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고 지난해 188건·올해 4월까지 50건 … 임원 제재 사례는 없어책무 중복·누락에 관리의무 기재도 미흡, 금감원 개선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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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금융회사 임원의 내부통제 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해 도입된 책무구조도가 아직 실제 임원 제재로 이어진 사례는 나오지 않고 있다. 제도 시행 이후에도 금융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데다 임원 책임을 물은 사례도 없어 금융사고 예방과 책임 강화라는 제도 도입 취지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4월 국내 금융권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50건, 사고금액은 739억1300만원에 달했다. 120일 동안 50건의 사고가 발생해 2.4일에 한 번꼴로 금융사고가 발생한 셈이다. 지난해에도 금융사고는 188건, 피해액은 4318억9700만원 규모로 발생하는 등 금융회사 내부통제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문제는 금융사고 발생 이후 책임을 가리는 방식이 책무구조도 도입 전후로 달라졌지만, 새로운 제도가 실제 현장에서 작동한 사례는 아직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1월 은행권에 도입된 책무구조도에 따라 임원에게 부여되는 책임은 기존과 달라졌다. 금융회사의 임원은 자신에게 배분된 책무와 관련해 내부통제·위험관리 기준이 적정하게 마련됐는지, 임직원이 관련 법령과 내부통제 기준을 준수하고 있는지 등을 점검해야 한다. 위반이나 미흡 사항을 발견하면 시정·개선 등의 필요한 조치도 해야 한다.

    법률에도 이런 원칙이 명시돼 있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35조의2는 임원이 내부통제등 관리의무를 위반하면 금융위원회가 신분제재를 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위법행위의 경위와 정도·결과, 해당 임원이 사고를 막기 위해 상당한 주의를 기울였는지 등을 고려해 제재를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책무구조도의 핵심은 사고가 발생했느냐가 아니라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해당 임원이 자기 책임 범위에서 필요한 관리·감독을 제대로 했느냐’에 있다. 사고가 발생했더라도 임원이 내부통제 기준을 점검하고 위험요인을 관리하는 등 상당한 주의를 다했다면 제재 대상에서 벗어나거나 제재가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제도가 실제로 책임소재를 명확히 가릴 수 있는 구조로 자리 잡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물음표가 남는다.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대형 여전사·저축은행 책무구조도 시범운영 결과에서도 이런 문제가 드러났다. 금감원은 52개사를 대상으로 컨설팅한 결과 특정 임원에게 지나치게 많은 책무가 집중되거나, 여러 임원에게 유사한 금융영업 책무가 중복 배분되는 사례를 확인했다.

    실제 한 회사에서는 경영관리부서장에게 인사·보수뿐 아니라 전산시스템 운영·관리, 내부회계관리, 자금대출 등 무려 19개의 고유 책무가 배분돼 있었다. 금감원은 특정 임원에게 책무가 과도하게 몰리면 전문성 부족이나 이해상충으로 인해 관리조치가 형식적으로 이뤄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영업 분야에서는 여신심사 책무가 여러 임원에게 비슷하게 배분돼 각 임원의 책임 범위를 구별하기 어려운 사례도 발견됐다. 일부 회사에서는 책무 세부내용과 관리의무를 사실상 같은 문구로 작성해 실제 임원이 어떤 관리조치를 해야 하는지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이는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더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책무가 여러 임원에게 겹쳐 있거나 구체적으로 작성돼 있지 않다면 사고 이후 어느 임원이 어떤 관리의무를 위반했는지를 판단하기가 그만큼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책무구조도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 책임규명 절차와 제재기준을 별도로 마련했다. 중대한 위법성이 인정되는 경우 책임규명 절차를 개시하고, 이후 임원의 상당한 주의 여부 등을 고려해 제재를 감경하거나 면제하는 방식이다. 금융당국은 제도 시행 초기 책임규명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별도의 중대성 사전검토 절차도 마련했다.

    책무구조도의 성패는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실제로 책임자를 가려내는 데 달려 있다. 금융사고가 반복되는 사이에 아직 임원 제재 사례가 나오지 않으면서 제도가 형식적인 책임 배분에 그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당국은 향후 책무구조도 운영 현황을 점검하면서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고위경영진의 책임을 강화할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책무구조도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결과만으로 임원에게 책임을 묻는 제도가 아니라 사고를 막기 위해 임원이 평소 어떤 관리조치를 했는지를 따지는 제도”라며 “실제 사례가 축적돼야 어떤 수준의 관리조치를 해야 책임을 피할 수 있는지 금융회사와 임원들도 명확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