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게 유지된 단협 조항 두고 해석 충돌대한항공 “승진 대상 결정은 회사 고유 권한”노조 “합병 따른 서열 통합도 노사 합의 대상”
  • ▲ 대한항공과 조종사노조가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을 앞두고 조종사 승진 서열인 ‘시니어리티’를 놓고 정면 충돌했다. ⓒ뉴데일리
    ▲ 대한항공과 조종사노조가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을 앞두고 조종사 승진 서열인 ‘시니어리티’를 놓고 정면 충돌했다. ⓒ뉴데일리
    대한항공과 조종사노조가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을 앞두고 조종사 승진 서열인 ‘시니어리티’를 놓고 정면 충돌했다. 대한항공이 “승진 기준과 대상 결정은 회사의 고유한 인사권”이라고 밝히자, 노조는 “단체협약상 노사 합의 사항”이라고 맞서면서다.

    대한항공 조종사노동조합은 9일 대한항공이 전날 낸 입장문에 대한 반박 자료를 내고 “시니어리티 조항은 2000년 최초 단체협약부터 명문화돼 있었고, 회사도 20여 년간 단체협약을 갱신할 때마다 해당 조항에 서명해왔다”고 밝혔다.

    앞서 대한항공은 노조의 노동쟁의 조정 신청에 대해 “합리적인 승진 기준 아래 누구를 승진시킬지는 사용자의 고유한 인사권”이라며 “조정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했다. 노조가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들의 승진 기준까지 자신들과 합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주장이다.

    노조는 단체협약 제24조를 근거로 반박했다. 조종사 서열순위제도를 노사 합의로 정하도록 돼 있다는 것이다. 2004년 관련 가처분 결정을 근거로 인사권을 주장하는 회사 측 설명에 대해서도 “당시 결정은 본안 판단이 아니었고, 양사 합병에 따른 서열 통합 문제를 다룬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노조는 올해 3월 시행된 개정 노동조합법도 들고 나왔다.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 결정이 노동쟁의 대상에 포함된 만큼, 합병에 따른 승진 서열 통합 문제 역시 조정 대상에서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통합 뒤 승진 시기를 놓고도 양측 주장이 엇갈렸다. 대한항공은 기존 대한항공 조종사 90% 이상의 기장 승격 시기가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노조는 이 계산이 월 기장 승격 인원을 10명에서 15명으로 늘린다는 전제에 따른 것이라며 “회사는 정작 월 15명 승격을 명문화해달라는 요구는 거부했다”고 했다.

    통합 후 아시아나항공 출신 조종사에게 적용할 승진 기준도 쟁점이다. 대한항공은 기존 대한항공의 승격·훈련 기준을 적용할 예정이라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교섭 과정에서는 합병은 입사가 아니어서 아시아나 출신에게 FOAM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주장했다. FOAM은 대한항공 조종사의 기장 승격과 기종 전환 등에 적용되는 내부 기준이다.

    임금과 휴식수당 등 다른 교섭 사안을 놓고도 공방이 이어졌다. 대한항공은 시니어리티를 제외한 주요 사안에서는 상당 부분 의견 접근이 이뤄졌다고 밝혔지만, 노조는 “잠정합의를 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오는 12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앞두고 양사 조종사의 승진 서열을 어떻게 합칠지가 핵심 노사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시니어리티 결정이 회사의 인사권인지 단체협약상 노사 합의 대상인지를 둘러싼 갈등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