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예약 2160명 3일 만에 마감 … 오픈 사흘 만에 2700명 방문회화나무·연풍새재·수옥폭포 따라 ‘과거길’ 체험 … 대학찰옥수수 메뉴도대상 “지역소멸 문제 알리고 지역을 새롭게 브랜딩하는 상생 프로젝트”
  • ▲ 성동구 연무장길 96번지에 소재한 대상 ‘괴산 찰떡합격런’ 팝업ⓒ최신혜 기자
    ▲ 성동구 연무장길 96번지에 소재한 대상 ‘괴산 찰떡합격런’ 팝업ⓒ최신혜 기자
    “괴산이 이런 합격 기운이 있는 곳인지 몰랐어요. 중요한 일을 앞두고 한 번 직접 찾아가보고 싶어졌어요.”

    8일 서울 성수동 한복판에 펼쳐진 충북 괴산. 이곳에서 만난 관람객 김모 씨의 소감이다.

    6.5m 높이로 재현한 300년 된 회화나무부터 연풍새재, 수옥폭포, 대학찰옥수수까지 괴산을 대표하는 명소와 먹거리가 한 공간에 모였다. 이곳은 대상그룹이 지역상생 프로젝트 ‘지식존중’의 일환으로 마련한 ‘괴산 찰떡합격런’ 팝업이다.

    대상그룹은 9월5일부터 13일까지 약 300평 규모의 공간에서 괴산을 ‘합격과 성취의 고장’으로 재해석해 방문객들에게 지역의 명소와 특산물을 소개하고 있다.

    팝업이 들어선 자리는 올해 여름까지만 해도 자동차공업사로 사용됐던 곳이다. 건물 외벽 전체는 거대한 옥수수밭으로 변신했다. 성수동 골목에 들어서면 노란 대학찰옥수수와 ‘괴산 찰떡합격런’이라는 대형 문구가 먼저 방문객을 맞는다.

    관심도 높다. 대상그룹에 따르면 사전예약 인원 2160명은 예약을 연 지 3일 만에 모두 마감됐다. 9월5일 개장 이후 7일까지 누적 방문객은 약 2700명이다. 주말에는 하루 약 1000명이 방문했다. 팝업은 20분 간격으로 20명씩 입장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 ▲ 팝업 입구를 지나면 한켠에 대상그룹의 지역상생 프로젝트와 괴산 지역에 대한 설명이 적힌 코너가 나온다. 모든 팝업 과정은 현장 안내요원의 설명과 함께 진행된다. ⓒ최신혜 기자
    ▲ 팝업 입구를 지나면 한켠에 대상그룹의 지역상생 프로젝트와 괴산 지역에 대한 설명이 적힌 코너가 나온다. 모든 팝업 과정은 현장 안내요원의 설명과 함께 진행된다. ⓒ최신혜 기자
    ‘지식존중(地食尊重)’은 지역의 식재료를 존중한다는 의미를 담은 대상그룹의 지역상생 프로젝트다. 지역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의 식재료와 관광 명소, 이야기를 발굴해 해당 지역을 새롭게 알리는 것이 목적이다.

    2023년 전북 무주군을 시작으로 2024년 강원 양구군, 2025년 경북 영양군에 이어 올해 괴산군이 네 번째 주인공으로 선정됐다.

    괴산은 면적 842㎢로 서울의 약 1.4배에 달하지만 인구는 약 3만7000명에 그친다. 이 가운데 65세 이상 인구가 약 43%를 차지하고 연간 출생아도 100명에 못 미친다.

    반면 전체 면적의 70% 이상이 산림으로 구성돼 있고 대학찰옥수수를 비롯한 특산물과 연풍새재, 수옥폭포 등 관광자원을 갖추고 있다. 대상그룹은 여기에 ‘선비와 학문의 고장’이라는 괴산의 이야기를 더해 ‘합격과 성취’라는 콘셉트로 풀어냈다.
  • ▲ 첫 번째 체험 공간은 ‘소원 비는 회화나무’다. 괴산 청안면에 실제로 있는 약 300년 된 회화나무를 6.5m 높이로 구현했다.
ⓒ최신혜 기자
    ▲ 첫 번째 체험 공간은 ‘소원 비는 회화나무’다. 괴산 청안면에 실제로 있는 약 300년 된 회화나무를 6.5m 높이로 구현했다. ⓒ최신혜 기자
    첫 번째 체험 공간은 ‘소원 비는 회화나무’다. 괴산 청안면에 실제로 있는 약 300년 된 회화나무를 6.5m 높이로 구현했다.

