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1년까지 서울·수도권 정비사업 이주 물량 22만가구 추산매물 부족→전셋값 폭등 불 보듯 … 실거주 정책 주거 불안 심화"지금 아니면 집 못 사" 우려에 세입자·무주택자 공황매수 조짐
  • ▲ 아파트 재건축 현장. ⓒ뉴데일리DB
    ▲ 아파트 재건축 현장. ⓒ뉴데일리DB
    "인근 재개발 사업으로 전세 매물이 말 그대로 씨가 말랐어요. 하나씩 나오는 매물도 일단 2000만~3000만원씩 호가를 올리고 시작합니다."(노원구 H 공인중개소 대표)

    서울과 수도권 대형 정비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이주 수요로 인한 전세난 우려를 키우고 있다. 당장 2031년까지 22만가구에 이르는 이주 수요가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전세시장은 공급 부족과 다주택·임대사업자 규제로 인한 매물 잠김으로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여기에 대규모 이주까지 더해지면 전셋값 폭등은 불보듯 뻔하다.

    세입자들과 무주택자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전세지옥'을 벗어나기 위해 당장 '생존매수'에 나서야 하는 지경에 내몰렸다. 시장에서는 전세대출 이자 부담과 보증금 인상, 집값 폭등에 따른 불안 심리 탓에 아예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로 집을 매수하는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향후 5년내 수도권에서 발생할 이주수요는 22만여가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 약 81%가 서울에서 나온다. 서울시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올해부터 2030년까지 예상되는 재건축·재개발 이주 수요는 17만9310가구다.

    하반기에만 2만여가구가 이주에 돌입한다. 이미 동작구 노량진 1구역과 3구역, 강동구 삼익아파트 등이 지난 7월 이주 절차에 들어갔고 노원구 상계뉴타운 상계1구역도 8월부터 이주가 시작됐다. 여의도에서는 대교아파트와 한양아파트가 하반기 이주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초에는 4424가구 규모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3930가구 규모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 등이 이주에 들어갈 예정이고 2028년부터는 3만가구에 육박하는 목동 신시가지 14개 단지 이주 수요가 쏟아져 나온다.

    서울 외 수도권 주요 정비사업장도 대규모 이주를 앞두고 있다. 1기 신도시인 성남시 분당구 선도지구에서 약 1만2000가구, 광명시에서 최대 1만5000가구, 인천에서 1만6000여가구 규모 이주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향후 5년간 쏟아져 나올 이주 수요는 이미 한계치에 이른 전세시장 숨통을 더욱 죌 것으로 보인다. 몰려든 수요만큼 전세 매물이 더욱 줄면서 전셋값도 급등할 수밖에 없어서다.

    이미 재건축·재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는 지역에선 전세 품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네이버 부동산에 따르면 상계동 '보람아파트'는 3315가구 대단지임에도 8일 기준 전세 매물이 단 한건도 없다. 지난해 하반기 50여가구에 육박했던 매물이 1년 만에 아예 자취를 감췄다.

    매물이 줄면서 전셋값은 연일 뛰고 있다. KB부동산 통계를 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말보다 7.59% 올라 전국 평균 상승률(3.58%) 두 배를 웃돌았다.

    시장에서는 기존에 전셋집에서 거주 중인 세입자나, 결혼·취업·학업 등으로 이사갈 집을 알아보고 있는 무주택자들이 주택 매매에 나설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정부의 실거주 위주 정책 탓에 전셋집에서 계속 버티기에는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대출이자와 보증금마저 치솟고 있는 까닭이다. 여기에 22만가구에 이르는 정비사업 이주 수요까지 더해지면 전셋값 폭등을 피할 수 없다.

    설상가상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제한된 상황에 집값은 계속 뛰면서 내집 마련 진입장벽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세입자·무주택자들의 생존매수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동작구 Y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정부 규제, 노량진 뉴타운 재개발 영향으로 매물이 줄어든 탓에 고객이 원하는 지역, 가격대 매물을 매칭해주지가 쉽지 않다"며 "전셋집을 찾으려고 주변 공인중개소만 4~5곳 돌아다니다가 결국 매매로 갈아탄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노원구 H 공인중개소 대표는 "현재 거주 중인 전셋집 보증금 1억~2억에 자기자본 2억, 여기에 주담대 4억원을 얹어 살 수 있는 10억원 이하 아파트들에 매수 문의가 몰리는 편"이라며 "일단 내년까지는 중저가 단지 호가와 실거래가격이 계속 오를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