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22조 국고채 발행, 시장금리 밀어 올릴 것 "국고채 222조원 쏟아지면 공기업·회사채까지 연쇄 충격""한은 긴축 부담 커질수록 서민이 더 가혹한 이자 부담""미래대응기금보다 채무 상환 … 재정·통화정책 조율해야"
  • 정부가 내년도 지출을 821조원으로 대폭 늘린 가운데 한국은행의 통화 긴축과 정면으로 충돌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는 상황에서 정부가 대규모 국채 발행을 동반한 확장재정에 나서면 국채금리를 밀어 올리고, 그 충격이 공기업과 민간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으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4일 뉴데일리와의 특별인터뷰에서 "수요는 충분하지만 공급이 제약된 상황에서 정부가 돈을 푸는 것은 불난 데 기름을 붓는 격"이라며 "정부가 성장을 위해 재정을 확대한다고 하지만 결국 국채금리 상승이라는 청구서가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특히 재정 확대로 물가 압력이 높아질 경우 한국은행이 당초 예상보다 기준금리를 더 올려야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정부의 돈 풀기는 한국은행의 인플레이션 관리를 어렵게 만들고, 금리를 더 큰 폭으로 올려야 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며 "그 결과는 대출이 많은 서민과 자영업자에게 가혹한 이자 부담으로 돌아간다"고 강조했다.

    ◇ "222조원 국고채, 시장금리 밀어 올릴 것"

    정부는 내년 222조8000억원 규모의 국고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양 교수는 국채 발행 시점과 물량을 조절하더라도 시장이 감당해야 할 전체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금리 상승 압력을 피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금융시장에서 채권을 사들일 수 있는 자금은 한정돼 있는데 국채 공급이 대규모로 늘어나면 채권 가격은 떨어지고 금리는 올라간다"며 "정부가 발행 시점을 분산하더라도 전체 물량이 큰 만큼 시장에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국고채 금리가 오르면 충격은 국채시장에만 머물지 않는다. 신용도가 높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국채의 금리가 상승하면 투자자금이 국채로 몰리면서 한전채를 비롯한 공기업 채권과 은행채, 회사채는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투자자를 확보할 수 있다.

    양 교수는 "국채는 원리금 상환 가능성이 높고 안정적인 자산이기 때문에 금융기관과 펀드가 우선적으로 매입한다"며 "국채 물량이 급증하면 한전과 같은 공기업 채권의 수요가 줄고, 공기업조차 채권 발행이 어려워진다면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민간기업은 더 큰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은 채권 발행 자체가 어려워지거나 훨씬 높은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며 "결국 정부의 대규모 국채 발행이 시장금리를 끌어올리고 기업의 투자 여력을 줄이는 구축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확장재정 과정에서 한전채 등 공기업 채권과 회사채의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했던 경험도 언급했다. 양 교수는 "문재인 정부 당시에도 확장재정과 공공부문 채권 발행이 겹치면서 공기업과 민간기업의 채권 발행에 부담이 발생했다"며 "이번에는 재정 규모가 더 큰 데다 시장금리 여건도 녹록지 않아 문제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 ▲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뉴데일리 DB
    ▲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뉴데일리 DB
    ◇ "지출 증가분, 성장보다 물가로 갈 가능성"

    양 교수는 정부가 기대하는 만큼 확장재정의 실질적인 성장 효과가 나타날지도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경제의 공급 능력이 재정 투입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늘어난 수요가 생산 확대보다 물가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실질성장률에 비해 정부 지출이 지나치게 빠르게 늘어나면 상당 부분이 물가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며 "실질적인 경제 활성화 효과는 제한적인데 물가와 시장금리만 올리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확장재정을 추진하는 것도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양 교수는 "정부가 돈을 풀어 물가 상승 압력을 키워 놓고 경제부처에 물가를 잡으라고 하면 결국 공공요금이나 각종 가격을 행정력으로 누르는 방식이 동원될 가능성이 있다"며 "당장은 물가 지표를 관리할 수 있어도 공공기관 부채나 민간 사업자의 손실이 누적돼 더 큰 문제를 낳게 된다"고 꼬집었다.

    ◇ "미래대응기금 쌓기보다 국가채무 갚아야"

    양 교수는 정부가 추진하는 미래대응기금에 대해서도 목적과 용도가 불명확한 재원을 새로 조성하기보다 국가채무 상환을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금은 특정한 목적과 수입·지출 구조가 분명한 사업에 한정해 운용해야 한다"며 "미래 대응이라는 광범위한 명분으로 대규모 재원을 쌓아 놓으면 어디에, 어떤 기준으로 사용할 것인지 불투명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금이 방만하게 운용되고 정부의 쌈짓돈처럼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는 수십 년간 반복돼 왔다"며 "유사한 정책금융과 각종 기금·펀드가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서 별도의 대규모 기금을 또 만드는 것이 타당한지부터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덜 올리면서도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수 있도록 정부가 국채 발행을 줄이고 빚을 갚으면 된다"며 "국민이 고금리로 고통받는 상황에서 당장 용도도 명확하지 않은 미래 사업을 위해 기금을 쌓겠다는 것은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재정 당국과 한국은행이 현재의 물가와 성장, 시장 유동성 상황을 놓고 허심탄회하게 논의해야 한다"며 "재정지출의 규모와 시기, 대상을 다시 조정하고 불요불급한 사업을 줄여 통화정책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현 정부 경제정책에 대해 "정책 방향이 경제 원리에 맞는지, 집행 과정이 합리적인지, 정책 실패가 확인됐을 때 이를 교정할 수 있는지 모두 점검해야 한다"며 "잘못된 정책을 수정하지 않은 채 확장재정을 밀어붙이면 물가와 금리 상승, 민간투자 위축이라는 부작용만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