    회화나무는 예부터 학문과 출세를 상징해 선비들이 합격을 기원하며 마당에 심었던 나무로 알려져 있다. 실제 괴산의 회화나무에는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방문객들은 나무 앞에서 소원을 빈 뒤 폴라로이드 사진을 남길 수 있다. 한 관람객은 “평소 잘 접하지 못하는 폴라로이드 사진을 소중한 사람과 찍으면서 소원까지 빌 수 있어 의미 있었다”고 말했다.

  • ▲ 연풍새재를 재현한 포토존ⓒ최신혜 기자
    ▲ 연풍새재를 재현한 포토존ⓒ최신혜 기자
    본격적인 ‘과거길’은 2층에서 시작된다. 괴산 연풍새재를 재해석한 ‘고난의 길’이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한양으로 과거시험을 보러 갈 때 여러 고갯길 가운데 연풍새재를 택했다는 이야기를 체험형 콘텐츠로 풀었다. ‘추풍낙엽처럼 떨어진다’는 의미를 꺼려 추풍령을 피하고, ‘미끄러져 떨어진다’는 연상 때문에 다른 길 역시 꺼렸다는 설화를 활용했다.

    본격적인 ‘고난의 길’에 들어서기 전에는 연풍새재를 재현한 포토존이 관람객을 맞는다. 조령문과 선비 동상을 옮겨놓은 공간으로, 선비 동상의 손을 만지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이야기도 담았다. 한쪽에는 짚신을 직접 신어보고 사진을 남길 수 있는 체험 공간도 마련됐다. 관람객들은 선비 동상의 손을 만지거나 짚신을 신은 채 사진을 찍으며 ‘과거시험길’에 오를 준비를 했다.

    괴산 대학찰옥수수로 만든 ‘옥수수필링약과’도 맛볼 수 있다. 약과 위에 대학찰옥수수로 만든 크림을 올린 메뉴로, 달콤한 약과에 옥수수 특유의 고소한 맛이 더해졌다.

    대학찰옥수수는 충남대학교 교수였던 고 최봉호 박사가 고향인 괴산을 위해 약 12년 동안 연구해 개발한 품종이다. ‘대학교수가 만든 찰옥수수’라는 데서 ‘대학찰옥수수’라는 이름이 붙었다.
  • ▲ ‘한계 돌파의 길’에서는 벽면에 설치된 홀드를 잡고 클라이밍 코스를 통과한다. ⓒ최신혜 기자
    ▲ ‘한계 돌파의 길’에서는 벽면에 설치된 홀드를 잡고 클라이밍 코스를 통과한다. ⓒ최신혜 기자
    고난의 길은 총 3개 코스로 구성됐다.

    첫 번째 ‘선택의 길’에서는 45초 동안 바닥에 나타나는 노란색 대학찰옥수수 발판을 밟고 빨간색 발판은 피해야 한다. 초록색은 안전지대다. 노란 발판을 찾아 이리저리 뛰다 보면 전시 공간보다는 게임장에 가까운 분위기가 난다.


    두 번째는 ‘곧은 의지의 길’이다. 연풍새재의 험한 산길을 건너는 선비의 모습을 좁은 외나무다리로 구현했다. 다리 자체가 흔들리지는 않지만 폭이 좁아 한 발씩 균형을 잡아야 한다.


    마지막 ‘한계 돌파의 길’에서는 벽면에 설치된 홀드를 잡고 클라이밍 코스를 통과한다. 방문객들은 벽면에 몸을 붙이고 조심스럽게 이동하며 마지막 관문을 넘었다.

    한 관람객은 “연령대와 관계없이 즐길 수 있고 선비가 고난의 길을 지나 과거시험을 보러 간다는 설정 자체가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 ▲ 세 개의 고난을 모두 통과하면 수옥폭포 영상 앞에 앉아 식혜를 마쉬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최신혜 기자
    ▲ 세 개의 고난을 모두 통과하면 수옥폭포 영상 앞에 앉아 식혜를 마쉬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최신혜 기자
    세 개의 고난을 모두 통과하면 분위기는 급격히 달라진다.

