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0년물 4.8%·日 10년물 3% … 주요국 장기금리 동반 급등국제유가 90달러대·美 부채 40조달러, 금리 하방 막는 대외 변수9월 회사채 만기 7.6조 집중 … 고금리 속 기업 차환 시계 빨라져한은 기준금리 3%에 821조 확장재정 … 시장금리 하락도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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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발 국채 쇼크가 한국의 가계와 기업을 다시 고금리 터널로 밀어넣고 있다. 국고채 10년물이 4.4%를 넘어서면서 은행채와 회사채까지 뛰어 시장금리 전반에 상승 압력이 번졌다. 가계는 대출금리, 기업은 차환비용으로 충격을 떠안으면서 금융시장의 금리 쇼크가 실물경제 곳곳으로 번지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번주 장중 4.818%까지 치솟은 뒤 크리스토퍼 월러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의 비둘기파 발언 이후 4.7%대로 내려왔다. 급등세는 한풀 꺾였지만 30년물은 여전히 5%를 웃돈다. 일본 10년물도 한때 3%를 돌파해 1996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국제유가는 브렌트유가 배럴당 95달러대를 유지해 물가와 장기금리를 다시 밀어올릴 변수로 남아 있다.

    금리 불안을 잠재울 것으로 기대됐던 미국 고용도 반대 방향의 신호를 보냈다. 미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8월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보다 16만 2000명 늘어 시장 예상치인 5만 5000명 안팎을 세 배 가까이 웃돌았다. 7월 증가폭도 2만 1000명으로 상향 조정됐고 실업률은 4.1%를 유지했다. 예상 밖의 고용 호조에 금리선물시장이 반영한 9월 연준의 금리 인상 확률은 발표 직후 65%까지 뛰었다. 월러 발언으로 후퇴했던 추가 긴축 우려가 하루 만에 다시 고개를 든 셈이다.

    월러 이사는 최근 미국 국채가 과거 누렸던 안전자산 프리미엄이 사실상 사라지면서 중립금리가 더 높아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국 국가부채가 40조달러를 넘어선 데다 AI 인프라 투자를 위한 기업의 대규모 자금조달까지 겹치면서 정부와 기업이 채권시장 자금을 놓고 경쟁하는 구조도 장기금리의 하방을 막고 있다는 진단이다.

    ◆ 국고채 4%대 고착 … 은행채·회사채까지 '도미노'

    국내 채권시장도 그대로 흔들렸다. 국고채 3년물은 지난 2일 연 3.930%로 올라 7월 24일 이후 처음 3.9%를 넘어섰고 10년물은 4.418%, 30년물은 4.657%까지 뛰었다. 같은 날 회사채 3년물(AA-)도 5.1bp 오른 4.600%를 기록했다.

    월러 발언 이후 금리는 일부 되돌림을 보였다. 4일 국고채 3년물은 전 거래일보다 0.4bp 내린 3.884%, 10년물은 0.7bp 하락한 4.360%로 마감했다. 20년물도 2.0bp 내린 4.573%였지만 30년물은 0.1bp 오른 4.636%를 기록했다. 회사채 3년물(AA-)은 4.567%로 보합에 그쳤다. 하루 금리가 소폭 내려도 10년물은 4.3%, 회사채는 4.5%를 웃도는 높은 수준 자체가 좀처럼 낮아지지 않고 있다.

    국고채 금리 상승은 은행채와 회사채를 거쳐 곧바로 민간 조달비용을 높인다. 은행채 금리가 오르면 금융채를 준거로 삼는 고정형 주택담보대출이 먼저 영향을 받고, 예금금리와 은행 조달비용이 높아지면 코픽스(COFIX)를 통해 변동형 금리에도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 기업은 회사채 발행금리와 은행 대출금리가 동시에 오를 수 있다.

