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렌트유 101달러 돌파, 골드만삭스 "120달러까지 갈 수도" 국제유가 급등에도 최고가격제 묶어뒀지만 버틸 여력은 '글쎄'고유가 장기화하면 물가 인상 압력에 국민 부담 가중될 가능성
  • ▲ 10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서 이용객이 주유하고 있다.ⓒ뉴시스
    ▲ 10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서 이용객이 주유하고 있다.ⓒ뉴시스
    중동 지역 긴장감 고조에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있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에 이어 서브 텍사스산 원유(WTI)도 배럴당 100달러를 다시 돌파했다. 미국과 이란간 유조선 공격전이 격화하면서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제유가 급등은 국내 물가를 자극하는 데다, 석유제품 최고가격제에 따른 정부의 재정부담까지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1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WTI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6.43달러(6.69%) 오른 배럴당 102.4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는 지난달 31일부터 8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브렌트유 11월물도 6.42달러(6.34%) 뛴 107.63달러에 마감했다. 5거래일 연속 상승헤다. 두 유종 모두 지난 5월 19일 이후 약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은 상태다. 

    국제유가를 자극한 것은 중동지역 충돌 격화로 원유 공급 차질 우려다. 미국과 이란간 갈등이 상대방의 원유 수송망을 직접 공격하는 양상으로 번지면서 시장의 공급 불안은 한층 커지고 있다. 

    핵심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뿐 아니라 홍해 관문인 바브엘만데브 해협 인근에서도 미·이란 간 군사 충돌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두 곳에서 동시에 원유 수송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제유가 상승 등 세계 경제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전쟁이 단기간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도널트 트럼프 미국 행정부 최고위 각료들이 비공개로 이란 전쟁이 대통령 임기 말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제유가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단 스트루이븐 골드만삭스 글로벌 원자재 리서치 공동대표는 "해상 운송을 겨냥한 공격이 격화되면 국제유가를 배럴당 120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리 수 있다"고 말했다. 

    유가 상승은 필연적으로 불가 부담을 키운다. 이미 국내 소비자물가는 3%대로 한국은행 목표치(2%)보다 높은 수준이다. 국내 석유제품 가격 상승률은 지난 6월 24.7%에서 7월 15.5%, 8월 14.2%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두 자릿수를 기록 중이다. 정부도 물가 상방요인으로 중동 정세 불확실성과 기후 영향을 지목했다. 

    정부의 석유제품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국제유가 상승이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에 곧바로 반영되지는 않는다. 석유제품 최고가격제가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국내 석유제품 가격 오름폭을 일정 부분 억누르는 효과가 나타나서다. 정부도 석유제품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8월 물가상승률이 0.5%포인트(p) 낮아졌다고 추산했다. 

    고유가 장기화 그림자가 드리우면서 정부의 정책 결정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국제유가 상승세가 지속돼 국내 최고가격과 괴리가 벌어질 수록 정유사에 보전해야 할 손실 보전액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어서다. 

    현재 휘발유와 경유의 최고가격은 각각 ℓ당 1784원, 1773원에 묶여있다. 이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선을 오가던 지난 6월 말 설정된 가격이다. 

    정부로선 딜레마에 놓였다. 국제유가 상승분을 최고가격에 반영할 경우 국내 기름값을 끌어올려 물가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반대로 가격을 현 수준에 묶어두면 국제유가와의 격차만큼 정유사 손실을 보전해야 해 재정부담이 커질 수 있다. 

    앞서 정부는 최고가격제 유지를 위해 예비비 4조2000억원을 투입한 데 이어 올해 4분기 시행에 대비해 내년 예산안에도 1조4497억원을 반영했다. 

    국제유가가 오름세를 지속하면 충격은 석유류 제품에만 머물지 않는다. 기업들의 생산 원가와 물류비가 뛰고 난방비와 교통비 등도 줄줄이 오르면서 각종 상품과 서비스 가격을 연쇄적으로 밀어올리는 '물가 도미노'가 현실화할 공산이 크다. 올해 정부가 내세운 연간 물가 상승률 목표치인 2.6%에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는 최근 국제유가 상승세도 종합적으로 감안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