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억달러 원전에 투자 검토 … 투자 약속 이행·수주 확대 노려APR1400 중심으로 국내 원전 생태계 참여 기회 확대 기대건설 지연·비용 급증 우려도 … 투자 쏠림에 위험 분산 필요
  • ▲ 트럼프 대통령 영접하는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 트럼프 대통령 영접하는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정부가 2000억 달러 규모의 대미투자 프로젝트 가운데 1200억 달러를 원전 사업에 투자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8일 관가와 정치권에 따르면 대미투자 1호 프로젝트로 223억 달러 규모의 텍사스주 엔시날 지역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을 낙점하고, 미국에 대형 원전 8기를 짓는 1200억 달러 규모의 후속 프로젝트를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국은 지난해 미국과의 관세 합의에 따라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투자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 중 조선업 분야에 투자가 확정된 1500억 달러를 제외한 2000억 달러의 구체적인 투자처가 70% 이상 윤곽을 드러낸 것이다.  

    특히 2000억 달러 투자금의 60%를 원전 사업에 집중하는 것을 두고 손익 계산이 분주하다. 

    우선 한국의 대미투자 약속분의 상당 부분을 원전 사업 하나로 소진하는 것은 긍정적이다. 후속 투자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과 미국 중서부 일대의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개발 사업은 원전 사업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사업 불확실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아울러 원전 8기 중 최소 2기는 한국형 독자 모델인 APR1400으로 건설하는 방안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원전 시공·기자재 기업의 수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나머지 원전 6기를 담당하는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모델도 국내 기업의 기자재 공급이 가능하다. 

    한승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대미투자 프로젝트가 구체화되면서 가스발전뿐 아니라 원전·에너지·인프라 전반에서 국내 기자재 업체들의 중장기 수주 기회가 확대될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통상 10년 이상 장기 프로젝트로 진행되는 대형 원전 건설의 공사 지연·비용 증가 문제는 위험 요소로 꼽힌다. 

    실제로 웨스팅하우스는 미국 내 'VC 서머 2·3호기', '보글 3·4호기' 건설 사업을 추진하면서 공사 지연·초과 비용 문제가 발생해 2017년 파산 신청을 한 바 있다. 보글 원전 사업의 경우 공사비용이 당초 예상치인 140억 달러에서 350억 달러로 2배 이상 불어났고, 완공 일정도 7년 이상 지연됐다. 

    이렇다 보니 원전 사업에 대미투자금 60%를 투입하는 것은 투자 위험 분산 차원에서 부정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앞서 한미 양국의 지난해 11월 체결한 투자 양해각서(MOU)에 따라 여러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수익과 손실을 하나의 틀 안에서 관리해 특정 사업에서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다른 사업에서 발생한 수익으로 이를 상쇄할 수 있도록 하는 '리스크 풀링' 구조를 채택했다. 

    그러나 대미투자금의 상당 부분이 쏠린 원전 사업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경우, 다른 사업의 수익으로 부족분을 보완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윤종일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이번 대미투자로 수익성이 크고, 진입 장벽이 높은 미국 원전 시장에 진출하는 교두보를 마련한 것이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투자금 60% 이상이 집중되는 만큼 원전 인허가 체계와 금융 구조 차이로 발생하는 비용 증가 등 리스크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며 "투자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국내 기업의 실질적 역할이 무엇인지, 투자에 따른 수익과 위험이 한미 양측에 합리적으로 배분되는지 철저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