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경기도의 지식산업센터 밀집 전경.ⓒ연합뉴스
주택 규제의 틈새 투자처로 몸집을 불렸던 지식산업센터가 대규모 공실과 가격 급락이라는 후폭풍을 맞고 있다. 주택 금융·세제 규제가 강화되던 시기 상대적으로 전매와 대출 규제가 덜했던 지식산업센터로 투자금이 몰렸다.
이후 공급이 급증했지만 경기 둔화와 금리 상승, 기업 수요 감소가 겹치면서 곳곳에서 빈 사무실이 쌓이고 있다. 경매시장에서는 감정가의 20~30% 수준에 팔리는 물건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정부는 공실 지식산업센터를 사들여 청년·신혼부부 공공임대로 활용하거나 오피스텔로 바꾸는 대책을 내놨다. 산업시설로 공급한 건물에 수요가 부족해지자 일부를 다시 주거시설로 활용하는 사후 수습에 나섰다.
11일 산업통상부와 감사원 등에 따르면 전국 지식산업센터는 2017년 844곳에서 2021년 1277곳으로 4년 만에 51.3% 늘었다. 현재 전국에서 설립 승인을 받은 지식산업센터는 1553곳에 달한다.
공급이 빠르게 늘어난 시기는 주택시장 규제가 강화된 때와 맞물린다.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18년 이후 금융·세제 규제가 강화되자 전매가 가능하고 최대 80%까지 대출받을 수 있었던 지식산업센터가 대체 투자처로 떠올랐다.
감사원이 수도권 신규 지식산업센터 16곳, 1만3216개 호실을 조사한 결과 67.5%인 8924개 호실이 실사업자가 아닌 부동산 수익 목적 사업자 등에게 분양된 것으로 추정됐다.
투자수요를 등에 업고 늘어난 공급은 경기 침체와 고금리, 기업 수요 감소를 만나 대규모 공실로 돌아왔다. 2023~2025년 준공된 지식산업센터의 올해 5월 평균 공실률은 43.5%, 미분양률은 26.9%에 달했다. 지난해 지식산업센터 경매도 3876건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게토333지식산업센터' 전용 48.7㎡ 1층 C-116호는 감정가 3억3000만원에서 6차례 유찰된 끝에 지난달 12일 7600만원에 매각됐다.
수원 영통구 '테크트리영통지식산업센터' 전용 96.28㎡ 1층 109호도 감정가 4억6400만원에서 네 차례 유찰된 뒤 지난 2일 1억4000만원에 낙찰됐다.
아직 새 주인을 찾지 못한 물건도 있다. 평택 '지제센트럴타워' 전용 78.73㎡ 7층 718호는 감정가 3억7700만원에서 세 차례 유찰됐다. 다음달 6일 진행되는 경매 최저입찰가는 1억2931만원까지 내려갔다.
쌓이는 공실에 정부는 지식산업센터의 입주 문턱을 낮추는 동시에 일부 건물을 주거시설로 돌리는 대책을 꺼냈다.
산업부는 전날 '지식산업센터 공실 대책 및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수도권 공실 지식산업센터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비주택 리모델링 매입임대주택' 사업을 통해 매입해 청년·신혼부부용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한다는 대책이다. 비수도권에서는 공공임대형 지식산업센터 건립과 휴·폐업 공장 리모델링 사업 대상에 공실 지식산업센터를 포함한다.
지식산업센터 내부에서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도 늘린다. 산업단지 내와 수도권 지식산업센터의 지원시설 비중은 기존 30%에서 50%, 비수도권은 50%에서 70%로 2년간 한시 확대한다. 이미 설립 승인을 받았거나 설립이 확정된 지식산업센터에만 적용한다.
공실과 미분양이 심한 지식산업센터의 주거 전환도 지원한다. 정부는 지난달 관련 시행령을 개정해 일반공업지역 내 지식산업센터의 오피스텔 전환을 한시 허용하고 용도변경 시 주차장 추가 확보 의무도 한시 면제했다.
오피스텔·기숙사 등으로 리모델링할 경우 호당 7000만원을 연 3%대 금리로 지원한다. 준주택으로 전환하는 사업자에게는 리모델링 이후 예상 주택 감정가의 60% 이내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도 제공한다.
입주 업종 규제도 전면 손본다. 기존에는 제조업과 지식산업, 정보통신산업 등 허용된 업종만 들어갈 수 있었지만 앞으로 사행·유해시설과 환경부담 업종, 위험물 시설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업종의 입주를 허용한다. AI 앱 개발과 도심형 소규모 물류시설, 드론 촬영서비스 등 신산업도 입주할 수 있게 된다.
무분별한 추가 공급을 막기 위한 장치도 마련한다. 앞으로 지자체가 지식산업센터 설립을 승인할 때 인근 공실·미분양 현황과 주변 상가시장 영향, 전력·용수 등 기반시설 여건까지 살펴야 한다. 지자체별 공실·미분양률도 반기마다 공개할 예정이다.
문제는 과거 주택 규제를 피해 지식산업센터로 투자금이 몰렸던 전례가 있는 상황에서 현 정부도 주택 대출 규제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규제지역 일반 차주의 주택구입 목적 주담대 LTV는 40%가 적용된다. 수도권·규제지역 주담대 한도도 집값에 따라 2억~6억원으로 제한된다. 또 다른 비주택 상품으로 투자수요가 이동할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내놓은 공공임대·오피스텔 전환은 공실을 줄이는 대안이 될 수 있지만 모든 지식산업센터에 적용하기는 어렵다. 용도전환 요건과 복잡한 소유권 문제를 함께 풀어야 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지식산업센터 시장 침체는 주택 규제를 피해 팬데믹 당시 대량으로 인허가·착공된 물량이 경기 둔화와 사무실·공장 수요 위축, 금리 인상의 영향을 받으면서 공급과잉으로 이어진 영향이 크다"며 "이미 건물이 지어진 상태에서 수요 부족으로 공실이 늘어난 만큼 소방·피난, 채광, 용도지역 등에 문제가 없는 역세권 지식산업센터라면 오피스텔 등 주거시설로 전환해 활용도를 높이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모든 지식산업센터가 오피스텔이나 공공임대로 용도변경이 가능한 것은 아니고 관련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며 "근본적으로는 지역의 자족·산업 기능에 맞춰 인허가 물량을 조율하고 충분한 사업성 분석과 실제 수요에 맞는 지식산업센터 공급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도 "단기간에 공급이 너무 많이 늘어난 데다 소규모 창업 수요도 줄었다"며 "당시 갈 곳을 찾지 못한 투자자금이 지식산업센터로 몰렸지만 실제 수요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 상태에서 공급이 늘어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이미 지어진 건물을 활용할 돌파구를 찾는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면서도 "지식산업센터는 소유권자가 여러 명인 경우가 많아 동의를 받기가 쉽지 않다. 일괄적인 매입이 이뤄져야 실제 용도전환이 가능한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