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트닉 "美서 생산하면 관세 없다" … 삼성·SK에 현지 공장 압박TSMC는 대규모 투자로 유리한 고지 … 韓 기업 상대적 불리 우려통상 사령탑 교체 혼란 속에… "경쟁국보다 불리하지 않게"만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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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연합뉴스
미국이 한국 반도체를 정조준하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자국 내 생산 여부에 따라 관세를 차등 적용하는 '표적형 관세'를 예고하면서다. 반도체 자체뿐 아니라 노트북·서버·게임기 등 완제품까지 관세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문제는 미국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데도 정부 대응은 기존 한·미 합의의 '경쟁국보다 불리하지 않은 대우'라는 원칙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3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10월 관세 협상 때 우리 반도체는 경쟁국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하겠다고 미국이 얘기했다"며 "그 정신 아래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하지만 러트닉 장관은 앞서 CNBC·블룸버그TV에 잇따라 출연해 미국 내 생산 기업은 관세 부담을 낮추고, 그렇지 않으면 미국 시장 진입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겨냥해 미국 내 공장 건설이 "필수적"이라고 압박했다.경쟁국인 대만은 TSMC를 앞세워 애리조나에 2650억달러를 투자하는 반면 삼성전자는 텍사스에 370억달러,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에 약 38억7000만달러를 투자하는 데 그친다. 미국이 투자 규모와 관세 혜택을 연계할 경우 한국 기업이 상대적으로 불리해질 수 있다.더 큰 문제는 국내 투자와의 충돌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남권 반도체 투자 계획만 800조원 규모로 거론된다. 미국이 현지 생산 확대를 요구할 경우 기업은 한정된 재원을 국내와 미국 중 어디에 배분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관세를 피하려는 미국 투자 확대가 국내 생산기반 약화로 이어지는 '산업 공동화' 우려도 나온다.지난 8월 한국의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209% 늘어난 466억5000만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 전체 상품 수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정부가 내년 예산을 821조원 규모로 늘리며 반도체 호황을 경기 회복의 핵심 기반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세 향방은 재정·성장률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그런데도 정부는 아직 미국의 구체적인 관세율과 적용 범위, 발표 시점조차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김 장관 역시 미국 측으로부터 발표 일정과 관련한 별도의 언급은 없었다고 밝혔다.정부가 협상 내용을 공개하기 어려운 사정은 있다. 관세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세부 전략을 공개할 경우 오히려 협상력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들이 미국의 투자 확대 여부와 국내 생산 계획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불리하지 않은 대우'라는 원칙만 반복하는 것은 충분한 대응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여기에 한미 관세 협상 실무를 이끌던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달 대통령 직권면직으로 전격 경질되고 후임으로 박정성 통상차관보가 임명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혼란도 협상 연속성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구체적 면직 사유조차 공개되지 않은 채 급하게 이뤄진 인사인 만큼 그동안 협상을 이끌어온 실무진과의 연속성이 얼마나 유지될지는 미지수다.전문가들은 관세율 자체뿐 아니라 현지 투자 규모별 혜택 차이, 무관세 쿼터, 완제품 관세 적용 여부까지 종합적으로 따져 협상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에너지·조선 등 대미 협력 가능 분야에서 먼저 성과를 내 통상 압박을 분산하는 전략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한 통상 전문가는 "기존 합의의 '정신'에만 의존하는 수동적 자세로는 대미 투자 수탈만 늘고 국내 제조 기반이 텅 빌 수 있다"며 "한국 메모리 반도체의 대체 불가능한 위상과 HBM의 전략적 가치를 지렛대로 삼아 무관세 쿼터와 완제품 예외 조항을 받아내는 공격적 협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