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첫 해외IR서 글로벌 IB·운용사 22곳에 '韓시장 신뢰' 강조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두 달 만에 예탁금 1000만→3000만원“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 공개 후회 이어 '54조 손실' 책임론까지삼전·닉스 개인 13조 순매도 … 해외 신뢰 세일즈 속 국내 투자자 보호 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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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왼쪽)과 캐서린 브래딕 영국 건전성감독청(PRA)청장. ⓒ금감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후 첫 해외 IR에서 글로벌 금융회사 22곳을 상대로 한국 증시의 '신뢰'를 세일즈했다. 정작 국내에선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 도입 두 달 만에 규제를 강화한 데 이어 대규모 손실 책임론으로 공수처 고발까지 당하면서 국내 투자자 보호와 해외에서 강조한 '시장 신뢰' 사이의 간극이 더욱 선명해졌다.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원장은 지난 6~10일 영국 런던에서 취임 후 첫 해외 IR 일정을 소화했다. 8일 열린 공동 IR에는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투자은행(IB) 7곳과 자산운용사 15곳 등 22개사가 참석했다. 이 원장은 "한국 자본시장과 기업에 믿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며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과 장기투자 기반 정착을 강조했다. 결제주기 단축과 거래시간 연장 등 시장 인프라를 개선해 외국인 자금을 끌어들이겠다는 구상도 제시했다.공교롭게도 해외에서 한국 시장의 신뢰도를 높이겠다고 약속한 시점에 국내에서는 이 원장의 정책 책임을 묻는 움직임이 본격화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10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졸속 도입으로 개인투자자에게 약 54조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이 원장과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 이억원 금융위원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논란의 출발점은 지난 5월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개별 종목의 하루 수익률을 최대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이 5월 27일 국내 증시에 처음 상장됐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4월 21일 국무회의를 통과하고 28일 시행된 지 한 달 만이었다. 금융당국은 상장 전부터 특정 종목에 투자위험이 집중되고 손실도 배로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지만 반도체주 상승세를 타고 개인 자금이 빠르게 유입됐다.정책을 둘러싼 비판에는 이 원장 스스로 불을 붙였다. 그는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상품 도입을 "그때 좀 급하게 준비했던 것은 맞다"고 인정했다. 이어 "어떻게든 그때 드러누워서 막았어야 했나 개인적으로 반성하는 상황이고, 후회를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로 빠져나간 투자자금을 국내로 돌리겠다는 정책 효과에 대해서도 "별로 좋지 않았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발언 파장이 커지자 금감원은 이틀 뒤 별도 설명자료를 내고 투자자 손실 위험과 안전장치 마련 필요성을 강조한 취지였다고 설명했다.당국은 이후 상품 문턱을 다시 높였다. 7월 31일부터 기본예탁금을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세 배 올리고 대용증권을 인정하지 않는 등 투자 요건을 강화했다. 출시 두 달여 만의 조치였다. 규제 강화 직전인 7월 30일 12조 4485억원에 달했던 관련 16개 상품의 하루 거래대금은 8월 5일 9198억원으로 92% 넘게 급감했다. 과열 진정 효과와 별개로 상품을 허용한 직후 안전장치를 대폭 보강하면서 사전 위험평가와 투자자 보호장치가 충분했느냐는 논쟁은 커졌다. 이 원장은 7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도 "시장 관리자로서 책임이 있어서 그 책임을 달게 받고 있다"고 밝혔다.반도체주를 둘러싼 개인 투자자의 움직임도 달라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11일 개인은 삼성전자 5조 2120억원, SK하이닉스 7조 8180억원 등 두 종목에서만 13조원 넘게 순매도했다.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넉 달 연속 이어졌던 매수 우위가 5개월 만에 뒤집혔다. 외국인도 같은 기간 두 종목을 각각 1조 9600억원가량 팔아치우며 반도체 수급에 부담을 더했다.증시 변동성도 다시 커지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중동 정세 불안과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우려가 겹치며 전 거래일보다 3.14% 급락한 6692.61로 출발해 장중 6669.34까지 밀렸다.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매도에 나선 가운데 삼성전자는 3%대, SK하이닉스는 5% 안팎 떨어졌다. 특히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핵심 기초자산인 두 종목이 급락하면서 기초주가 하락폭을 두 배가량 추종하는 상품의 손실 위험도 다시 커졌다.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오면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진 데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중동 불안도 투자심리를 짓누르고 있다. 국내 증시를 둘러싼 대외 변수가 거칠어질수록 고위험 상품을 허용한 감독당국의 사전 안전장치와 사후 관리 능력도 함께 시험받는 구조다.이 원장은 취임 이후 금융소비자 보호와 불공정거래 엄단을 감독정책의 전면에 내세워왔다. 런던에서도 시장교란 행위에 엄정 대응하고 글로벌 투자자가 안심할 수 있는 자본시장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해외 자금을 불러들이기 위해 내세운 신뢰가 힘을 얻으려면 자신이 공개적으로 후회까지 밝힌 고위험 상품의 도입 과정과 사후 대응에 대한 국내 투자자의 의문부터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금융권 관계자는 "해외 투자자에게 한국 시장을 세일즈하는 것과 국내 투자자를 보호하는 것은 따로 떼어놓고 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상품 도입 직후 규제를 다시 강화하고 감독 책임까지 제기된 만큼 정책 판단 과정을 충분히 설명해야 해외에서 강조한 시장 신뢰에도 설득력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