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6도 냉동창고부터 실시간 온도관제까지AI로 피킹 동선 줄이고 ‘테트리스’처럼 포장 최적화주문부터 출고까지 30분…3초당 1개 박스 출고
  • ▲ EPS 박스가 출고장 한켠에 적재돼 있는 모습 ⓒ이보현 기자
    ▲ EPS 박스가 출고장 한켠에 적재돼 있는 모습 ⓒ이보현 기자
    “저쪽에 보이는 냉장·냉동 상품 배송용 EPS(발포 폴리스티렌) 박스는 파렛트당 최대 96개씩 쌓여 있습니다. 하루에 적게는 360파렛트에서 많게는 600파렛트까지 사용하는데, 이렇게 많은 물량도 하루면 모두 소진됩니다”

    추석을 앞두고 찾은 CJ대한통운 안성 B2C 저온센터는 밀려드는 물량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모습이였다. 하루 평균 약 1만6000건이던 출고량은 최근 평소보다 약 30% 늘어난 1만9000건까지 치솟았다.

    쏟아지는 물량을 처리하는 기반은 ‘신속’과 ‘정확’이다. CJ대한통운 안성 B2C 저온센터를 둘러보고 떠오른 두 단어이기도 하다.

    인공지능(AI)과 자동화 기술은 주문 상품의 처리 시간을 줄여 고객에게 보다 신속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하고, 입고부터 출고까지 축적한 물류 데이터를 기반으로 오차를 줄인다. 여기에 냉장·냉동 상품의 품질을 좌우하는 온도까지 실시간으로 관리하며 저온 물류의 신속성과 정확성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지난 8일 서울시청에서 출발해 1시간30분가량 달려 도착한 경기 안성시 일죽면에 위치한 CJ대한통운의 안성 B2C 저온센터.

    CJ대한통운의 안성 B2C 저온센터가 이곳에 자리 잡은 데는 위치가 주효했다. 곤지암 메가허브터미널과 대전·양지 허브터미널 등 CJ대한통운의 주요 택배거점이 모두 100㎞ 이내에 위치한다. 서울 시내로부터 센터까지 주행 거리를 계산해보니 실제 91㎞에 달했다.

    상품이 센터를 빠져나간 뒤 전국으로 뻗어나가는 택배망에 신속하게 올라탈 수 있는 입지다.

    CJ대한통운은 올해 6월 용인 백암에서 수행하던 물류 기능을 안성 B2C 저온센터로 이전했다. 규모는 지하 2층에서 지상 4층, 약 5700평으로 6개 저온창고에서 CJ제일제당과 스타벅스 등을 비롯한 112개 고객사의 상품을 취급한다.
  • ▲ 내·외부 온도 차로 인해 출입문 가장자리에 결로가 발생한 모습 ⓒ이보현 기자
    ▲ 내·외부 온도 차로 인해 출입문 가장자리에 결로가 발생한 모습 ⓒ이보현 기자
    콜드체인은 냉장·냉동 상품을 다루는 저온 풀필먼트가 필수적이다. 특히 안성센터는 한 주문에 서로 다른 상품을 함께 담는 ‘이종합포’ 비율이 80%를 넘는 물류센터다. 상품마다 크기와 보관 조건, 포장 방법이 다른 만큼 단일 상품을 취급하는 물류보다 세밀한 운영 능력이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저온센터를 돌아보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2층으로 내려가자 실제 상품이 보관되고 피킹·포장·출고되는 작업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냉동 챔버에 들어가기 전 회사 관계자들은 “내부가 매우 춥고 바닥이 미끄러울 수 있다”며 여러 차례 당부했다.

    챔버의 커다란 문 앞에 서자 바깥과의 큰 온도 차로 문 외곽에 맺힌 물기가 얼어붙어 있는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영하 16도의 챔버 안에 들어서자 차가운 냉기가 눈으로 보일 정도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콧속이 쩍쩍 달라붙는 느낌까지 들었다.

    약 8.5m 높이의 창고에는 파렛트랙이 줄지어 서 있었고, 방한복을 입은 작업자들이 각종 냉동식품이 담긴 박스 사이를 오가며 상품을 피킹해 카트를 채우고 있었다.

    이곳에서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요소는 ‘온도’다.

