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0년물 5.37%·10년물 4.95%…고유가·바이백 실망에 급등韓 3년물 4%·10년물 4.5% 돌파…대출금리 추가 상승압력고금리 버티는 '영끌족' 비상…커지는 이자 상환 부담
  • 미국발 채권시장 충격이 국내로 번지면서 국고채 3년물 금리가 3년 만에 4%를 돌파했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커진 데다 미국 재무부의 국채 바이백(재매입)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미국 국채 금리가 치솟은 영향이다. 국고채를 비롯한 시장금리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은행 조달금리를 밀어 올려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금리의 추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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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오전 장중 전 거래일 민간채권평가회사 평균금리(민평금리)보다 9bp(1bp=0.01%포인트) 이상 오른 연 4.01%대에서 거래됐다. 3년물 금리가 4%를 넘어선 것은 민평금리 기준 2023년 11월 이후 약 3년 만이다.

    장기물 금리 상승세도 가팔랐다. 10년물은 10bp가량 뛰어 연 4.55%대로 올라서며 2022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4.5%를 넘어섰다. 30년물 역시 연 4.76% 안팎까지 상승했다. 2년물부터 30년물까지 금리가 일제히 오르면서 채권시장 전반에 매도 압력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국내 채권금리를 끌어올린 직접적인 요인은 미국 국채 금리 급등이다. 3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현지시간 기준 전날 연 5.37%까지 올라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10년물도 연 4.95%로 뛰면서 5%선에 바짝 다가섰다.

    특히 통화정책 전망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금리가 하루 만에 15bp 이상 급등한 점이 국내 단기물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미국의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월 대비 0.4% 상승해 전월보다 오름폭을 키우면서 연방준비제도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다시 부각됐다.

    국제유가 급등도 채권시장에 부담을 더했다. 중동 정세 불안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수출 감소가 겹치면서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고, 국제유가는 장중 배럴당 109달러까지 치솟았다. 고유가가 장기화할 경우 물가 상승 압력이 다시 커져 미국뿐 아니라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긴축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미국의 재정 부담도 장기금리를 밀어 올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의 선거 승리를 전제로 성인 1명당 5000달러 지급 방침을 밝히면서 1조달러가 넘는 추가 재정 부담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 재무부가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 국채 바이백에 나섰지만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재무부가 발표한 바이백 규모는 60억달러로 시장 기대치인 100억달러에 미치지 못했고 실제 유통시장에서 매입한 규모도 52억달러 수준에 그쳤다. 국채 공급과 재정 부담에 대한 우려를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발 금리 충격에 국내 채권시장의 투자심리도 빠르게 위축됐다. 저가 매수세가 좀처럼 유입되지 않는 가운데 외국인은 이날 오전 3년 국채선물을 1만계약 넘게 순매도했다. 3년 국채선물과 10년 국채선물 가격도 동반 급락했다.

    국내 요인도 금리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 한국은행이 7월과 8월 기준금리를 잇달아 인상해 현재 연 3.00%까지 높였지만 물가와 가계부채, 수도권 주택가격 등 금융불균형에 대한 경계가 이어지면서 추가 인상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상태다.

    정부 역시 중동 정세 악화에 따른 물가 위험을 주시하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이날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 9월호에서 수출 증가와 소비 개선 등으로 견조한 경기 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중동전쟁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와 물가 상승 위험을 경계했다.

    시장에서는 이날 밤 발표되는 미국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다음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유가가 급등한 상황에서 CPI까지 예상보다 강하게 나올 경우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전망이 한층 강화되면서 미국과 국내 채권금리가 추가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채권금리 상승세가 이어지면 은행채 등 금융채 금리에도 영향을 미쳐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을 높일 수 있다. 이미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금리까지 가파르게 상승할 경우 주담대를 비롯한 가계대출 차주의 이자 부담은 한층 커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