자 보호제도 등 관련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세 차례 유예됐다. 당초 2022년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2023년과 2025년을 거쳐 2027년으로 시행 시점이 미뤄졌다. 다만 세 차례 유예되는 동안에도 가상자산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일괄 분류하는 기본 구조는 유지됐다.

    박 교수는 "가상자산 관련 소득을 하나의 새로운 소득 종류로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거래 유형별 경제적 실질에 따라 현행 소득세법상 이자·배당·사업·양도·기타소득에 각각 배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가상자산 거래는 단순한 매매·교환에 그치지 않는다. ▲컴퓨팅 자원을 제공하고 보상받는 '채굴' ▲보유한 가상자산을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맡기고 대가를 받는 '스테이킹' ▲다른 이용자에게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렌딩' ▲탈중앙화금융(DeFi)에 자산을 공급하고 수수료나 토큰을 받는 '유동성 공급' 등이 대표적이다.

    거래 유형에 따라 소득 발생 원인과 구조가 다른 만큼, 이들을 모두 기타소득으로 묶으면 과세 시점과 필요경비, 손실 처리 기준 등을 일관되게 적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손실 이월공제를 인정하지 않는 현행 구조도 개선 대상으로 지목하며 "가격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의 특성상 과세기간별 세 부담을 왜곡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구성권 명지전문대학 세무회계과 교수 역시 "가상자산을 동질적 자산으로 취급하지 않고, 처분손익과 보상소득을 구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매매·교환·지급에 따른 이익은 가치 상승분이 처분을 통해 실현된다는 점에서 처분손익에 가깝다”며 "채굴·스테이킹 등에 따른 보상은 통제권 이전과 원본 반환 의무, 가격 변동 위험 등을 기준으로 소득을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갑순 동국대학교 회계학과 교수는 "2020년 당시 국제회계기준 해석위원회(IFRIC)가 가상자산을 무형자산으로 분류했고, 무형자산의 양도 대가가 기타소득으로 과세된다는 점을 근거로 가상자산도 기타소득으로 구분됐다"며 가상자산 소득구분의 출발점이 조세법적 판단이 아닌 회계기준상의 분류였단 점을 짚었다. 이어 "회계와 세법이 경제적 실질이라는 동일한 판단 기준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하 한양사이버대학교 재무·회계·세무학과 교수는 "가상자산이라는 동일한 자산을 이용하더라도 소득의 발생 원인은 매우 다양하므로 기타소득으로 일률적으로 포섭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하며 "신종 거래 소득을 모두 열거하기보다는 ▲자본이득형 ▲자산운용수익형 ▲사업·용역제공형 ▲일시적·우발적 보상형 등으로 유형화하는 것이 현실적 방법"이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