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 주요 에너지 공기업 중 4곳 인선 완료·2곳 후보 거론정치인 출신에 환경운동가까지… 노조 "위기 돌파 불가능"11개 에너지公 평균 부채비율 509% … 경영 정상화 과제 첩첩
  • ▲ 동해 심해 가스전 탐사 ⓒ연합뉴스
    ▲ 동해 심해 가스전 탐사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의 주요 에너지 공기업 사장단 인선을 둘러싸고 '낙하산'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 에너지 분야 실무 경험이 없는 정치권·시민사회 출신 인사들이 잇따라 수장으로 발탁되면서다.

    특히 해외 자원개발부터 전기·가스요금 조정, 막대한 부채 관리까지 복잡한 현안을 떠안은 에너지 공기업의 경영 여건을 고려하면 전문성이 부족한 인사가 수장을 맡는 데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요 에너지 공기업의 올해 평균 부채비율 전망치가 500%를 넘어선 상황이다.

    15일 정치권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는 산업통상부·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 12개 주요 에너지 공기업 가운데 4곳의 사장 인선을 마쳤고, 2곳에서는 유력 후보가 거론되고 있다.

    현재 사장이 임명된 곳은 한국수력원자력·한국가스공사·한국석유공사·한국지역난방공사다.

    한수원 사장에는 한전 출신 김회천 사장이, 가스공사에는 재선 국회의원 출신 홍의락 사장이 임명됐다. 석유공사 사장에는 더불어민주당 부천 소사구 지역위원장을 지낸 손주석 사장이, 지역난방공사 사장에는 성남 지역에서 시민·환경운동을 해온 하동근 사장이 각각 취임했다.

    한전 신임 사장 후보로는 김영록 전 전남지사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으며, 남동발전 사장에는 최구식 전 의원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정부가 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발전 등 발전 공기업 5곳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고 대한석탄공사가 지난 6월 공식 폐업한 점을 고려하면 광해광업공단을 제외한 주요 에너지 공기업의 수장 인선도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된다.

    논란의 핵심은 이들 인사 가운데 상당수가 정치권 또는 시민사회 출신이라는 점이다. 가스공사와 석유공사에 이어 한전과 남동발전까지 정치권 인사가 사장에 오를 경우 주요 에너지 공기업의 정치권 출신 수장 비중은 더욱 높아지게 된다.

    노조도 잇따라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한국가스공사지부는 홍의락 사장 내정설이 불거진 지난 6월 성명을 내고 "14조원 미수금 사태라는 미증유의 위기를 보은성 낙하산 인사로 돌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한수원 노조 역시 지난 3월 김회천 사장 내정 당시 "원전 운영기관의 수장으로서 요구되는 전문성과 책임성 측면에서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김 사장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등 과거 탈원전 정책을 추진해왔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에너지 공기업 수장의 전문성이 중요하다는 지적은 이들 기관이 일반적인 공공기관과 달리 고도의 산업 전문성과 정책 판단을 동시에 요구받기 때문이다.

    에너지 공기업들은 해외 자원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업 리스크를 관리하는 동시에 국내에서는 전기·가스요금 현실화 지연에 따른 재무 부담도 떠안고 있다. 에너지 가격과 국제 정세, 정부 정책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산업에 대한 이해 없이 경영하기 쉽지 않은 구조다.

    안영환 숙명여대 기후환경에너지학과 교수는 "네트워크나 규제 등 에너지 산업의 특징이 있기 때문에 에너지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있는 인사가 경영을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재무 상황도 만만치 않다. 한전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 210조원이 넘는 부채를 안고 있다. 정부가 가스공사와 석유공사를 통합해 '에너지자원공사'(가칭)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통합 과정에서 가스공사의 부채비율이 600%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재정경제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6~2030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을 보면 자산 2조원 이상이거나 설립 근거법에 정부 손실 보전 조항이 있는 37개 주요 기관의 올해 평균 부채비율 전망치는 208.2%다.

    하지만 11개 주요 에너지 공기업만 따로 보면 평균 부채비율은 509.9%로 전체 평균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SOC 기관은 196.8%, 금융기관은 101.8%, 기타 기관은 143.5%였다.

    특히 2030년까지 완전자본잠식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기관도 광해광업공단과 석유공사 등 에너지 관련 공기업 2곳으로 나타났다.

    결국 막대한 부채와 해외사업 리스크, 요금 현실화 문제까지 겹친 에너지 공기업을 이끌 사장에게는 정치적 네트워크보다 산업에 대한 전문성과 위기관리 능력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낙하산' 논란을 딛고 취임한 새 수장들이 500%를 넘어선 부채비율과 복잡한 에너지 현안을 어떻게 풀어낼지가 최대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