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0년물 5% 육박·韓 3년물 4% 돌파 … 민간 조달금리도 상승 압력브렌트유 107달러·국내 물가 3.1% … 고유가발 인플레 불안 재점화원·달러 1345원대 반등, 연준 추가 긴축 땐 한미 금리차 1%p로 확대ECB도 0.25%p 인상 … 17일 F4 회의, 가계·기업 금리 부담 집중 점검
-
- ▲ ⓒ연합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5%선을 위협하면서 한국 경제에 금리·물가·환율의 '3고(高)' 부담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국고채 3년물이 3년 만에 4%를 넘어선 가운데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고 원·달러 환율도 1340원대로 올라섰다. 주요국이 다시 긴축으로 돌아서는 상황에서 가계·기업의 조달비용과 수입물가가 함께 뛰면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선택지도 좁아지고 있다.13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 11일 장중 5%에 육박했다. 30년물도 5.3%를 웃돌며 20여 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미국의 재정 부담에 중동발 고유가와 인플레이션 우려가 겹치면서 장기금리의 기준점 자체가 높아지는 양상이다.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긴축 전망도 채권금리를 밀어올리고 있다.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보다 0.4%, 지난해 같은 달보다 3.4% 상승했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도 전월 대비 0.3% 올라 시장 전망치 0.2%를 웃돌았다. 앞서 8월 비농업 고용은 16만 2000명 증가해 시장 예상치 5만 6000명의 3배에 육박했고 실업률은 4.1%에 그쳤다.물가와 고용이 모두 예상보다 강하게 나오자 금리선물시장이 반영한 이달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80% 중후반까지 높아졌다. 관심도 오는 15~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인상 여부를 넘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얼마나 열어둘지로 옮겨가고 있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이 연속 긴축 가능성을 시사하면 미 국채금리와 달러가 다시 뛸 수 있다.리처드 클라리다 전 연준 부의장은 "다음 주 금리를 올린다면 추가 인상이 뒤따를 것"이라며 이번 인상이 "한 번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1990년대 이후 연준이 한 차례만 금리를 올리고 인상 사이클을 끝낸 것은 1997년이 유일하다.◆ 美 5% 충격에 韓 3년물 4% … 민간 조달금리도 밀어올린다미국발 금리 상승은 국내 채권시장으로 곧바로 번졌다. 지난 11일 국고채 3년물은 하루 만에 8.4bp(1bp=0.01%포인트) 오른 연 4.014%로 마감했다. 2023년 11월 이후 약 3년 만의 4%대다. 10년물은 8.7bp 상승한 4.540%로 2022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년물 3.920%, 5년물 4.267%, 20년물 4.633%, 30년물 4.714% 등 사실상 전 구간이 함께 뛰었다.국채금리 상승은 정부의 조달비용에 그치지 않는다. 회사채 3년물(AA-) 금리는 같은 날 8.8bp 오른 4.688%를 기록했다. 국고채가 은행채와 회사채의 기준금리를 끌어올리면 기업은 신규 발행과 차환 과정에서 더 높은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은행 역시 금융채 발행비용이 오르면 고정형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대출금리에 이를 반영할 가능성이 커진다.가계는 이미 기준금리 상승 부담을 안고 있다. 한은은 지난 7월 기준금리를 2.50%에서 2.75%로 올린 데 이어 지난달 27일 다시 3.00%로 인상했다. 올해 2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2019조 8000억원으로 석 달 만에 25조 9000억원 증가했다. 기준금리에 이어 시장금리까지 뛰면 20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의 이자 부담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기업도 사정은 비슷하다. 시장금리가 높은 수준에 머무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더 비싼 금리로 갈아타야 한다. 특히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일수록 국고채 금리 상승에 신용스프레드까지 얹어져 자금조달 부담이 더 크게 늘어난다.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중립금리를 2.25~2.75%로 추정하면서 "현재 기준금리(3.00%)를 고려하면 다소 긴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미 통화정책이 경기를 제약하는 수준에 들어왔지만 대외금리 상승이 시장금리를 추가로 끌어올리는 구조라는 의미다. -
- ▲ ⓒ뉴시스
◆ 유가 100달러·환율 1340원대 … 금리도 못 내리는 딜레마물가 쪽 압력도 다시 거세지고 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지난 10일 배럴당 102.48달러, 브렌트유는 107.63달러까지 치솟았다. 하루 상승률만 각각 6.69%, 6.34%에 달했다. 중동 분쟁으로 원유 수송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100달러를 넘어선 유가가 일시적 급등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에너지 충격은 이미 유럽의 통화정책을 바꿨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10일 3대 정책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인상했다. 유로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월 2.9%에서 8월 3.3%로 높아졌고 에너지 물가는 같은 기간 10.3%에서 14.3%로 뛰었다. ECB는 중동 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물가가 상당 기간 목표치 2%를 웃돌 것으로 판단했다.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도 에너지 비용 상승이 광범위한 물가 상승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을 긴축 배경으로 지목했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까지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고유가가 글로벌 통화정책을 다시 긴축 방향으로 돌리는 모습이다. ECB 내부에서는 유가 상승이 지속될 경우 추가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한국 역시 같은 경로에서 자유롭지 않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월 3.1%로 다시 3%대로 올라섰고 석유제품 가격은 전년 동월보다 14.2% 뛰었다. 한은은 중동 상황이 장기 교착 상태로 이어지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기본 전망보다 올해 0.1%포인트, 내년에는 0.4%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추산했다.여기에 원화 약세가 수입물가 부담을 키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7일 장중 1334.7원까지 내려갔다가 11일 1345.9원으로 올라섰다. 연준이 이번 주 0.25%포인트를 인상하면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상단 기준 현재 0.75%포인트에서 1.00%포인트로 다시 확대된다. 달러 강세와 외국인 자금 흐름이 맞물릴 경우 환율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는 대목이다.고유가와 원화 약세가 동시에 진행되면 한국은 달러 표시 원유가격 상승과 환율 상승을 함께 떠안게 된다. 수입가격 상승이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로 전이되면 한은으로서는 가계·기업의 이자 부담이 커져도 긴축에서 쉽게 물러서기 어렵다. 당분간 중동 상황 및 국제유가 변동에 따른 국채 금리 변동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해석이다.금융당국도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15일 5대 은행 가계대출 담당자를 불러 총량관리 목표 준수 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FOMC 결과가 한국시간 17일 새벽 공개된 뒤에는 경제부총리와 한은 총재,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이 참여하는 확대거시경제금융회의도 예정돼 있다. 금감원 역시 시장 상황에 따라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준비하고 있다.당국의 시선은 시장 변동성뿐 아니라 금리 상승이 가계와 기업으로 번지는 속도에 맞춰질 전망이다. 대출금리가 다시 오를 경우 취약차주의 이자 부담이 커지는 동시에 은행의 건전성 관리 강화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대출 문턱을 높이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확대와 취약차주 지원책이 논의되는 배경이다.시장에서는 이번 주 주요국의 금리 결정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연준이 예상대로 금리를 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추가 긴축까지 예고하면 미국 국채금리와 달러 강세가 국내 금리와 환율을 다시 밀어올릴 수 있다. 유가까지 100달러 위에서 버티면 물가를 잡기 위한 금리와 가계·기업의 부담을 낮추기 위한 금리 사이에서 한은의 선택은 더 어려워진다.외환시장 관계자는 "연준이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열어두면 미 국채금리 상승과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원화 약세 압력이 커질 수 있다"며 "환율이 다시 오르면 수입물가를 통해 국내 물가와 금리에도 부담을 주는 만큼 지금은 금리·유가·환율을 따로 떼어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