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중국 숏폼 플랫폼 더우인에 게시된 서울 영등포 일대 부동산 관련 영상. 왼쪽 사진은 영등포역과 신세계백화점·타임스퀘어 등 주변 시설을 소개하고 있으며, 오른쪽 사진은 영등포역을 배경으로 중개업소 관계자가 현지 부동산 정보를 안내하고 있다.ⓒ더우인 캡처
중국 부동산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중국 최대 숏폼 플랫폼 '더우인'에서 한국 주택을 소개하는 영상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수도권 주요 지역의 매매가격과 입지, 내부 구조를 설명한 뒤 매수할 만한 단지를 직접 지목한다. 중국인 밀집지역의 중저가 주택을 넘어 성수동과 한남동, 송도 등 가격 상승 기대가 큰 지역까지 소개 범위가 넓어졌다. 한국 부동산이 거주지를 넘어 투자상품으로 소비되는 양상이다.
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더우인에는 한국 부동산 매물과 지역별 시세, 주택 구매 방법을 소개하는 영상이 여러 계정에서 올라오고 있다. 서울 강남·서초·성수·한남부터 경기 부천·평택, 인천 송도·청라·부평까지 지역도 다양하다.
서울 성수동의 전용면적 59㎡ 아파트를 소개한 영상은 "전지현·지드래곤과 이웃이 된다"는 제목을 달았다. 영상은 집 내부와 한강 조망을 보여주며 창밖의 한 건물을 배우 전지현이 사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가수 지드래곤이 인근에 살았다는 소개도 덧붙였다.
또 다른 게시물은 서울 한남동의 300억원대 펜트하우스를 다뤘다. 유엔빌리지를 미국 베벌리힐스와 홍콩 리펄스베이, 영국 런던 켄싱턴에 빗대며 한국을 대표하는 부촌으로 소개했다. 내부와 한강 조망, 보안시설을 차례로 보여주며 자산가를 겨냥한 매물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중저가 주택은 구체적인 예산과 함께 소개됐다. 서울 구로구 매물을 다룬 영상은 방 2개짜리 주택 가격을 2억원대 초반, 방 3개짜리는 3억원대로 제시했다. 예산이 2억~3억원이라면 구로의 소형 주택과 부천·인천의 면적이 넓은 주택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인천 부평구의 방 3개·욕실 2개 주택은 경매 물건으로 소개됐으며, 영상에 제시된 가격은 2억4500만원이었다. 부천의 신축 주택과 고층 아파트를 보여주며 "2억원대로 한국에서 어떤 집을 살 수 있는가"라며 묻기도 했다.
인천 송도의 전용 84㎡ 아파트를 소개한 영상에는 "비자 취득 가능"이라는 문구가 담겼다. 확인되지 않은 부분까지 매물 홍보에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한국 부동산을 소개하는 영상이 늘면서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정보도 무분별하게 확산하고 있다. 일부 영상은 정확한 단지명과 주소, 거래 형태 등 핵심 정보가 빠져 있어 실제 매물 여부와 제시된 가격을 확인하기 어렵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플랫폼에서는 국내에서 검증되지 않은 부동산 정보가 별다른 제한 없이 퍼질 수 있다"며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정보만 믿고 투자에 나서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
- ▲ 중국 숏폼 플랫폼 더우인에 올라온 서울 영등포구 주택 소개 영상. 한 남성이 해당 매물의 내부와 입지, 가격 등을 설명하고 있다.ⓒ더우인 캡처
더우인에서 소개되는 지역은 중국인의 실제 주택 매수가 집중된 곳과 상당 부분 겹친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6월까지 수도권에서 이뤄진 외국인 주택거래는 4397건이다. 이 가운데 중국인 거래가 72%로 가장 많았다. 거래금액별로는 6억원 이하 주택이 전체의 81%를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서울 구로·금천·송파·강서구, 경기 안산·부천·평택·수원시, 인천 부평·미추홀·서구 등에서 외국인 주택거래가 많았다. 더우인 영상에서 반복적으로 소개된 구로와 부천, 평택, 부평이 실제 매수 집중 지역에도 포함된 것이다.
중국 내 부동산 침체가 이어지는 상황도 한국 주택 관련 콘텐츠가 늘어난 배경으로 꼽힌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해 1~7월 부동산 개발투자는 전년 동기보다 19.2% 감소했다. 주택 개발투자는 19.1%, 신규 주택 판매면적과 판매액은 각각 12.7%, 13.2% 줄었다.
같은 기간 서울 주택시장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다섯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22% 올랐다.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해 2월 상승 전환한 뒤 82주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중국 부동산시장의 장기 침체와 서울 집값 상승이 맞물린 시기에 한국 주택의 가격과 입지, 희소성을 강조하는 중국어 콘텐츠가 늘어난 셈이다.
한국 부동산을 바라보는 국내외 시선에는 온도 차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집값이 일정 수준 이하로 급락할 경우 정부가 주택을 대량 매입해 공공주택으로 활용하는 시스템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국내에서는 가격 급락 가능성까지 대비하고 있지만 중국 플랫폼에서는 서울·수도권 주택의 입지와 가격 경쟁력을 강조하며 투자 대상으로 소개하고 있다.
중국인 매수가 수도권 특정 지역에 몰리는 이유로는 지리적 접근성과 가격대가 꼽힌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매입에서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비교적 높은 편"이라며 "한국은 중국과 가까워 왕래가 편리한 데다 한류를 통해 국내 주거환경에 대한 친숙도도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거주뿐 아니라 임대 등을 통해 자산을 확보할 수 있는 시장이라는 인식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인 정착률이 높고 가격 부담이 비교적 낮은 경기 안산·부천·시흥과 인천 부평, 아파트보다 가격 부담이 낮은 서울 오피스텔 등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