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TPP 가입 추진 가시화에 농업계 반발 확산 ... 농민단체, 전국서 순차 집회 산업부, 10일 관계부처 합동 유관업계 간담회 열고 본격 의견수렴 나서 CPTPP 영향분석 연구용역 진행중 … 회원국 협상·국회 비준동의 등 '산 넘어 산'
  • ▲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가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CPTPP 가입 저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가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CPTPP 가입 저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부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추진을 위한 사회적 논의에 착수하면서 농축수산업계의 반발도 격화되고 있다.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유관업계 간담회를 개최하고 업종·품목별 협의도 순차적으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농축수산업계는 시장 개방에 따른 타격을 우려하며 전국 동시다발 집회에 나서는 등 저지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9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CPTPP 가입이 국내 농축수산 분야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 중이다. 농축수산 분야의 경제적 타당성을 분석하고 향후 협상 전략 마련에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향후 산업통상부 주관으로 열릴 공청회에서 결과를 공개하고 의견수렴에 나설 계획이다. 

    CPTPP는 2018년 12월 발효된 다자간 무역협정이다. CPTPP 회원국에는 일본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영국, 멕시코, 페루, 칠레, 말레이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등 12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이 기존 회원국 가운데 양자 FTA를 체결하지 않은 나라는 일본과 멕시코로 CPTPP 가입 시 사실상 FTA를 체결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CPTPP는 기존 협정보다 높은 수준의 시장 개방과 폭넓은 규범을 지향하고 있다. 관세 철폐율이 95%를 넘고 디지털·지식재산권 등 높은 수준의 규범을 요구한다. 산업계에서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CPTPP 가입을 통해 통상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시장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도 CPTPP 가입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달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CPTPP 가입과 관련한 사회적 논의와 의견 수렴에 본격적으로 착수하고자 한다"고 밝혔고 김정관 산업부 장관도 지난달 관훈토론회에서 "한국 같은 통상국가가 CPTPP에 가입을 안 하는 것이 더 이상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경제계에서도 한국경제인협회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신통상 질서와 미래' 국제 세미나를 공동 개최하며 CPTPP 가입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반면 농수축산업계는 기존에 보호받던 민감 품목의 방어 장치가 약화되고 국내 생산 기반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농업 부문에서는 비관세장벽으로 꼽히는 동식물 위생·검역(SPS) 기준도 지역·구역 단위로 전환됨에 따라 병해충 위험을 이유로 수입을 금지해온 사과·배 등 원예작물과 유제품 분야가 취약 업종으로 꼽힌다. 

    수산 부문에서는 CPTPP 협정문에 남획과 과잉생산에 기여하는 수산보조금 지급 규제 방안이 담겨 있어 어업용 면세유 등 수산보조금 문제가 쟁점이다. 또 후쿠시마 8개 현 수산물 수입 금지 해제와 관세 철폐에 따른 무역수지 적자 확대도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관련 논의에 속도를 내면서 농축산업계도 반발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10일 관계부처 합동 유관업계 간담회를 전후해 CPTPP 가입을 저지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동시다발적으로 개최할 계획이다. 

    한농연은 높은 수준의 시장 개방을 요구하는 CPTPP 특성 상 농산물 시장이 추가로 개방되면 국내 농업 생산기반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부가 업계 의견을 듣고 피해 분야에 대한 선제적 보완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에 대해서도 사실상 가입 추진을 전제로 한 절차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농연은 기자회견을 통해 CPTPP 가입 검토 중단과 농업 생산기반 투자 확대 및 보호대책 마련, 통상조약 체결 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보고 의무화,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운용·활용에 대한 농식품부 권한 강화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도 전날 충남·충북·강원에서 농민대회를 연 데 이어 10일 전남·광주와 경북, 12일 경남, 15일 전북에서 CPTPP 가입 추진 중단을 요구하는 집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전농은 "우리 농민 다 죽이는 CPTPP 가입 중단" 등의 구호를 외치며 산업부와 농식품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가입 추진에 항의했다. 농산물을 청사 안으로 내던지는 거센 항의도 이어졌다. 정영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은 "CPTPP를 체결한다는 것은 마지막 남은 농민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라고 비판했고, 이용희 전농 충북도연맹 의장은 "CPTPP 가입 추진은 농민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농축수산업계의 반발이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향후 가입 신청이 이뤄지더라도 기존 회원국과의 개별 협상은 물론 일본산 수산물 규제와 국회 비준 동의 절차 등을 둘러싸고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