    냉장·냉동 상품은 작은 온도 변화만으로도 품질에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상품이 정확한 위치에 보관돼 있더라도 정해진 온도를 벗어나면 콜드체인의 의미가 사라지는 셈이다.
  • ▲ 윤철주 CJ대한통운 FT본부장이 전국 사업장의 온도를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보현 기자
    ▲ 윤철주 CJ대한통운 FT본부장이 전국 사업장의 온도를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보현 기자
    이날 사업 현황 설명을 맡은 윤철주 CJ대한통운 FT본부장은 “아마 올해가 제일 시원할 것 같다는 말을 농담처럼 한다”며 “매년 혹한과 혹서가 반복되고 있어 가장 먼저 주안점을 두는 부분은 사업장 내부의 온도”라고 말했다.

    이에 CJ대한통운은 TES물류기술연구소에서 자체 개발한 ‘로이스 온도’를 통해 이를 관리한다. 센터 내부 각 구역에 설치된 센서가 온도와 습도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실제 물류센터의 레이아웃과 연계해 어느 구역에서 온도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특정 시점의 온도뿐 아니라 시간대별 변화까지 데이터로 남아 화주 고객사도 온도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윤 본부장은 “냉방기 등 장비가 고장 나 온도가 규정 온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보관하고 있는 제품을 즉시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며 “그런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한 체제”라고 설명했다.

    온도관제의 대상은 상품만이 아니다. 폭염이 이어질 경우 전국의 작업장의 온도를 실시간으로 확인해 내부 관리 기준을 넘어서면 작업을 일시 중단하는 등 작업자 안전관리에도 활용한다. 하나의 시스템으로 상품 품질과 작업자의 안전을 함께 관리하는 것이다.
  • ▲ 표수현 안성센터장이 피킹 작업을 시연하고 있다. ⓒ이보현 기자
    ▲ 표수현 안성센터장이 피킹 작업을 시연하고 있다. ⓒ이보현 기자
    냉동 챔버를 나와 영상 5~6도로 유지되는 냉장 구역으로 이동하자 영하의 추위에 적응한 탓인지 오히려 선선하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냉동과 냉장 챔버에서는 방한복을 입은 작업자들이 카트를 끌며 선반 사이를 분주하게 오가고 있었다.

    작업자들이 끌고 있던 것은 DPC(Digital Picking Cart)다. 카트에 부착된 화면에는 고객이 주문한 상품의 위치와 수량이 표시됐다. 작업자는 화면의 지시에 따라 상품이 있는 선반으로 이동해 필요한 수량만큼 꺼낸 뒤 주문별로 구분된 공간에 담았다.

    여기에도 AI 기술이 적용됐다.

    안성센터에서는 하루 1만건이 넘는 주문이 쏟아지고, 10만종이 넘는 상품이 움직인다. 과거에는 주문을 순서대로 작업자에게 배정하면 수많은 상품을 찾아 같은 센터 안에서 피킹 작업자가 하루 8시간 동안 걸어야 했던 거리는 약 16~18㎞에 달했다.

    AI는 DPC 한 대에 배정할 15~20개가량의 주문을 분석해 작업자의 이동거리가 가장 짧아지는 주문 조합을 찾아낸다. 특정 공정에 작업이 몰려 병목이 발생하지 않도록 물량을 배분하는 과정에도 AI가 개입한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아무 생각 없이 주문이 내려오는 대로 피킹 카트에 매핑하면 작업자의 동선이 불필요하게 길어질 수 있다”며 “15~20개 정도의 주문을 매핑할 때 가장 이동거리가 짧아지는 주문 조합을 AI가 추천해준다”고 설명했다.

    알고리즘 도입 이후 작업자의 이동거리는 12~13㎞까지 줄었고 최근 AI 에이전트 기술을 적용하면서 10㎞ 미만으로 줄여나가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더 적게 걷고도 더 많은 주문을 처리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하지만 빠르게 상품을 찾는 것만으로 물류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상품 가운데 고객이 주문한 제품을 빠뜨리거나 잘못 넣지 않는 ‘정확성’이 뒤따라야 한다.
  • ▲ 새로운 상품이 입고되면 상품의 규격 등을 계측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이보현 기자
    ▲ 새로운 상품이 입고되면 상품의 규격 등을 계측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이보현 기자
    그 출발점은 상품이 센터에 들어오는 순간부터다. 신규 상품이 입고되면 상품 정보와 함께 가로·세로·높이, 중량 등 물류 처리에 필요한 데이터를 축적한다. 이후 주문이 들어오면 시스템은 이 데이터를 토대로 상품의 위치와 수량을 작업자에게 알려주고, 피킹부터 검수와 포장까지 각 단계에서 주문 정보와 실제 상품이 일치하는지 확인한다.

