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 국내 시장 1년 새 3배 … 지난해 8195억원 규모3단계 비만 환자 10명 중 7명 항비만약 치료 경험 없어비만 방치 사회경제적 비용 연 23.4조 추산 … "약물치료 포함 통합관리 지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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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만학회
    위고비와 마운자로를 앞세운 비만약 비급여 시장은 호황을 맞고 있지만 정작 치료 필요성이 높은 중증 비만 환자 상당수는 약물치료를 경험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 치료가 대부분 비급여 영역에 머물면서 신약의 등장과 실제 환자의 치료 접근성 사이에 간극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3일 대한비만학회가 서울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 ICOMES 2026 정책토론회에서 공개한 조사에 따르면 3단계 비만 환자 10명 중 7명은 항비만약물 치료 경험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내 비만약 시장의 성장세와는 대조적이다.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티드)와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터제파타이드)가 잇따라 국내 시장에 진입하면서 비만치료제 시장은 급격히 팽창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 기준 국내 비만약 시장은 2024년 2426억원에서 지난해 8195억원으로 1년 만에 3배 이상 커졌다. 지난해 위고비 판매액은 4833억원, 마운자로는 2209억원으로 집계됐다.

    처방 역시 빠르게 늘고 있다. 마운자로는 지난해 8월 국내 출시된 이후 올해 5월까지 10개월간 150만건 이상의 처방이 이뤄졌다. 위고비도 2024년 10월 출시 이후 비만치료제 시장 확대를 이끌고 있다.

    문제는 시장 확대가 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접근성 확대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학회가 과체중·비만 성인 5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체중 감량을 시도한 사람은 79.9%에 달했지만 이를 '매우 효과적'이라고 평가한 비율은 8.5%에 그쳤다. 특히 비만 중증도가 높은 환자일수록 삶의 질 저하와 업무·일상생활 손상, 수면장애가 두드러졌음에도 3단계 비만 환자의 약 70%는 항비만약 치료 경험이 없었다.

    현재 위고비와 비만 치료 목적으로 사용하는 마운자로 등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영역이다. 한국릴리 역시 마운자로에 대해 비급여 의약품이어서 의료기관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고 안내하고 있다. 마운자로는 국내에서 비만 또는 과체중 환자의 만성 체중 관리 적응증도 허가받았다.

    대한비만학회는 단순한 BMI 수치보다 실제 질병과 기능적 부담을 따져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선별하고 이들을 중심으로 치료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청우 중앙보훈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국민건강보험공단 표본 코호트 약 35만명을 분석한 결과 BMI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임상적 비만(clinical obesity)' 환자군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임상적 비만 환자는 비비만군보다 고혈압 부담이 3.6배, 대사이상 2.7배, 간질환 26배, 근골격계 질환은 2.6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 교수는 "성인 비만은 체중계 숫자로 환원될 수 없는 임상적 징후와 기능적 부담을 기반으로 평가해야 하는 만성질환"이라며 "치료 필요성이 높은 임상적 비만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만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을 때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도 상당한 것으로 추산됐다.

    김원석 의정부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가 공개한 중간 분석에서는 성인 비만 환자의 의료비 부담이 정상체중군보다 79~174%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비뿐 아니라 결근과 생산성 저하, 조기 사망에 따른 손실을 합산하면 비만으로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비용은 연간 약 23조4000억원으로 추산됐다. 다만 이는 중간 분석치로 국민건강보험공단 청구자료가 포함된 최종 결과는 추후 발표될 예정이다.

    연구에서는 적극적인 치료 중재가 이뤄질 경우 비만 관련 질환 발생 위험을 7~20% 낮출 수 있다는 결과도 제시됐다.

    학회는 이제 비만 정책의 중심을 단순 예방과 규제에서 실제 환자 치료 지원까지 넓혀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준혁 노원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비만 치료 접근성 확대 기조와 해외 사례를 언급하며 주요 국가들이 약물치료를 포함한 다학제 비만 진료와 지속적인 관리체계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비만 진료가 법정 비급여 영역에 머물러 있어 지원보다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적정 사용과 건강형평성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통합 진료 경로에 대한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며 "정부는 건강보험 지원 방안을 포함한 제2차 국가비만관리종합계획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