    어둡게 조성된 공간에 괴산 연풍면 수옥폭포 영상이 펼쳐지고 잔잔한 물소리가 이어진다. 실제 수옥폭포는 약 20m 높이의 폭포다. 과거 선비들이 연풍새재를 넘은 뒤 이곳에서 지친 몸을 쉬고 다시 길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공간에 담았다.

    이곳에서는 대학찰옥수수 퓨레를 넣은 ‘기운찰옥수수식혜’가 제공된다. 일반 식혜에 비해 옥수수의 고소한 향이 강하고 단맛은 비교적 은은했다.

    한 방문객은 “고난의 길과 완전히 다른 분위기여서 오히려 폭포에 더 집중됐다”며 “옥수수식혜는 따로 판매한다면 구매하고 싶을 정도로 맛있었다”고 말했다.

  • ▲ 수옥정을 모티브로 한 공간에서는 괴산 식재료를 활용한 ‘합격 메뉴’를 맛볼 수 있다.ⓒ최신혜 기자
    ▲ 수옥정을 모티브로 한 공간에서는 괴산 식재료를 활용한 ‘합격 메뉴’를 맛볼 수 있다.ⓒ최신혜 기자
    마지막 목적지는 ‘찰떡합격 수옥정’이다.

    수옥정은 수옥폭포 아래 자리한 정자로, 1711년 연풍현감 조유수가 삼촌 조상우를 기리기 위해 세운 곳이다. 현재 정자는 1960년대 주민들이 다시 세운 팔각정이다.

    팝업에서는 수옥정을 모티브로 한 공간에서 괴산 식재료를 활용한 ‘합격 메뉴’를 맛볼 수 있다.

    찹쌀과 버섯, 나물 등을 활용한 ‘괴산합격주먹밥’과 대학찰옥수수 알갱이를 넣은 찹쌀떡에 옥수수 가루를 입힌 ‘대학찰떡옥절미’ 등이 대표적이다.

    메뉴 개발에는 지식존중 앰버서더 셰프인 강민구 셰프와 송하슬람 셰프가 참여했다. 강 셰프는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밍글스’의 오너 셰프다.

    팝업을 모두 체험하면 처음 회화나무 앞에서 찍었던 폴라로이드 사진을 다시 찾아가는 ‘소원성취 기록소’에 도착한다.

    벽면에는 2023년 무주, 2024년 양구, 2025년 영양, 2026년 괴산으로 이어지는 지식존중의 여정과 함께 ‘2027 대상그룹 지식존중의 여정은 계속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 ▲ ‘괴산 5일장’ⓒ최신혜 기자
    ▲ ‘괴산 5일장’ⓒ최신혜 기자
    체험 동선 끝에는 ‘괴산 5일장’도 마련됐다. 대학찰옥수수를 비롯해 사과, 감자, 고구마, 호박, 고추 등 농산물과 지역 가공식품을 직접 둘러보고 구매할 수 있다.

    대상그룹이 프로젝트를 통해 직접적인 사업 성과를 노리는 것은 아니다.

    어호경 대상홀딩스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장은 “사업적 성과를 고려한 프로젝트는 아니다”라며 “대상그룹의 핵심 사업이 식품인 만큼 식품 원재료가 생산되는 지역의 소멸이라는 사회적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공헌적 성격과 그룹 브랜딩 성격이 함께 있다”며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같은 방식이 반복되면 소비자들이 매력을 느끼기 어렵기 때문에 콘텐츠를 고도화하거나 기획 방향을 달리하는 방안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 8일 팝업에 참여하기 위해 현장은 찾은 관람객들ⓒ최신혜 기자
    ▲ 8일 팝업에 참여하기 위해 현장은 찾은 관람객들ⓒ최신혜 기자
    괴산을 선택한 이유 역시 ‘덜 알려졌지만 이야깃거리가 많은 지역’이라는 점이 컸다.

    어 팀장은 “무주와 양구, 영양에 이어 자연스럽게 충청권을 보게 됐다”며 “괴산은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대학찰옥수수처럼 누구나 아는 특산물과 우리가 잘 모르는 이야기가 숨어 있어 이를 연결하면 지역의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대상그룹은 앞으로도 이미 관광지로 충분히 알려진 곳보다는 지역소멸 위기 속에서 새로운 이미지가 필요한 지역을 중심으로 지식존중 프로젝트를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