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리금 1개월 이상 연체 채권 120% 급증, 대출 증가 속도 6배
  • ▲ ⓒ뉴데일리
    ▲ ⓒ뉴데일리
    국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연체가 빠르게 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3년 반 동안 20% 남짓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같은 기간 연체 잔액은 두 배 이상 불어났다. 대출을 최대한 끌어 쓴 이른바 ‘영끌족’을 중심으로 빚 상환 부담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내은행 주택담보대출 건전성 현황’에 따르면 국내 은행 주택담보대출 채권은 2022년 말 644조3000억원에서 올해 6월 말 779조2000억원으로 21% 증가했다.

    같은 기간 1개월 이상 원리금이 연체된 주택담보대출 연체 채권은 1조원에서 2조2000억원으로 120% 급증했다. 대출 잔액 증가율의 약 6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주담대 연체는 해마다 누적되고 있다. 연체 채권은 2023년 말 1조6000억원, 2024년 말 1조9000억원, 지난해 말 2조1000억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 6월 말에는 2조2000억원까지 증가했다.

    장기 연체로 넘어가는 대출도 적지 않다. 3개월 이상 연체 채권은 2022년 말 5000억원에서 2023년 말 9000억원, 2024년 말 1조1000억원, 지난해 말 1조4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6월 말에도 1조4000억원 수준을 유지했다.

    부실 징후도 뚜렷해지고 있다. 고정이하여신은 2022년 말 8000억원에서 올해 6월 말 1조70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은행들이 주담대 부실에 대비해 쌓은 대손충당금 역시 같은 기간 3000억원에서 9000억원으로 세 배 증가했다.

    은행별로는 보면 6월 말 기준 주담대 연체잔액은 농협은행이 5117억3000만원으로 은행권에서 처음 5000억원을 넘어섰다. 2022년 말 1346억1000만원과 비교하면 약 3.8배 증가한 규모다. KB국민은행 연체잔액이 3680억2000만원으로 뒤를 이었고, 우리은행 3419억6000만원, 하나은행 3026억6000만원, 신한은행 2168억8000만원 순이었다.

    지방은행에서는 연체율이 단기간에 급등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전북은행의 주담대 연체율은 지난해 말 0.19%에서 올해 6월 말 0.95%로 6개월 만에 5배로 뛰었다. 은행권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연체 잔액도 지난해 말 52억6000만원에서 올해 6월 말 328억1000만원으로 523.8% 급증했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전북은행의 일부 신규 분양주택 집단대출에서 거액의 연체가 발생하면서 연체잔액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주담대 연체 증가가 단순히 대출 규모가 커진 데 따른 현상만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대출 잔액보다 연체 채권이 훨씬 빠른 속도로 늘면서 차주들의 상환 여력이 악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성훈 의원은 “가계의 빚 상환 능력이 대출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금융당국은 취약 차주와 집단대출 부실 위험 등을 선제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