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3조원 유증 … M&A·생산시설 확대에 투입큐리언트, 1016억원 조달 추진 … ADC 등 신약 R&D 재원 확보뷰노·엔젠바이오는 채무상환·운영자금 비중 커 … 재무부담 완화주주가치 희석은 공통 부담 … "조달자금이 기업가치로 이어져야"
-
- ▲ 인천 송도 바이오클러스터 일대.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잇따라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수조원대 인수합병(M&A)과 생산시설 확대를 위한 성장투자부터 신약 연구개발(R&D), 기존 채무상환과 운영자금 확보까지 자금 용도도 기업별로 갈린다.바이오산업은 선제적인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고 신약개발기업은 실제 매출이 발생하기까지 지속적인 자금 투입이 불가피한 만큼 유증이 주요 자금조달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다만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지분 희석 부담이 발생하는 만큼 조달한 자금이 향후 기업가치와 현금창출력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가 시장 평가를 가를 전망이다.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3조9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 유증을 결정했다. 이 가운데 2조7062억원은 글로벌 펩타이드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폴리펩타이드그룹 인수에, 2948억원은 송도 제2바이오캠퍼스 증설에 투입한다.삼성바이오로직스의 유증은 사업영역과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한 성장투자 성격이 뚜렷하다. 폴리펩타이드그룹 인수를 통해 항체와 mRNA, 항체-약물접합체(ADC)에 이어 펩타이드까지 사업영역을 넓히고 6~8공장 건설 등을 통해 생산능력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반면 중소 바이오기업들의 유증에서는 신약 R&D 재원 확보와 함께 기존 재무부담을 낮추기 위한 목적도 나타난다.큐리언트는 4일 1016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 유증을 결정했다. 보통주 710만주를 예정발행가 1만4310원에 발행한다. 신주 규모는 기존 보통주 발행주식의 18.9% 수준이다.공시상 조달금액은 전액 운영자금으로 분류됐지만, 회사는 이중 페이로드 ADC를 비롯한 신약 R&D에 집중적으로 투입한다는 계획이다.큐리언트는 현재 개발 중인 이중 페이로드 ADC 'QP101'에 이어 신규 표적을 활용한 후속 ADC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관련 플랫폼 사업화에도 나선다. 회사는 사모 메자닌 등 여러 자금조달방안을 검토했지만 향후 전환물량에 따른 주가 부담 등을 고려해 주주배정 유증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뷰노는 지난달 28일 약 314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증을 결정했다. 조달금액 가운데 200억원은 제3회차 영구전환사채 등 채무상환에 사용하고 약 106억원은 운영자금에 투입한다. 신주 630만주는 증자 전 발행주식의 약 45%에 해당한다.뷰노는 조달자금의 상당 부분을 채무상환에 투입한다는 점과 대규모 신주 발행에 따른 희석 우려가 맞물리면서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유증 발표 이후 첫 거래일인 지난달 31일 주가는 장중 25% 넘게 하락했다.이미 유증을 진행 중인 기업에서는 주가 하락으로 애초 목표했던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엔젠바이오는 7일 유증 최종 발행가를 주당 1074원으로 확정하며 77억원을 조달하게 됐다. 앞서 회사는 4월 보통주 715만주를 발행해 약 224억원을 조달할 계획이었다.하지만 예정발행가 3135원이 1074원으로 낮아지면서 실제 모집금액은 약 77억원으로 줄었다. 애초 173억원으로 계획했던 운영자금은 약 34억원으로 감소했고 채무상환에는 40억원을 사용한다.유증은 차입금을 늘리지 않고 대규모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기존 주주에게는 지분가치 희석과 추가 청약 부담을 동반한다.특히 주가가 하락하면 발행가격이 낮아지고 같은 수의 신주를 발행해도 실제 확보할 수 있는 자금이 줄어드는 만큼 현금 소진 속도가 빠른 바이오기업에서는 추가 자금조달 필요성이 다시 커질 수 있다.업계에서는 유증에 대한 시장 평가는 단순히 자금 용도가 설비투자인지 운영자금인지보다 조달한 자금이 향후 기업가치와 현금창출력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성장투자를 위한 유증도 투자성과의 불확실성과 지분 희석이라는 비용을 수반한다. 반면 채무상환 비중이 큰 유증은 현재의 재무부담을 주주 자금으로 완화한다는 점에서 시장의 경계감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다.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채무상환 목적의 유증은 조달한 자금으로 미래 성장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재무적 어려움을 해소하거나 완화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좋은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며 "지분 희석 효과가 훨씬 뚜렷하기 때문에 대체로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이어 "설비투자나 신사업 기회 확보를 위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에는 주가가 다르게 반응할 수 있지만, 이 역시 경우에 따라 다르다"며 "유증 자체가 기존 주주에게 부담이 되는 경우가 많아 긍정적인 목적의 자금조달이라고 하더라도 시장에서 부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설비투자라는 이유만으로 일률적으로 괜찮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