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이틀째 1330원대 터치…7월 연고점 대비 200원 넘게 급락"아직 바닥 아냐"…'반도체 머니' 원화 환전 효과 연 2100억달러 추산1300원 초반 '바닥론'도…달러 매도 선반영에 기업·국민연금 매수 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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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이 증시와 환율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1330원대까지 내려오면서 추가 하락 여부를 놓고 시장의 관심이 '반도체 달러'의 지속성에 쏠리고 있다. 반도체 수출 호조로 국내에 들어온 달러가 설비투자와 주주환원 등을 통해 꾸준히 원화로 바뀐다면 환율의 추가 하락 여력이 남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반면 최근 환율 급락이 수출기업들이 향후 매도할 달러를 미리 내놓은 데 따른 수급 쏠림이었다는 분석도 맞선다. 기업의 달러 보유가 다시 늘고 국민연금의 달러 재매수까지 본격화하면서 1300원대 초반에서 환율이 바닥을 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8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이날 오전 11시35분 현재 전 거래일 종가보다 7.75원 내린 1338.95원에 거래됐다. 장중에는 1336.3원까지 떨어졌다가 낙폭을 일부 되돌렸다.전날에도 환율은 장중 1334.7원까지 떨어지며 7거래일 연속 연저점을 갈아치웠다. 장중 저가 기준으로 2024년 10월4일 이후 약 1년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7월1일 기록한 연고점 1559.2원과 비교하면 불과 두 달여 만에 224.5원 급락했다.◇ 수출 넘어 투자·주주환원까지 … "1200원대 열릴 수도"최근 환율 하락을 이끈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호조가 이어지면서 국내로 들어오는 달러가 크게 늘어난 데다, 기업들이 보유 외화를 원화로 바꾸는 시점도 빨라졌다.올해 2분기 민간기업의 외환 매도 거래액은 2636억달러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발행 등 대규모 외화 유입 기대까지 더해지면서 외환시장의 달러 공급 우위가 더욱 강화됐다.특히 시장에서는 최근 환율 하락이 단순한 월말 네고를 넘어 반도체 호황에 따른 구조적인 달러 유입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주목하고 있다.반도체 기업들이 벌어들인 달러는 수출대금에 그치지 않는다. 향후 대규모 국내 설비투자와 배당·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이 확대될 경우 추가적인 원화 환전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차영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의 원화 급등은 역대급 경상흑자가 환율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한 큰 변화"라며 "'수출 호조→달러 매물 증가→원화 강세' 채널이 작동하기 시작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유진투자증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주환원에 따른 원화순환전 효과를 연환산 685억달러, 삼성·SK그룹의 국내 대규모 투자에 따른 원화 환전 효과를 1410억달러로 추산했다. 두 효과를 합치면 약 2100억달러로, 최근 36개월 기준 증권·직접투자를 통한 연환산 순유출액 1300억달러를 웃돈다는 계산이다.물론 2100억달러가 실제 외환시장에 그대로 달러 매물로 나온다는 뜻은 아니다. 주주환원 비율과 실제 환전 비중, 해외 장비 수입 등에 따른 달러 수요까지 감안해 산출한 추정치다.다만 반도체 수출 호조가 1~2년간 이어지고 국내 투자 역시 확대된다면 현재의 달러 공급 우위가 단기 현상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차 연구원은 향후 1~2년간 자금유입에 따른 원화 강세 효과가 우세할 것으로 봤다. 유진투자증권은 내년 원·달러 환율 범위를 1250~1420원으로 제시했다. -
- ▲ 삼성전자·SK하이닉스ⓒ연합뉴스.
◇ 달러 매도 쏠림 정점 지났나 … 기업·국민연금 매수에 '1300원대 바닥론'반대로 최근의 급격한 원화 강세가 상당 부분 수급의 '선반영'이었다는 시각도 있다.7~8월 기업들이 환율 하락을 예상해 보유 달러를 미리 팔았다면 향후 시장에 나올 달러 물량은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 실제 외환시장에서 단기적인 달러 공급 우위가 완화되는 신호도 나타나고 있다.7월 말 0.59%포인트 이상까지 벌어졌던 원·달러 1개월-3개월 스왑레이트 스프레드는 9월 초 0.17%포인트 수준으로 축소됐다. 시장의 달러 매도 쏠림이 정점을 지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기업의 달러 보유도 다시 늘고 있다. 7월 말 기업 달러화예금 잔액은 956억9000만달러로 한 달 만에 100억달러 이상 증가했다. 환율이 내려오면서 달러를 계속 팔기보다 보유하거나 저가 매수에 나서는 기업들이 늘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최규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원화 강세에 대해 "장기적인 연동성의 해체보다는 국내 수급이 만든 일시적인 차별화"라고 평가했다. 달러 공급 쏠림이 진정되면 원화의 상대적인 강세 역시 둔화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한화투자증권은 이달 원·달러 환율 밴드를 1320~1400원으로 제시했다. 단기적으로는 여전히 환율 하락 압력이 우세하지만 대외 호재가 상당 부분 선반영됐고 수급 영향력도 약해지고 있어 하단을 확인한 이후 완만하게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국민연금의 달러 재매수도 환율 하단을 지지할 수 있는 변수다. 외환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이 기존 환헤지 포지션을 되돌리는 과정에서 1300원대 중반부터 달러 매수를 확대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날에도 환율이 1330원대까지 내려간 뒤 관련 물량이 유입되면서 1340원대로 되돌아왔다.국민연금의 매수 자체가 환율의 중기 방향을 결정하는 요인은 아니지만, 수출기업의 달러 매물을 흡수하면서 최근과 같은 가파른 하락 속도를 늦추는 역할은 할 수 있다.결국 원·달러 환율이 1300원 선 아래까지 내려갈 수 있을지는 반도체발 달러 공급이 얼마나 오래 이어질지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호황이 수출대금뿐 아니라 투자와 주주환원으로 이어져 지속적인 원화 환전 수요를 만든다면 1200원대 진입 가능성도 열려 있다.반대로 최근 두 달간의 달러 매도가 향후 물량까지 상당 부분 앞당겨진 결과라면 기업의 달러 보유 확대와 국민연금·수입업체의 저가 매수가 맞물리면서 1300원대 초반에서 하단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시장에서는 당분간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 강도와 기업 외화예금, 국민연금의 달러 매수 여부가 환율의 추가 하락 여부를 가늠할 핵심 수급 지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