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행 영업 기반 약화에 동일 지주 내 합병 필요성 재부상비용 절감 vs 지역 정체성·노조 반발 … 합병 셈법은 복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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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지방은행의 영업 기반이 약화되면서 한 금융지주 아래 두 은행을 따로 운영하는 '투뱅크' 체제의 비효율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전산과 조직을 각각 유지하는 데 드는 중복 비용을 줄이고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려면 합병이 가장 확실한 해법이지만, 실제 논의는 번번이 전산 공동화 수준에서 멈춰서고 있다. 지역사회와 노조의 반발부터 인력·점포 재편, 지역은행 정체성 문제까지 합병으로 얻는 경제적 이익 못지않게 치러야 할 비용도 크기 때문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일본 지방은행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국내 지방은행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단계적인 경영 효율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방법론으로는 전산 공동화와 동일 지주 내 은행 간 합병을 제시했다.

    일본 사례처럼 지방은행 간 경영 통합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은행 간 합병이 당장 어렵다면 우선 전산시스템을 공동 운영해 중복 투자를 줄이고 고정비를 절감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동일 지주 안에서 지방은행 간 합병 논의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BNK금융그룹은 2014년 경남은행을 인수한 이후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을 한 지주 아래 두고 운영해 왔다. 이후 두 은행의 중복 조직과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을 줄여야 한다는 이유로 합병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됐다.

    2020년에는 김지완 당시 BNK금융 회장이 임기 내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합병 방향을 마련하겠다고 언급하면서 논의가 본격화됐다. 그러나 경남은행 노조가 강하게 반발한 데 이어 지역사회와 정치권에서도 통합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 BNK금융은 결국 지역사회와 경남은행 구성원의 동의가 없는 통합은 검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합병 대신 전산 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드러났다. 빈대인 BNK금융 회장은 2023년 부산·경남은행의 ‘투뱅크’ 체제와 관련해 “10여년간 진행돼온 것을 보면 효율적인 것보다는 비효율적인 게 많다”며 “투뱅크 체제가 더 낫다고 하기 위해서라도 오히려 전산통합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은행의 전산을 별도로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비효율이 상당하다는 취지였다.

    다만 빈 회장은 당시 전산통합과 은행 자체 통합은 “완전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전산을 하나로 묶는 것은 비용을 줄이기 위한 효율화 차원의 조치일 뿐, 이를 곧바로 법인 통합이나 ‘원뱅크’ 전환으로 연결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실제로 전산통합조차 수년째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부산·경남은행은 전산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작업을 진행해 왔지만, 별도 은행으로 운영되는 두 은행의 시스템을 완전히 하나로 합치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별도 전산망을 유지하면서 발생하는 중복 비용도 여전히 부담으로 남아 있다.

    최근에는 규모의 경제와 비용 효율성 측면에서 지방은행 간 합병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표출되기도 했다. 올해 얼라인파트너스가 BNK금융과 JB금융의 합병을 제안했지만, BNK금융과 JB금융 이사회는 모두 합병 타당성 검토에 착수하지 않기로 했다.

    지방은행 합병을 가로막는 것은 단순히 합쳤을 때의 경제적 실익만 따지는 문제가 아니라는 분석이다. 두 은행의 인력과 점포를 어떻게 재편할지, 본점과 경영진 등 조직의 중심을 어디에 둘지, 기존 지역은행의 정체성과 지역사회와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할지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빈대인 회장은 2025년 2월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에 대해 “IT 분야 투자 비용 증가와 영업점 중복 등 비효율적인 부분이 너무 많다”며 “장기적으로 함께 가야 하는 데 우선 양대 은행이 정서적인 통합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합병의 경제적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실제 통합을 위해서는 조직 내부의 정서적·화학적 결합이 먼저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두 은행을 합치면 전산과 조직 등에서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경제적 논리는 분명하지만 지방은행은 지역경제와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합병에 따른 효율성보다 인력과 조직, 지역 기반을 둘러싼 갈등 비용이 더 크다고 판단되는 상황에서는 전산 공동화처럼 현실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효율화부터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