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넨셀 창업자, 임상 승인 1주일 전 지분 63억 매도…세종메디칼도 직격신풍제약·웰바이오텍·코스닥 IR임원까지…임상 이벤트 앞두고 매매 반복 신라젠은 같은 구도에도 대법서 무죄…"의도 입증은 별개" 지적적발까지 최소 3~5년…뒤늦은 조사에 소액주주만 피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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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원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신약 승인 청탁 의혹'에 휘말린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사 제넨셀의 주가조작 논란이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창업주이자 대주주였던 강세찬 경희대학교 교수가 제넨셀이 개발한 코로나19 치료제의 식품의약품안전처 임상 승인 당시 지분을 고점에 처분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신약 임상이라는 단일 이벤트에 주가가 좌우되는 바이오 업계 구조 상 정보를 먼저 쥔 쪽이 주식 거래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챙기는 사례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신약 물질이 보건 당국의 엄격한 심사 과정을 통과할 경우 천문학적 수익이 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한 불특정 세력들이 개입해 시장에 기대감을 띄워 이른바 '작전'을 하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들이 짜놓은 시나리오의 구체적인 내막을 모르는 개인투자자들만 결국 피해를 입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9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지난 2021년 지인인 양모씨의 부탁을 받고 당시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제넨셀의 임상 시험을 신속히 처리해 줄 것을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강씨는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1주일가량 앞두고 개인 보유 지분 66만주를 약 63억원에 매각하고 50억원어치의 전환사채도 함께 처분한 사실이 밝혀졌다.

    당시 코스닥 상장사였던 세종메디칼(현 상장폐지)도 강씨의 지분과 전환사채를 사들여 지분 13.55%를 확보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는데 이 투자 역시 승인 발표를 불과 며칠 앞둔 시점에 이뤄졌다.

    시장에서는 세종메디칼 측이 임상 통과라는 호재 정보를 미리 알고 지분 매입을 추진했을 것이란 합리적 의심이 나왔다. 

    하지만 이후 임상이 무산되면서 세종메디칼은 제넨셀 지분 가치를 전액 손상 처리했다. 특히 2022년 카나리아바이오그룹에 인수된 뒤 계열사인 카나리아바이오 주식과 신주인수권부사채에 1300억원을 투자했는데 이 회사도 임상 3상 중단으로 주가가 폭락하며 약 1062억원의 손실을 추가로 입게 됐다.

    결국 강씨는 임상 과정에서 허위 자료를 제출한 혐의가 인정돼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 받고 2심이 진행 중이다. 세종메디칼은 강씨를 상대로 87억8980만원 규모의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해 법정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임상 이벤트' 앞두고 주식 사들이거나 지분 정리…'그들만의 리그'에서 무슨 일이? 

    바이오 업계의 주가조작 논란이나 이른바 '호재 뻥튀기'는 비단 제넨셀 만의 문제가 아니다.

    앞서 코로나19 확산 당시인 2021년 신풍제약은 코로나19 치료제 '피라맥스' 임상 2상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충족하지 못했는데 대주주 측 인사인 장원준 당시 송암사 대표가 이같은 내용을 미리 알고 같은해 4월27일 신풍제약 주식 200만주를 외국계 사모펀드에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도)로 넘긴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됐다.

    2상 결과가 공식 발표된 것은 장 대표가 지분을 대량 매도한 지 두 달여 뒤인 7월5일이었고 금융당국은 이 매도로 약 370억원의 손실을 회피한 것으로 판단해 지난해 2월 장 대표를 검찰에 고발했다. 코로나 치료제 기대감에 19만8000원(시가총액 11조원대)까지 치솟았던 신풍제약 주가는 고점 대비 마이너스 95%대까지 주저앉았다.

    방향은 반대지만 같은 유형의 매매도 잇따랐다.

    러시아산 백신 '코비박' 국내 위탁생산 추진 정보를 미리 알고 주식을 사들인 웰바이오텍 전 대표는 1억8651만원의 부당이득 혐의로 지난 7월 불구속기소됐다.

    신약 임상 1상 결과와 기술이전 계약 체결이라는 미공개 정보를 지인 명의 계좌로 이용한 코스닥 상장사 IR임원도 20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 혐의로 이달 초 증권선물위원회가 수사기관에 통보했다.

    또 다른 코스닥 상장사인 헬릭스미스도 창업주 일가가 중국 임상 성공 발표를 3주 앞두고 주식을 사들인 사실이 확인돼 한국거래소가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판박이 구조에도 처벌은 제각각…날 뛰는 작전세력 밑에 기는 규제당국

    문제는 적발부터 처벌 확정까지 3~5년이 걸리는 사이 유사한 사건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같은 수법의 범죄가 계속되고 있지만 처벌이나 대응 수위는 천차만별이라는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신라젠 신현필 전 대표는 펙사벡 간암 임상 3상 중단 권고 발표를 한 달여 앞둔 2019년 6월 27일부터 7월 3일까지 지분 16만7777주(당시 시가 87억9331만원어치)를 나눠 팔았다가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2022년 8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매도 당시 부정적 임상 결과를 인식했을 가능성이 낮고 생존분석 데이터를 받은 것만으로는 미공개 중요정보가 만들어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무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

    반면 신라젠 초기 자본금 조성 과정의 '자금 돌리기'로 별도 기소된 문은상 전 대표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5년에 벌금 10억원을 선고받았다.

    이런 사건들의 공통점은 적발과 처벌 확정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다는 점이다.

    신풍제약은 매도 시점(2021년 4월) 대비 검찰 고발까지 4년 가까이, 웰바이오텍은 5년, 신라젠은 최종 판결까지 3년이 걸렸다.

    업계 전문가는 "처벌이 확정되는데 장기간이 걸리는 사이 형사 절차가 진행 중인데도 같은 인물이 다시 불공정 거래에 연루되는 사례가 계속되고 있다"며 "실제로 불공정 거래 사건 연루 전력자 비율은 2019년 15%에서 2021년 28%로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불공정 거래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명백히 상회하는 제재가 없다면 행위 유인 자체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업계에서는 관련 제도가 손질되긴 했지만 위법 행위로 얻은 부당이익을 온전히 박탈하는 수준에는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징금은 벌금과 달리 회생절차에서는 채무자의 청산가치 수준으로 감축되고 개인파산절차에서는 면책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세종메디칼이 강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도 승소하더라도 실제 환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란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제넨셀 사태에서도 소액주주들의 목소리는 같은 지점을 향하고 있다.

    세종메디칼 주주연대는 이번에 논란이 된 청탁 과정에서 누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인허가 과정에 부당한 영향력이 있었는지, 그 결과 투자자에게 어떤 피해가 발생했는지 객관적인 자료와 증거로 밝혀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 피해 주주는 "특정 권력자들의 이해 관계와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누군가는 막대한 이득을 챙기고 힘 없는 개인 투자자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고 있다"며 "결국 권력자들이 범죄 집단의 뒤를 봐준 꼴이 된 것이고 거기서 얻어지는 과실을 서로 나누는 공생공존의 관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