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행 발표선 빠졌는데 … 윤호중 "제외 의미 아냐, 4분기 확정"정권 초기엔 '금융위 해체' 꺼냈다 백지화…존폐 논란에 내부만 요동李 정부 내내 이어지는 불확실성 … "금융정책 컨트롤타워 역량 소모"
  • ▲ 한성숙 국무총리·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허장 재정경제부 2차관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행정·공공기관 이전 및 공공기관 기능개혁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 한성숙 국무총리·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허장 재정경제부 2차관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행정·공공기관 이전 및 공공기관 기능개혁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금융위원회가 또다시 조직의 미래를 둘러싼 결정을 기약 없이 기다리게 됐다. 세종 이전 '1순위'로 거론돼 온 금융위는 3일 정부의 중앙행정기관 이전 발표에서 빠졌다. 하지만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곧바로 "제외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지난해 해체·통폐합 논란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뒤 올해는 세종 이전설에 휩싸인 금융위가 정부 발표 때마다 조직의 존립과 근무지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금융위와 금감원 등을 대상으로 한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이전 대상과 지역은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부터 금융당국 조직 개편은 주요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로 거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부터 금융당국 조직 개편 필요성을 제기했고, 여권에서는 금융위의 국내 금융정책 기능을 재정경제부로 넘기고 금융감독 기능을 별도 조직으로 재편하는 방안이 검토됐다.

    논의는 지난해 6월 국정기획위원회 출범 이후 구체화됐다. 국정기획위는 금융위의 정책 기능을 재경부로 이관하고, 금융감독 기능은 금융감독원과 합쳐 금융감독위원회를 신설하는 조직개편안을 구체화했다.

    하지만 정부는 같은해 9월 25일 긴급 고위 당정대 협의를 열고 금융감독위원회 설치법안을 정부조직 개편안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금융위·금감원 체제는 현행대로 유지하고 금소원 분리 역시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금융감독 개편안을 둘러싸고 야당의 반발이 커진 데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반발이 이어졌고, 경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조직 개편을 둘러싼 혼란을 장기간 이어가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국정기획위 출범 이후 100여일 동안 금융당국 조직 개편 논의가 이어졌지만 결국 원점으로 돌아온 셈이다. 금융위 직원들은 존폐 논란 속에서 동요했고 금감원에서는 금소원 분리와 공공기관 지정 문제를 둘러싼 반발이 거셌다.

    일단락되는 듯했던 조직 논의는 통폐합이 아닌 '지방 이전'으로 올해 다시 살아났다.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앞두고 금융위와 금감원을 비롯한 금융 관련 기관을 세종에 배치하는 방안이 금융권 안팎에서 거론되기 시작했다. 7월에는 금융 관련 주요 기관의 이전 지역까지 적시한 자료가 유통되면서 금융위·금감원의 세종행이 사실상 확정된 것 아니냐는 분위기까지 형성됐다.

    금융위를 둘러싼 혼란은 이날 정부 발표에서도 끝나지 않았다. 그동안 세종 이전 '1순위'로 거론돼 온 금융위는 정부가 발표한 중앙행정기관 이전 계획에서 아예 이름이 빠졌다. 법무부와 성평등부는 세종 이전 대상으로 명시됐지만 금융위는 별도로 언급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서울 잔류가 확정된 것도 아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금융위가 발표 대상에서 빠진 이유를 묻는 질문에 "오늘 발표에 없다고 제외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정부가 올해 4분기 중 이전 대상 기관을 최종 확정해 고시하겠다고 밝히면서 금융위는 또다시 수개월 동안 이전 여부를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재명 정부 내내 금융당국을 둘러싼 조직 논의는 해체와 통폐합에서 현행 유지로, 다시 세종 이전으로 옮겨 다녔다. 정책 방향이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면서 조직의 미래를 둘러싼 불확실성만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지난해 조직 개편 논의 당시 금융위에서는 존폐 논란으로 젊은 사무관을 중심으로 동요가 나타났다. 금감원 역시 금소원 분리와 공공기관 지정 논란으로 내부 사기가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금융권에서도 단순한 근무지 문제보다 금융정책 컨트롤타워의 안정성 문제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가계부채와 부동산 금융, 금융회사 건전성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조직 존폐에 이어 이전 문제까지 장기화하면 정책 역량과 행정력이 조직 개편 대응에 소모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조직 존폐와 이전 문제가 반복적으로 부상하면서 내부적으로는 인력과 업무 역량이 조직 개편 대응에 쏠릴 수밖에 없다"며 "서울과 세종 가운데 어디가 효율적인지를 둘러싼 논쟁보다 중요한 것은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공백을 만들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