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경찰서, 재수사서도 기존 판단 유지 … 의협 "면허체계 흔드는 결정"리도카인 성분 마취크림 도포 후 고주파·레이저 이용 피부미용 시술 사건한의협 "일반약·한방 피부과 영역 고려하면 면허 외 행위로 보기 어려워"
-
- ▲ ⓒ대한의사협회
한의사의 국소마취제와 피부미용 의료기기 사용을 둘러싼 의·한 갈등이 다시 불붙고 있다. 검찰이 재수사를 요청했지만 경찰이 기존 불송치 판단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지자 대한의사협회가 한의사의 면허범위 밖 의료행위를 사실상 용인하는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의협 한특위)는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동대문경찰서가 한의사의 리도카인 도포와 피부미용 의료기기 시술 사건을 재수사한 뒤 다시 불송치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재검토를 촉구했다.이번 사건은 서울 동대문구 소재 한의원에서 한의사가 리도카인 성분이 함유된 국소마취 크림을 환자에게 도포하도록 하고 오퍼스듀얼과 루트로닉 스펙트라 등 의료기기를 이용해 피부미용 시술을 한 데 대해 의협이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앞선 경찰 수사에서도 국소마취제 도포와 해당 의료기기를 이용한 시술 사실 자체는 인정됐다.동대문경찰서는 지난해 11월 해당 사건을 불송치 처분했다. 이후 서울북부지방검찰청이 재수사를 요청하면서 사건은 다시 경찰로 넘어갔지만 의협에 따르면 재수사에서도 기존 불송치 결정이 유지됐다. 검찰의 재수사 요청 당시 의협은 기존 경찰 판단의 법리적 문제를 다시 따질 필요가 있다는 취지라며 환영한 바 있다.의협 한특위는 이번 결정에 대해 해당 시술의 구체적인 내용과 의료기기의 작용 원리, 사용 목적, 한의사의 면허범위, 관련 판례 등을 충분히 검토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특히 국소마취제인 리도카인의 경우 약물의 작용기전과 부작용, 투여 방법은 물론 응급상황에 대한 전문적인 대응이 필요한 만큼 단순히 사용 가능한 의약품인지 여부만으로 면허범위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고주파·레이저 등의 의료기기에 대해서도 같은 논리를 폈다.한특위는 "레이저·고주파·고강도집속초음파 등 의료기기는 단순한 미용기기가 아니라 환자의 조직에 에너지를 전달해 치료적 효과를 발생시키는 의료기기"라며 "작용 원리와 사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 및 합병증에 대한 전문적인 의학적 판단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이어 의료기기의 명칭이나 사용 방식만으로 적법성을 판단할 것이 아니라 어떤 원리로 작용하고 어떤 목적으로 사용됐는지, 해당 행위에 어떠한 전문성이 필요한지를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범위를 둘러싼 대법원 판결을 놓고도 양측의 해석은 엇갈린다.2022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한 사건에서 이를 면허 외 의료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 대법원은 관련 법령상 금지 규정 존재 여부와 의료기기 사용에 따른 보건위생상 위해 가능성, 한의학적 의료행위의 원리를 적용·응용한 행위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새로운 판단기준을 제시했다. 다만 당시 판결 대상은 '진단용 초음파기기를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한 행위'였다.의협은 해당 판결이 레이저나 고주파 등 치료·미용 목적의 의료기기 사용까지 포괄적으로 허용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리도카인을 둘러싼 기존 형사사건과 이번 사건의 사용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의협이 근거로 제시하는 최근 유죄 사건들은 전문의약품인 리도카인 주사액을 약침액 등에 혼합해 환자에게 직접 주사한 경우다. 이번 동대문경찰서 사건은 리도카인이 함유된 일반의약품 형태의 국소마취제를 피부에 도포한 뒤 의료기기를 사용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구체적인 행위 형태가 다르다.반면 대한한의사협회는 지난해 11월 이 사건의 최초 불송치 결정 당시 "한의사의 국소마취제와 피부·미용 의료기기 사용이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사실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한의협이 당시 공개한 경찰의 불송치 결정 내용에 따르면 경찰은 해당 국소마취제가 의사의 처방전 없이 구매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라는 점 등을 고려해 이를 면허 외 의료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현행 의료법상 한방 피부과가 한의학의 독립된 전문과목으로 인정되고 있고, 관련 의료기기의 사용을 금지하는 명시적인 규정도 찾기 어렵다는 점 등을 판단 근거로 들었다.한의협은 의료기기와 관련해서도 한의사의 피부미용 의료기기 활용이 허용될 수 있다는 입장을 이어가고 있다. 한의과대학과 전문의 수련과정에서 관련 원리와 사용법을 교육하고 있고, 기존 행정해석과 일부 법원·수사기관 판단 등을 고려하면 레이저·고주파 등의 사용을 일률적으로 한의사 면허범위 밖이라고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이번 사건의 쟁점은 한의사의 의료기기나 리도카인 '사용 자체'보다 구체적인 사용 목적과 방법이 한의사 면허범위에 포함되는지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에 맞춰질 전망이다.의협 한특위는 동대문경찰서에 이번 불송치 결정을 다시 검토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정부와 수사기관에는 한의사의 면허범위 외 의료기기·의약품 사용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를 촉구했다. 보건복지부를 향해서도 의료인 면허범위와 관련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