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누적 수출 7094억달러 돌파… 8개월 만에 작년 연간 실적 훌쩍수출 증가분 74%가 반도체… 대미 흑자 1000억달러 전망에 트럼프 표적 美, 메모리 전공정 현지화 압박… "반도체 외통수 벗어나 수출 다변화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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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 남구 부산항 신선대부두 ⓒ연합뉴스
올해 우리나라 수출이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248일 만에 7000억 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재 추세라면 사상 최초의 연간 수출 1조 달러 달성도 가시권에 들어설 전망이다.하지만 수출을 이끄는 반도체가 동시에 미국의 주요 견제 대상으로 떠오르면서 '수출 1조달러'가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대미 무역흑자까지 빠르게 늘면서 미국의 관세와 현지 생산 압박이 한층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7일 산업통상부와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누적 수출액은 지난 5일 오후 1시 기준 7094억 달러를 기록했다.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해 연간 수출 실적 7093억 달러를 이미 넘어선 것이다. 지난해보다 4개월가량 앞서 연간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사상 최초의 수출 1조달러 달성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수출 호조를 이끈 주인공은 단연 반도체다. 올해 1~8월 반도체 수출액은 2812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69.6% 증가했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40.6%에 달했다. 특히 올해 전체 수출 증가액 가운데 반도체 증가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74%에 이른다. 사실상 반도체가 수출 증가분의 대부분을 만들어낸 셈이다.미국으로 향하는 수출에서도 반도체의 역할은 두드러진다. 올해 1~8월 대미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57% 증가한 1274억 달러를 기록했다. 산업부가 지난 1일 발표한 8월 수출입 동향을 보면 지난달 대미 수출은 165억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9.3% 급증했다. 반도체 수출은 300%, 컴퓨터 수출은 무려 1040% 늘었다. 미국 기업들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되면서 반도체와 컴퓨터 수입이 크게 증가한 영향이다.문제는 이 같은 수출 호황이 미국과의 통상관계에서는 새로운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대미 수출이 빠르게 늘면서 무역흑자도 가파르게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지난해 연간 495억 달러였던 대미 무역흑자 규모는 올해 1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정책을 감안하면 한국 역시 미국의 압박에서 자유롭기 어려운 상황이다.특히 미국이 정조준하고 있는 품목이 한국 수출의 핵심인 반도체라는 점이 부담이다. 미국은 그동안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 등을 고려해 반도체를 관세 대상에서 제외해왔지만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반도체 관세 도입을 공식화했다.앞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미국 내 반도체 생산 여부에 따라 관세를 차등 적용하는 '표적 관세'를 예고했다. 미국에 생산시설을 갖춘 기업에는 관세 부담을 낮추거나 면제하고, 그렇지 않은 기업에는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러트닉 장관은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겨냥해 미국 내 공장 건설이 "필수적"이라고 압박해왔다.여기서 한국 수출의 역설이 발생한다. 사상 최초의 수출 1조달러를 이끌 핵심 동력이 반도체인데, 정작 그 반도체가 미국의 관세 압박 1순위 표적이 되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 수출이 늘수록 한국의 전체 수출과 대미 무역흑자가 함께 커지는 구조인 만큼 반도체 호황이 수출에는 호재지만 한미 통상관계에서는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더욱이 미국의 '표적 관세'는 한국 반도체 기업에 단순히 관세를 내라는 차원의 압박을 넘어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옮기라는 요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 테일러에 170억 달러를 투자해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지만 메모리 생산기지는 없다. SK하이닉스 역시 인디애나에 40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지만 HBM 패키징 등 후공정 시설이 중심이다.반면 미국 수출의 핵심인 D램과 낸드 등 메모리 전공정은 여전히 국내에서 이뤄지고 있다. 미국이 자국 내 생산시설 보유 여부를 관세 기준으로 삼을 경우 한국 기업으로서는 관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 내 생산을 추가로 확대하거나 국내 생산시설의 역할을 줄여야 하는 부담이 생길 수 있다. 미국의 통상 압박이 단순한 수출 규제를 넘어 국내 산업의 생산기지와 투자 결정까지 흔드는 문제로 번질 수 있는 이유다.결국 한국 경제는 '반도체 의존도가 높을수록 수출은 늘지만, 동시에 통상 리스크도 커지는' 구조에 놓이게 됐다. 올해 반도체가 전체 수출 증가액의 74%를 차지하고 대미 수출 증가 역시 반도체와 컴퓨터가 주도했다는 것은 그만큼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의미다. 반대로 미국이 반도체를 겨냥할 경우 한국의 수출과 대미 무역흑자가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일(현지시간)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으면 미국이 적자를 보는 국가들과 무역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것도 부담이다. 대미 흑자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미국의 통상정책 변화를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전문가들은 수출 1조달러라는 외형적 성과에 안주하기보다 미국과 반도체에 집중된 수출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강인수 숙명여대 교수는 "최근 대미 무역 흑자의 주요 원인은 반도체 가격 상승"이라며 "미국 입장에서는 흑자 폭이 커지므로 반도체 관세 압박은 당연히 세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쏠림 현상이 커지는 데 따른 각종 압박에 견디는 기초 체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인도와 아세안 국가 등으로 수출 다변화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수출 1조달러라는 사상 최대 기록이 눈앞에 다가왔지만 그 기록을 만들어낸 반도체가 동시에 통상 리스크의 진원지가 되고 있는 셈이다. 결국 한국 수출이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이 수출하느냐'뿐 아니라 '무엇을, 어디에 수출하느냐'까지 함께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