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노조, DX 직원 1인당 자사주 1000주 지급 요구DX 직원 5만명 적용하면 13조6000~7000억원 달해지난 5월 노사 합의로 DS 직원 최대 6억대 성과급노노 갈등 불 안꺼져…학습효과 남기며 삼성 발목
  • ▲ 삼성전자에서 비(非) 반도체 분야를 맡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 중심의 동행노동조합원들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인근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이들은 DX 부문과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과의 보상 격차가 크다며 기존 임금협상 합의를 백지화하고 직원 1인당 자사주 1000주 지급을 요구 했다. 2026.08.21. ⓒ뉴시스
    ▲ 삼성전자에서 비(非) 반도체 분야를 맡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 중심의 동행노동조합원들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인근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이들은 DX 부문과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과의 보상 격차가 크다며 기존 임금협상 합의를 백지화하고 직원 1인당 자사주 1000주 지급을 요구 했다. 2026.08.21. ⓒ뉴시스
    삼성전자의 노사 갈등이 '2라운드'에 접어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 직원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노동조합이 전체 DX 직원에게 1인당 2억7000만원 상당의 자사주를 지급하라고 요구하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인근에서 장기 집회를 예고한 것이다. 요구안을 수용하려면 13조7000억원에 가까운 자사주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재계에서는 지난 5월 삼성전자 노사가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에 사업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하는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한 것이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노조가 집단행동을 통해 별도의 대규모 성과급 제도를 확보하면서 다른 사업부에도 '떼를 쓰면 보상을 얻는다'는 학습효과를 심어줬다는 것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동조합 동행(동행노조)은 오는 18일 발대식을 시작으로 서울 용산구 이 회장 자택 인근에서 집회와 1인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

    동행노조는 종료 시점을 정하지 않고 집회를 장기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집회 신고를 하지 못한 날에는 1인 시위를 벌이는 방식으로 압박을 이어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행노조 관계자는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이 회장 자택 인근 집회와 시위 등에 대한 계획을 현재 추진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동행노조는 지난달 21일에도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DX부문의 수익성 악화가 경영진의 경영 실패에서 비롯됐다며 경영진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요구했다.

    동행노조는 국내를 넘어 미국에서도 여론전에 나섰다.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위대한 제품은 사람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우리도 아직 여기 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담긴 15초 분량의 광고 영상을 게재했다. 영상은 현지시간 기준 0시부터 매시 35분마다 송출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동행노조의 핵심 요구는 DX부문 직원 1인당 삼성전자 자사주 1000주를 지급하라는 것이다. 삼성전자 주가를 8일 종가 기준으로 계산하면 직원 한 명이 받는 주식의 가치는 약 2억7000만원에 달한다. 이와 함께 전사 성과의 일정 비율을 기반으로 한 공통 성과급 재원을 마련해 사업부별로 배분하고 기본급 인상률(Base-up)을 전 사업부에 동일하게 적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동행노조 요구를 수용하는 데 필요한 재원도 천문학적인 규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된 삼성전자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DX부문 직원은 총 5만638명이다. DX부문 전체 직원에게 자사주 1000주씩을 지급하려면 총 5063만8000주가 필요하다.

    이를 1인당 2억7000만원으로 단순 환산하면 전체 지급 규모는 13조6722억6000만원에 이른다. 약 13조7000억원의 자사주를 한꺼번에 지급해야 하는 셈이다.

    동행노조가 자체 집계해 홈페이지에 공개한 DX부문 전체 인원 4만9080명을 기준으로 계산하더라도 지급 주식은 총 4908만주, 금액은 13조2516억원에 달한다. 금감원 공시와 동행노조 집계 사이에 일부 차이가 있지만 어느 기준을 적용해도 요구 규모가 13조원을 넘어선다.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를 지급하면 같은 규모의 현금이 즉시 유출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해당 주식을 시장에서 매각하거나 인수·합병, 임직원 보상 등 다른 목적으로 활용할 기회를 포기해야 한다는 점에서 회사가 부담하는 경제적 가치는 시가 기준 13조원대에 이른다.

    동행노조는 지난 5월 타결된 삼성전자 임금협상에서 DX부문이 소외됐고 DS부문과의 보상 격차가 지나치게 벌어졌다고 주장한다.

    당시 삼성전자 노사는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 제도를 유지하면서 DS부문에 특별경영성과급을 새로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특별경영성과급은 노사가 정한 사업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삼고 지급률 상한도 두지 않았다. 전체 재원의 40%는 DS부문 전체 직원에게 배분하고 나머지 60%는 사업부별 성과에 따라 나누는 구조다.

    성과급 재원의 최종 규모는 향후 확정되는 사업성과에 따라 달라진다. 다만 노사가 합의한 사업성과를 영업이익으로 보고 당시 제시된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 전망치 300조원을 적용하면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은 31조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40%인 12조6000억원이 DS부문 공통 재원으로 배분되고 나머지 60%인 18조9000억원은 메모리 등 사업부별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되는 구조다. 동행노조가 이번에 DX부문 자사주 지급을 위해 요구한 13조6723억원은 당시 추산된 DS 특별경영성과급 전체 추정 재원 31조5000억원의 약 43.4%에 해당한다. DS부문 공통 재원으로 추산된 12조6000억원보다도 1조원 이상 많다.

    지난 5월 합의 당시 DX부문과 CSS사업팀에는 1인당 600만원 수준의 자사주를 지급하는 방안이 마련됐다. DS부문 직원들은 실적에 따라 1인당 최대 6억원대 성과급을 받을 가능성이 열린 반면 DX부문 직원들의 추가 보상은 수백만원 수준에 그치면서 내부 반발이 확산했다.

    DX부문 직원들은 반도체 산업이 불황을 겪을 당시 스마트폰과 TV, 가전 사업이 회사 실적을 떠받쳤고 DX부문에서 창출한 현금이 반도체 연구개발과 설비투자에 활용된 만큼 반도체 호황의 성과도 전사 직원에게 배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사업부 간 보상 격차를 고려하더라도 직원 1인당 2억7000만원의 자사주를 일률적으로 지급하라는 요구는 성과보상 원칙에서 벗어난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DX부문의 수익성이 악화한 상황에서 13조원이 넘는 추가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회사의 실적과 재무 부담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주장이라는 지적이다.

    절차적 명분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다. 동행노조는 지난해 12월부터 5개월 넘게 다른 노조들과 공동교섭단을 구성해 임금협상에 참여했지만 당시 DX부문 직원에 대한 자사주 1000주 지급을 공식 교섭안건으로 올리지 않았다. 이후 DX부문 현안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며 공동교섭단에서 탈퇴했다.

    고용노동부 중재를 거쳐 마련된 2026년 임금협약은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73.7%의 찬성률로 가결돼 시행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노사 합의와 조합원 투표까지 마친 사안을 놓고 뒤늦게 추가 보상을 요구하며 총수 자택 인근 집회와 해외 전광판 광고에 나서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