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시날 발전소 168억달러 → 200억달러 → 최종 223억달러美 소유 SPV에 韓 자금 투입 … 지분·경영권 확보가 쟁점원전 8기 등 후속 투자 앞두고 수익·위험 배분도 진통
  • ▲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연합뉴스
    ▲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연합뉴스
    정부의 3500억 달러 규모 대미투자 1호 프로젝트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미국 텍사스 가스복합화력발전사업이 첫 투자처로 유력한 가운데 당초 사업비보다 투자 규모가 30% 넘게 불어나면서 사업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한국 측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반면 실제 투자를 집행하는 특수목적법인(SPV)은 미국이 전적으로 소유하는 구조인 만큼, 한국 기업의 지분과 의결권, 수익 배분 및 경영권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첫 사업부터 사업비가 크게 늘어난 데다 향후 원전·에너지·반도체·인프라 등 후속 프로젝트에서도 미국 측의 추가 증액 요구가 이어질 경우 3500억 달러 대미투자의 사업성과 자금 운용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7일 관계부처와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당정협의회에서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대미투자 협상 내용을 보고받았다.

    이날 보고에서는 대미투자 1호 프로젝트의 투자계획과 함께 투자 특수목적법인(I-SPV)의 운영계약안 등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 사업비 33% 증가에 '줄줄이 증액' 우려

    한미가 합의한 3500억 달러 규모 대미투자의 첫 사업으로는 약 223억 달러(약 30조원) 규모의 미국 텍사스주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사업이 사실상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설비용량은 6.3GW 규모다. 우선 가스터빈 발전 1.4GW를 1단계로 개발한 뒤 효율이 높은 복합화력 발전 4.9GW를 순차적으로 확대하는 방식이다.

    초기 발전소를 먼저 가동해 전력 수요와 사업성을 확인한 뒤 설비를 추가하는 구조로, 대규모 선투자에 따른 위험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사업비다. 엔시날 프로젝트의 사업비는 당초 168억 달러에서 200억 달러로 늘어난 데 이어 최종적으로 223억 달러까지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초 검토액과 비교하면 약 33%(55억 달러) 늘어난 셈이다. 

    당초 예상보다 사업 규모가 커진 만큼 상업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게다가 앞서 미국 측은 1호 사업의 증액 사유로 용수 확보 문제 등을 거론했지만 구체적인 비용 산출 근거도 충분히 설명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미투자의 연간 투자 한도 200억 내 집행 원칙이 첫 사업부터 깨지면서 향후 후속 사업 추진 과정에 부정적인 선례를 남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전과 에너지, 반도체, 인프라 등 후속 프로젝트에서도 줄줄이 증액 압박이 이어질 경우 한국 측이 추가 자금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 韓 돈 들어가는데… SPV는 美 소유

    투자 구조도 중요하다. 산업부는 이날 당정협의에서 대미투자 1호 프로젝트와 함께 투자 특수목적법인(I-SPV)의 운영계약안도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한미 양국이 지난해 11월 체결한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MOU)에 따르면 전략투자를 관리하는 SPV는 미국이 전적으로 소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국 측이 자금을 투입하더라도 투자 실행과 사업 관리를 담당하는 법인의 소유권은 미국에 있는 구조인 셈이다.

    이에 한국 기업이 실제 사업에서 어느 정도의 지분과 이사회 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을지,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서 한국 측의 목소리를 얼마나 반영할 수 있을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결국 '돈은 한국이 대고, 사업의 소유와 경영은 미국이 맡는 구조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당초 한미 양국의 MOU에 따라 설계한 '리스크 풀링' 구조의 유지 여부도 관건이다. 해당 투자 구조는 여러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수익과 손실을 하나의 틀 안에서 관리해 특정 사업에서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다른 사업에서 발생한 수익으로 이를 상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투자 포트폴리오 전체의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최근 미국 측이 투자 수익을 사업별로 따로 나누는 방안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사업별 손익을 분리할 경우 수익성이 높은 프로젝트의 수익으로 부진한 프로젝트의 손실을 보전하기 어려워진다. 

    아울러 산업부는 이날 당정협의회에서 대미투자 후속 프로젝트로 미국에 대형 원전 최대 8기를 건설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측은 조선 분야 1500억 달러를 제외한 20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가운데 1200억 달러를 원전 8기 건설에 투입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우리 정부는 특정 금액을 확정하기보다는 '원전 8기 건설 협력'이라는 포괄적인 문구를 담는 쪽으로 조율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조선 분야를 제외한 전체 대미투자액의 60%에 해당하는 1200억 달러 투자를 확정할 경우, 한국 측이 향후 협상 과정에서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산업부는 이날 대미투자 1호 프로젝트와 관련해 "한·미 간 협의가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 내용을 확인해 줄 수 없다"며 "관련 법령에 따른 국회 보고 등 국내 절차 및 미 측과의 협의를 거쳐 프로젝트를 확정·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원전 투자에 대해서는 "한미 양국은 대미투자 원전 프로젝트 발굴을 위해 다양한 협의를 진행 중이나,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