    상품이 주문 내역에 맞게 담겼는지 확인하기 위해 작업자가 품목과 수량을 일일이 확인하는 ‘피스 검수’를 진행한다. 하지만 사람의 눈으로 확인했다고 바로 배송 차량에 오르는 것은 아니다.

    박스가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중량검수기에 들어서면 시스템에 저장된 상품 데이터를 토대로 계산한 기준 중량과 실제 박스 무게를 다시 비교한다. 제품의 냉동·냉장 상태에 따라 오차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기준치 3%를 벗어나면 상품이 빠졌거나 잘못 들어갔다고 판단해 정상 출고라인에서 자동으로 제외한다.

    시연을 진행한 표수현 안성센터장은 “오차범위를 3%로 설정해 놓고 조금만 잘못돼 상품이 하나 더 들어가거나 빠지더라도 바로 스크리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연을 위해 실제 상품이 담긴 박스에 관계자의 스마트폰을 넣어보니 중량검수기를 통과하자 곧바로 빨간색 경고등이 들어왔다. 박스는 정상 출고라인에서 오른쪽으로 난 ‘NG 박스’ 라인으로 빠져나갔다. 작업자가 주문내역과 내용물을 다시 확인해 중량검수기를 다시 거쳐야 배송 과정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 ▲ 상품이 담긴 박스에 스마트폰을 넣자 중량검수기에서 자동으로 스크리닝됐다. ⓒ이보현 기자
    ▲ 상품이 담긴 박스에 스마트폰을 넣자 중량검수기에서 자동으로 스크리닝됐다. ⓒ이보현 기자
    정확하게 상품을 담는 것뿐 아니라 상품에 맞는 포장재를 선택하는 과정에도 축적된 데이터가 활용된다.

    CJ대한통운이 자체 개발한 ‘로이스 오팩’은 주문에 포함된 모든 상품의 가로·세로·높이를 토대로 어떤 박스를 사용해야 빈 공간을 가장 적게 만들 수 있는지 계산한다.

    과거에는 작업자가 경험에 따라 박스를 골랐다. 상품을 넣어보고 공간이 부족하면 더 큰 박스로 바꾸고, 빈 공간이 지나치게 많으면 다시 작은 박스를 찾았다.

    지금은 AI가 주문이 들어오는 순간 상품을 가상으로 조합한다. 마치 ‘테트리스’ 게임을 하듯 여러 상품을 이리저리 쌓아본 뒤 가장 작은 박스에 효율적으로 담을 수 있는 조합을 찾아 작업자에게 적정 박스를 추천한다.

    한번 정한 박스 규격을 계속 사용하는 것도 아니다. 고객의 구매 패턴과 상품 조합이 달라지면 축적된 주문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만 가지 시뮬레이션을 돌려 두 달이나 세 달에 한 번 포장박스의 규격 자체를 다시 조정한다. CJ대한통운은 로이스 오팩 적용 이후 평균 박스 적재율이 약 10%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 ▲ 상품 온도 유지를 위해 센터 내부에 접안된 차량에 상품이 적재되는 모습. ⓒ이보현 기자
    ▲ 상품 온도 유지를 위해 센터 내부에 접안된 차량에 상품이 적재되는 모습. ⓒ이보현 기자
    안성센터가 기존 9종이던 스티로폼 포장재를 14종으로 늘린 것도 주문에 보다 적합한 크기의 박스를 선택해 불필요한 공간을 줄이기 위해서다.

    검수를 통과한 박스에는 드라이아이스 등 냉매재가 투입되고 오토테이핑기와 오토라벨러를 차례로 거친다. 박스를 밀봉하고 주문에 맞는 운송장을 붙이는 과정까지 기계를 통해 자동으로 이어지며,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이동해 접안된 차량에 적재된다.

    주문 접수부터 피킹과 포장, 출고까지 걸리는 시간은 30분 이내. 출고라인에서는 3초당 1개꼴로 박스가 빠져나간다.

    실제로 오토테이핑 과정을 지켜보며 사람보다 기계가 느려 병목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기계는 일정한 속도로 정확하게 작업을 수행하며 박스를 밀봉했다.

    CJ대한통운은 안성 B2C 저온센터를 기반으로 콜드체인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관련 인프라를 확보하는 동시에 향후 영남권과 호남권, 중부권에서도 상온·냉장·냉동 B2C 물류를 함께 처리하는 복합센터를 확대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윤철주 FT본부장은 “콜드체인은 전략적으로 확대하고자 하는 사업 영역”이라며 “패키징과 온도 관제, 각종 자동화·IT·AI 기술을 풀필먼트 사업 영역에 접목해 사업 경쟁력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