    공교롭게도 기업들의 차환 수요가 몰리는 시점과 금리 충격이 겹쳤다. 본드웹에 따르면 9월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는 7조 5562억원으로 하반기 전체 만기액 27조 359억원의 28%에 달한다. 8월 2조 8306억원의 2.7배로 하반기 월별 기준 가장 많다. 국고채 금리가 회사채 금리의 기준선을 끌어올린 상황에서 만기를 맞은 기업들은 이전보다 비싼 비용을 감수하고 대규모 차환에 나서야 하는 셈이다.

    국내 요인까지 금리 하락을 제약한다. 한은은 7·8월 기준금리를 연속으로 올려 3.00%까지 높였고 정부는 내년 총지출을 올해보다 12.8% 늘린 820조 9000억원으로 편성했다. 국고채 순증 발행은 줄지만 확장재정이 성장과 물가를 자극하면 시장금리에는 반대 방향의 압력이 걸릴 수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총지출 증가율 12.8%의 확장재정은 성장과 물가를 통해 국고채 금리를 높이는 요인"이라며 "확장재정은 한국은행의 최종금리를 높이거나 금리 인상 상태를 장기화하면서 3~5년물 금리에 직접적인 상승 압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도 금리 상승을 위험 요인으로 보기 시작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4일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주요국 국채 발행 증가와 글로벌 AI 기업의 회사채 발행, 정책금리 인상 기대와 국제유가 상승이 동시에 금리를 밀어 올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당국은 국내 채권시장 동향을 면밀히 살피고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되지 않도록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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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동형 주담대 68% … 중기 신규부실만 4.5조

    가계의 금리 체력은 이미 약해져 있다. 지난 7월 신규 취급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변동금리 비중은 68.1%로 2014년 2월 이후 12년5개월 만에 가장 높았고 지난해 11월 이후 9개월 연속 상승했다. 시장금리가 다시 오르면 신규 차주는 물론 금리 재산정 시점을 맞는 기존 차주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대출금리의 바닥도 이미 높아진 상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평균 대출금리는 연 4.27%였고 기존 대출까지 포함한 잔액 기준 금리는 4.37%로 한 달 전보다 0.03%포인트 상승했다. 저축성수신금리도 6월 3.08%에서 7월 3.21%로 0.13%포인트 올라 은행의 조달비용을 밀어올릴 요인이 쌓였다. 국채금리 상승이 은행채와 예금금리에 추가로 반영되면 차주가 체감하는 금리는 기준금리 움직임보다 늦게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기업 쪽에서는 부실이 먼저 불어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6월 말 국내은행 부실채권 현황을 보면 부실채권은 18조 9000억원으로 2018년 6월 이후 8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2분기 신규 부실채권 7조 2000억원 가운데 기업여신이 5조 7000억원이었고 중소기업에서만 4조 5000억원이 새로 발생했다. 중소기업여신 부실채권비율도 0.92%까지 올라 취약부문의 건전성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은행의 완충력도 부실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6월 말 대손충당금 잔액은 26조 9000억원으로 3개월 전보다 2000억원 늘었지만 부실채권 대비 충당금 적립률은 150.4%에서 142.9%로 7.5%포인트 떨어졌다. 은행이 건전성 관리에 나서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부터 대출 문턱이 높아질 수 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회사채를 통한 직접 조달 여력이 작아 은행 대출 의존도가 높다. 금리가 높은 상태에서 기존 대출 만기가 돌아오면 더 비싼 금리로 갈아타야 하고, 은행이 부실 확대를 이유로 심사를 강화하면 금리와 한도가 동시에 조여질 수 있다. 가계는 이자비용, 기업은 차환비용이라는 서로 다른 통로로 같은 국채 쇼크를 맞는 셈이다.

    채권시장에서는 글로벌 금리 충격이 다소 진정되더라도 높아진 조달금리가 빠르게 되돌아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국의 고용이 예상 밖의 호조를 보이면서 연준의 9월 인상 가능성이 다시 높아진 만큼 국내 시장금리도 대외 변수에 계속 노출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 증권사 채권 딜러는 "지금은 금리가 더 오르느냐보다 이미 높아진 금리가 얼마나 오래 유지되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글로벌 금리의 고점이 길어질수록 국내 기업과 가계가 감당해야 할 차환·이자 부담도 누적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