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 20.15%·조원태 20.57%… 불과 0.42%P 차기타법인 18거래일 연속 매수… 추가 매집 여부 촉각저평가 깨겠다며 적대적 M&A에 길 터주는 與JAL도 새 주주로… 한진칼엔 ‘가격 전쟁’ 새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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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한진칼의 기타법인 매수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대한항공 자료사진. ⓒ뉴데일리
한진칼 지분 20.15%를 가진 호반그룹이 어느 날 “주당 20만원에 주식을 사겠다”고 공개매수에 나선다면 어떻게 될까.호반이 실제 이런 계획을 갖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한국형 베어허그(Bear Hug)'가 도입되면 한진칼 경영권 싸움의 셈법은 달라질 수 있다. 지금까지 누가 더 많은 우호 지분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었다면 앞으로는 누가 주주에게 더 높은 값을 부르느냐가 경영권을 흔드는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8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한진칼에서는 기타법인의 매수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달 7일부터 이달 2일까지 기타법인은 18거래일 연속 한진칼 주식을 순매수했다. 16만2500여주, 약 194억원어치다. 기타법인은 일반 기업 법인의 거래를 뜻하지만 거래소 수급 자료만으로 누가 샀는지는 알 수 없다. 시장이 호반을 주목하는 이유는 지분 격차가 거의 사라졌기 때문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20.57%, 호반은 20.15%다. 차이는 0.42%포인트에 불과하다. 호반은 지난 7월 지분을 20.15%까지 높인 뒤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로 유지하고 있다.◆ 기타법인 18거래일 연속 순매수… 호반 움직임에 주목호반이 이후 주식을 더 매입했는지는 바로 알기 어렵다. 5% 이상 지분을 가진 주주는 직전 보고보다 지분율이 1%p 이상 변할 경우 다시 신고를 해야 한다. 한진칼 지분 1%는 약 66만8000주다. 반면 호반이 조 회장 측 20.57%를 넘어서는 데 필요한 주식은 약 28만주에 불과하다. 호반이 조 회장 측 지분율을 추월할 만큼 더 샀더라도 1%p 변동 공시가 나오지 않는 구간이 있는 셈이다. 다만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권 영향'으로 바꾸는 등 중요 사항이 변경되면 지분 변동 폭과 무관하게 보고 의무가 생긴다.여기에 일본항공(JAL)까지 새 주주로 등장했다. JAL은 대한항공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5%미만의 한진칼 지분을 취득했다. 이미 델타항공이 14.9%, 산업은행이 10.58%를 보유하고 있다. JAL까지 조 회장 측 우호 주주로 움직인다면 조 회장의 방어선은 한층 두꺼워진다. - ◆ 적대적 M&A 지원하겠다는 민주당지금까지 한진칼 경영권 싸움은 '백기사 확보전'이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베어허그는 이 싸움에 '가격'이라는 새 무기를 끼워 넣는다.오기형 민주당 K-자본시장특별위원장이 지난 3일 대표 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외부에서 주주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인수 제안이 들어오면 회사가 이를 공시하고 이사회가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절차를 거쳐 찬반과 판단 근거를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이다.명분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다. 개정안은 국내 상장사의 취약한 지배구조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M&A 시장을 증시 저평가 원인으로 지목했다. 2025년 말 코스피 상장사 가운데 PBR(주가순자산비율) 1배 미만 기업이 약 69%로 미국 약 20%, 일본 약 36%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다. 외부 인수자가 저평가 기업을 인수하려 해도 기존 경영진이 이를 사실상 묻어버릴 수 있는 구조를 바꾸겠다는 취지다.주가를 계속 낮게 방치하면 경영권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압박을 줘야 기업이 스스로 주가와 기업가치를 높인다는 것이다. 오 위원장은 "PBR이 1보다 낮은 기업에는 적대적 M&A가 발생할 수밖에 없지만 한국에서는 그런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대통령실도 M&A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베어허그 M&A 지원펀드' 조성을 검토하고 있다.결국 적대적 M&A 가능성은 베어허그의 예상 밖 부작용만은 아니다. 경영권을 위협해서라도 저평가를 깨겠다는 것이 제도의 시장 규율 원리인 셈이다. 실제 베어허그 자체가 대표적인 적대적 M&A 수단이다. 인수자가 현 주가보다 훨씬 높은 값을 공개적으로 제시하면 이사회는 이를 쉽게 거부하기 어렵다. 거절할 경우 "왜 주주가 비싼 가격에 팔 기회를 막았느냐"는 질문에 답해야 하기 때문이다.◆ 포이즌필 등 방어책 없는 기업들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도한진칼에 대입하면 파괴력은 더욱 선명해진다. 가령 한진칼 주가가 13만~14만원대인 상황에서 호반이 주당 20만원을 제시한다고 해보자. 일반 주주는 시가보다 40% 넘는 웃돈을 받고 팔 기회가 생긴다. 한진칼 이사회가 이를 거부하려면 "조원태 회장 체제가 회사에 이익이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해질 수 있다. "지금 20만원을 받고 파는 것보다 조 회장에게 회사를 계속 맡기는 것이 주주에게 더 이익"이라는 점을 설명해야 한다.반론도 거세다. 재계에서는 국내 기업에 포이즌필 등 적대적 M&A 방어 장치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인수 제안을 공개하도록 하고 이사회의 책임까지 강화하면 공격자에게 지나치게 유리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높은 가격을 앞세운 사모펀드나 투기성 자본이 단기 차익을 노리고 경영진을 흔드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M&A 제안과 경영권 흔들기를 노린 제안을 어떻게 가려낼지도 쟁점이다.특히 올해 자사주 소각 의무화로 자사주를 활용한 경영권 방어가 어려워진 가운데 재계에서는 포이즌필 같은 대체 방어수단 없이 적대적 M&A를 촉진하는 제도만 잇따라 도입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온다.한 재계 관계자는 "베어허그는 기업가치 제고를 압박한다는 명분이지만 방어 수단이 마땅치 않은 기업 입장에선 작은 지분 경쟁이 순식간에 수조원짜리 경영권 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