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사상 첫 2000兆 돌파 속 정부는 대출 조이며 부동산 투기 수요 억제역대급 확장재정 속 미래대응기금 두고 "마이너스 통장 만든 것" 비판 잇따라 부동산 세제·공급 책임질 이형일 부총리·홍지선 국토장관 후보자 영끌·갭투자 의혹 과도한 가계 대출 줄이고 부동산 시장 투기 수요 억제하겠단 정책 기조와 정면 배치
  • ▲ 서울 시내 한 은행 안내판에 대출이라고 쓰여 있다. ⓒ연합뉴스
    ▲ 서울 시내 한 은행 안내판에 대출이라고 쓰여 있다. ⓒ연합뉴스
    국민에게는 빚을 경계하라고 강조하며 대출 문턱을 높여 놓고, 정부는 확장재정으로 나랏빚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여기에 부동산 세제와 주택 공급 정책을 책임질 2기 내각 장관 후보자들까지 갭투자와 영끌 매수 의혹에 휩싸였다. 가계 빚에는 엄격한 관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나랏빚에는 미래 투자를 위한 재정 확대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정책 책임자의 부동산 자산 검증에는 느슨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부동산 시장의 투기성 수요를 차단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말 가계신용 잔액은 2019조8000억원으로 2002년 통계 작성 이래 사상 처음으로 2000조원을 돌파하고 2021년 3분기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가계대출 급증세에 정부는 7월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를 시행했다. 사실상 전 업권의 모든 가계대출에 스트레스 금리가 적용된 셈으로 대출 문턱도 한층 높아졌다. 

    집값과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가계의 차입 여력을 조이는 것과 달리 정부 재정은 확장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가계에는 빚을 줄이라고 압박하면서 정부 지출은 빠르게 늘어나 국가채무와 재정 부담이 커지는 모습이다. 

    기획예산처가 국회에 제출한 '2026~2030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국가채무는 올해 1413조8000억원에서 2027년 1519조8000억원, 2028년 1600조3000억원, 2029년 1659조1000억원, 2030년에는 1734조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5년 만에 국가채무가 300조원 이상 증가하며 2030년에는 1700조원을 돌파하는 셈이다. 

    나랏빚이 늘면서 부담해야 할 이자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채무 이자비용은 올해 36조5000억원, 2027년 42조8000억원, 2028년 45조4000억원, 2029년 48조9000억원, 2030년 53조3000억원으로 가파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따른 세수 증가를 바탕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올해 51.6%에서 내년 48.3%까지 낮아진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2030년까지 놓고 보면 하락세가 지속되는 것도 아니다. 2028년 48.9%, 2029년 48.8%, 2030년 49.0%로 다시 높아지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채무 이자 부담 역시 확대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이자비용은 올해 1.3%에서 내년 1.4%로 상승하고 2028년과 2029년에도 1.4%를 유지한 뒤 2030년에는 1.5%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확장재정 기조를 뒷받침하는 핵심 수단으로는 162조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이 꼽힌다.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인재 등 4대 미래 전략 분야에 투자하기 위해 초과세수를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이를 두고 국회 예산심의권을 우회하기 위한 '마이너스 통장'과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기존 특별회계나 기금과 사업 성격이 겹치는데도 별도 계정을 신설한 데다, 기금의 주요 항목 지출액의 최대 30%를 국회 승인 없이 변경할 수 있도록 재정 운용 재량을 크게 넓혀서다. 사실상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지 않고도 기금운용계획 변경을 통해 재원을 활용할 수 있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국민에게는 대출 규제로 과도한 빚을 내 집을 사지 못하게 제재하면서 정작 고위 정책라인에서는 부동산 의혹이 불거졌다. 부동산 세제 개편을 총괄하게 될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와 주택 공급 및 부동산 정책을 맡게 될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싸고 갭투자와 영끌 매수 의혹이 제기됐다.

    안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분석한 인사청문자료에 따르면 이 후보자의 과천시 54㎡ 아파트에 실제 전입한 기간은 총 4개월에 불과했다. 이 마저도 기존 전세 계약이 끝난 뒤 다음 세입자가 입주하기 전까지의 공백기에 전입 신고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해당 아파트를 매수한 직후에도 과천의 다른 연립주택으로 전입신고를 했고 그 이후에도 안양, 과천, 서울 상도동 등에서 세를 살았다. 해당 과천 아파트는 현재 재건축이 진행 중인 곳이다. 안 의원은 "사실상 재건축을 바라본 갭투자"라며 "두 달씩 거주하는 동안 실제 이사를 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실이 홍 후보자의 인사청문자료를 분석한 결과 홍 후보자는 지난해 5월 서울 구로구의 전용면적 84㎡ 아파트를 10억500만원에 부부 공동명의로 매수해 거주 중에 있다. 매입자금의 53.4%인 5억3700만원을 대출 및 차용금으로 충당했는데, 이 중 주택담보대출이 3억6700만원, 장모에게 차용증을 쓰고 빌린 돈이 1억7000만원이다. 김 의원은 "국민에게는 빚내서 집 사지 말라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명한 국토부 장관 후보자는 불과 1년 전 영끌로 집을 샀던 장본인"이라고 비판했다. 

    확장재정으로 국가채무가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정책을 책임 질 고위 공직자들의 레버리지 투자 논란까지 겹치면서 정책의 일관성과 형평성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한 경제 전문가는 "시장의 안정을 이끌어야 할 최고 책임자들부터 일관된 신호를 주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며 "국민에게는 자금줄을 꽉 조여 빚을 지지 말라고 다그치면서 정부 스스로는 씀씀이를 불리고, 정책 책임자들은 레버리지를 활용한 부동산 투자 논란에 휩싸인다면 어떤 국민이 정책에 신뢰를 가지겠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